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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인도네시아 자바섬 여행

[ 말랑 - 말랑 ] 다리가 아프다_240910

어제 그제 만보씩 걷고 수영을 한 것이 전부인데도 아침에 일어났더니 발뒤꿈치가 아프다. 그동안 너무 편안하게 지냈던 모양이다. 침대에서 뉴스공장을 들으며 빈둥대다가 8시 반에 아침식사를 하러갔다. 과일이 더 풍성한 뷔페다. 지금 13일째 아침 부페를 먹고 있으니, 질린다. 세상에 호텔 부페를 질리도록 먹고 있다니.

 

10시다. 해가 쨍쨍한데, 어떻게 할까?

 

호텔 주변을 감싸고 있는 강변river side라는 거대한 지역은 고급 주택들과 호텔로 이루어진 동네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곳곳에서 도로를 정비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시원한 그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보인다. 거대한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워진 곳이 걸을만한데, 11시가 넘으니 그늘이 없는 곳은 걷기가 고통스럽다. 게다가 가지고 온 자동우산이 거듭되는 작동으로 고장나 버리고 말았다.

 

아들들아 자동우산은 절대로 사면 안된다. 이땅에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덜떨어진 기술이다.

 

실컷 걸었는데도 6천걸음이다. 예쁜 마을로 접어들었는데, 살짝 오르막이 나오고 땡볕이 비치자 숨쉬기가 힘들다. 자외선이 장난이 아니다. 그늘에서 잠깐 쉬다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 저녁으로 이 정도만 산책을 계속할수 있어도 되겠다.

 

호텔로 돌아와서 바로 수영장으로 갔다. 다행히 짙은 구름이 끼어 있어서 드넓은 수영장을 혼자서 즐긴다. 20분 정도 수영을 했는데, 갑자기 해가 쨍하고 나버렸다. 샤워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개운하다. 오늘 아침도 잘 즐겼다.

 

 

오랜만에 한가롭게 호텔방에 자리잡고 책도 보고 그림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미는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혼자 오후 4시 반경에 수영장으로 내려가서 30분 정도 놀다가 저녁식사를 했다. 마지막 남은 소주 100ml를 맥주에 타서 마셨다. 내 소주병을 보더니 한국소주병 아니냐고 묻는다.

 

야간 산책을 나섰다. 마을까지는 절대로 못가겠고, 호텔 주변을 돌았다. 30분이 넘게 돌았다. 시원해서 걷기에 좋았다. 맞아 이게 여행이지.

 

그래도 쓸말이 별로 없다. 발리 여행에서처럼 가족같은 분위기의 호텔이나 빌라에서 지내야 몸짓 발짓으로라도 소통을 하는데, 자와섬의 호텔들은 너무 크다. 한군데에서 3~6일을 머물렀는데도 친한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할 이야기가 없다. 시끄럽고 더러운 도로를 걷기 힘든것은 발리도 마찬가지였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하고 한마디씩이라도 대화를 나누었다. 지나가는 아이들과도 무수히 사진을 찍고 안부인사를 나눴다. 그런 발리가 그립다.

 

밤은 어두운 자와를 아름답게 꾸며준다. 열심히 일하던 오토바이들도 거의 집으로 들어갔다. 가게문도 닫혀서 길에는 걷는 사람이 없다. 희미한 조명은 누추함을 완전히 가려준다.

 

잠들기 전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