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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_카를로 로벨리_이중원 옮김_쌤앤파커스_19년 6월 초판 ]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_241112

가끔씩 정말로 깜짝깜짝 놀란다.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이 책은 때로는 번뜩이지만, 때로는 혼란스러운 아이디어들이 펄펄 끓는 용암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나를 잘 따라오기만 한다면, 시간에 관해 지금 우리 지식이 도달했다고 생각되는 지점까지 갈 수 있고, 또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대한바다, 칠흑 같지만 별이 빛나는 대양으로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말, 12쪽)

 

1부 시간 파헤치기

 

01 유일함의 상실

 

 

시간은 일단, 시계로 잰다. 그러다 보니 시계가 있는 위치에서, 즉 시계마다 처해있는 특별한 환경에서 시간을 재게 된다. 그러므로 시간은 유일하고 통일된 것이 아니다. 특별한 시계들이 특별한 현상 속에서 제각각 자기의 시간을 표현한다. 그래서 시간은 서로 다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느리게 가는 곳으로 흐른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연구할 때, 수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던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졌다. 햇님과 지구가 서로 접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는가' 하는 것이었다. (중략)  그 사이에는 공간과 시간만 있으니, 햇님과 지구가 각자 주위의 공간과 시간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다. 마치 어떤 물체가 물속에 잠기면 주변의 물이 흐트러지듯이, 시간의 구조가 변경되면 모든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끼치고, 그들이 서로를 향해 떨어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간의 구조를 변경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앞에서 설명한 시간의 지연을 뜻한다. 모든 물체는 자기 주위의 시간을 더디게 한다. 지구도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주위의 시간을 늦춘다.

 

(중략) 시간이 동일하게 흐르는 곳, 예를 들어 행성 사이의 공간에서는 물체가 추락하지 않고 떠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지구의 표면에서는 사물이 자연스럽게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쪽으로 향한다. (중략) 사물이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아래쪽일수록 시간이 지구 때문에 느려지기 때문이다." (20~1쪽)

 

시간이 속도가 다른 물체들 사이에[ 다르게 흐른다는 것은 특수상대성이론을 통해 수식으로 볼수 있었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물질들은 서로 다른 속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다른 시간을 갖는다. 시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멀리 떨어져 있던 시계가 한자리에 모이면, 지나간 시간은 다르다.

 

하나가 아니다와 다르다는 말은 같은 것일까, 다른 것일까? 라이헨바하가 설명하는 시간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로벨리의 시간 설명도 알수 없을것이라는 불안감이 든다. 결국 수식을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특수상대성이론을 이해한 것은, 수식을 유도하고 이해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시간은 유일하지 않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는 헤아릴수 없이 많은 시간이 존재한다. 두가지 사건사이에, 예를들어 두 시계가 멀리 떨어져 있다가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되기까지 경과된 시간은 하나가 아니다.

 

물리학은 사물이 '시간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모든 사물이 각자의 시간속에서 어떻게 진화하는지, '시간들'이 서로 어떻게 다르게 진화하는지를 설명한다." (25~6쪽)

 

유리로 된 ①의 방에서 빛을 보는 사람은, 속도 v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있다. 이 사람이 본, 빛이 왕복한 시간이 T다.

②의 사람은, 기차에 실려가는 유리로 된 방을 본다. 이 사람이 본, 빛이 왕복한 시간은 T0다.

 

아래 그림과 같이 T는 T0에 1이거나 1보다 작은 값을 곱해서 구해지므로,

 

T≤T0가 된다.

 

T가 T0보다 작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T0가 1초라면,  T는 1초보다 작은 0.9초라는 말이다.

즉, T0가 1초 흘렀을때, T는 0.9초가 흘렀다는 말이다.

 

즉, T는 T0보다 느리게 흐른다.

=> 운동하는 사람의 시간(T)는, 정지해 있는 사람의 시간(T0) 보다 느리게 흐른다. 

 

02. 방향의 상실

 

시간이 장소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면, 과거와 미래의 차이, 원인과 결과의 차이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는 것일까?

 

예를 들어 음성의 시간이 부천의 시간보다 하루 느리다면, 지금 음성에서 동생이 겸손안경을 주문했는데, 지금 내가 부천집으로 들어가서보니, 이미 부천에 겸손안경이 와 있다는 것일까? 음성에서는 아직 주문하지도 않은 안경이 부천에서는 이미 와있다는 것이다. 총알배송 때문에. 그러면 주문이 원인이 될수 없고, 안경이 와 있어서 동생이 주문을 한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일까. 제대로 이해한 것일까?

 

"시간의 비밀은 우리가 본능으로 느끼는 맥박의 진동 속에 기억의 수수께끼 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속에 있다.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다. 그렇다면 시간의 흐름은 정확히 무엇일까? (중략) 과거와 미래가 그토록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19세기와 20세기의 물리학은 이런 질문들과 맞닥뜨리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장소에 따라 다른 속도로 흐른다는 예상치 못한 사실과 마주하며 당혹스러워했다. 세상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기본 법칙에서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원인과 결과, 기억과 희망, 후회와 의지의 차이) 없기 때문이다." (29쪽)

 

로벨리가 쉽게 썼다고 해도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다. 또다시 등장하는 사디 카르노 - 클라우지우스 - 볼츠만. 아톰 익스프레스와 과학철학의 형성을 읽으며 해결하지 못한 엔트로피 문제를 여기서 또 마주하게 된다. 카르노는 효율높은 증기기관을 만들기 위해 열의 성질을 연구했고, 클라우지우스는 열역학 제2법칙을 만들었다. 고립된 곳에서 엔트로피는 절대로 감소할수 없다.

 

△S≥0

 

그리고 볼츠만.

 

1) 카드가 정돈되어 있다. 카드를 뒤섞으면 무질서해진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2) 세계는 자연스럽게 무질서해진다. 정리해놓은 방안을 사용하고 나면 무질서해진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3) 뜨거운 물과 찬물을 섞으면, 열은 뜨거운 물에서 차가운 물로 이동한다.

 

1)과 2)는 맞다. 그런데 3)이 왜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무질서가 증가했다고 말하는가? 그냥 뜨거운 물의 운동속도 높은 분자들이 차가운 물의 운동속도 낮은 분자들에 부딪혀서 운동속도를 높여주고, 뜨거운 물의 분자들은 운동속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결국에는 두 물의 운동속도는 같아진다. 이게 왜 엔트로피가 높아진 것인가? 이게 왜 무질서해진 것인가?

 

4) 특수하거나 특별한 것은, 정돈된 카드와 정리된 방을 말한다. 정돈된 카드와 정리된 방을 가지려면 일(=열=에너지)을 해야 한다. 즉 무질서를 낮추려면, 엔트로피를 낮추려면 열이 필요하다.

 

세가지를 알아들었는데도 3)을 이해하지 못해서 전체를 알수가 없다. 1)~4)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무슨 뜻인가?

 

"(사디 카르노(1796~1832)는) 열이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증기기관이 작동한다

 

(중략 / 루돌프 클라우지이우스(1822~1888)는) 열은 차가운 물체에서 뜨거운 물체로 이동할수 없다 (중략) 물리학에서 과거를 미래와 구분하는 일반법칙은 루돌프 클라우지우스가 발표한 이 법칙뿐이다. 다른데서는 이를 다룬적이 없다. 

 

(중략) 열 요동은 카드 한 묶음이 계속 섞이는 것과 같다.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던 카드들을 뒤섞으면 무질서해진다. 이렇게 열은 (분자들의) 뒤섞음에 의해 뜨거운 쪽에서 차가운 쪽으로 이동할 뿐 그 반대로는 이동하지 않는다. 자연의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것은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으로, 언제 어디서나 친숙하게 일어난다.

루트비히 볼츠만(1844~1906)은 이것을 알아냈다.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기본적인 운동 법칙이나 심오한 자연의 문법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무질서해져서 특수하거나 특별한 상황이 점점 사라지는 것에 있다." (31~9쪽)

 

특수성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면, 모든 상태가 특별하다고 할수 있다. 어떤 뒤섞인 카드도, 어떤 점이 특별한지를 열심히 찾아내어 특별하다고 할수 있다. 그런뜻에서 모든 상태는 특별하다. 열심히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모든 상태가 특별한데, 색깔별로 섞여있거나 숫자순으로 섞여있는 것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쉽게 발견할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볼츠만을 쉽게 발견한다는 것을, 희미하게 바라본다고 표현했다. 여기까지는 무슨 뜻인지 알수 있다. 이 다음이 문제다.

 

엔트로피가 존재한다. 엔트로피가 뭐냐? 무질서냐? 변화냐?

 

엔트로피를 무질서라고 한다면, 무질서는 특별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엔트로피가 존재하는 이유는, 즉 무질서가 존재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은 상태가 존재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답은 쉽다. 세상을 희미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지금의 질서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상태의 특별함을 모르고 무질서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볼츠만은, 우리가 구별하지 못하는 카드의 구성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양을, 엔트로피라고 증명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s = k log W

 

특별한 무엇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의 양이 엔트로피인가? 

 

"어떤 구성이 다른 구성에 비해 좀 더 특별하다는 개념은(예를 들면 검은 카드 26장 뒤에 놓인 붉은 카드 26장) 카드들의 어떤 측면만 봤을 때 (예를 들면 색상만 보는 것) 의미가 있다. 모든 카드를 다 구별하면 구성은 전부 동등해진다. 어느 것이 더 특별하다거나, 어느 것은 덜 특별하지 않다. '특수성'의 개념은 세상을 대략적으로, 희미하게 바라볼 때만 만들어진다.

볼츠만은 '엔트로피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희미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엔트로피는 우리가 희미한 시각으로 구별하지 못하는 다양한 구성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산출하는 양이라는 점을 정확히 증명했다. 열과 엔트로피, 과거의 낮은 엔트로피 등은 자연을 대략 통계로 설명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41쪽)

 

볼츠만은 26살에 대학교수가 되어 40년 가까이 사람들의 존경과 주목을 받는다. 그의 삶은 빛났다.

 

"그가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부근의 두이노에서 세상과 이별을 고하는 동안, 그의 아내와 딸들은 아드리아해에서 해수욕을 하고 있었다.

 

몇년후 릴케는 이곳 두이노에서 '비가'를 쓴다." (45쪽)

 

"내가 이렇게 소리친들, 

  그 어느 천사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텐데.

 

  우리가 그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

  모든 천사는 무섭다." (릴케 두이노의 비가 / 제1비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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