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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짐 7kg 맞추기_230915 viernes, diecicinco de septiembre_Пятница, пятн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계획이 없다가 저렴한 비행기표 나오면 아무데나 여행해 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짐을 싸면서 매우 힘들었다. 비엣젯의 수하물 규정이 너무 까다로워서 모든 짐을 7kg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해결책은 가을용 바람막이를 여름용 바람막이로 바꾸는 것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호치민 평전도 다시 읽고 이곳에 남겨두는 것이다. 양말이나 속옷도 너무 지저분한 것은 버리고, 컵라면이나 사탕 등 간식도 3, 4일 내로 처리하면 된다. 러시아에서 산 독일산 샌들은 5년만에 베트남에서 버리고 오기로 했다. 베트남에 남겨 두고 올 것이 많다. 우산도 버린다. 우기라고 해서 비옷을 가져오려고 했는데, 비오면 그냥 쉬기로 했다.

 

저가항공이라 기내식도 없다고 해서 동네 빵집에서 샌드위치 두 개를 샀다. 장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을 타고 3분만에 터미널에 도착했다. 편도는 온라인 체크인이 안된다고 해서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는데, 널널하다.

 

여행하는 즐거움은, 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할 때가 더 즐겁다. 언어도 배우고, 일정도 이러저리 짜보고, 알아봐야 할 것도 공부해가면서 즐거움을 만들어가야 하는데, 공항으로 오는 차안이 흥분도 없이 썰렁하다. 약간 긴장은 된다.

 

생전 처음으로 esim이라는 것을 해 봤다. 열흘에 만원이고 무제한 데이터라 좋은데, 제대로 설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만일에 잘 안되면 현지에서 유심을 사기로 했다.

 

물과 오렌지 쥬스 한병을 샀다. 디카페인 커피가 없다고 해서 아이스 커피는 참기로 했다. 전자책을 세 권 다운받았다.

 

비행기는 금방 준비되었는데, 이륙이 지연되는 바람에 호치민 공항에 10시에 도착했다. 기내가 추워서 담요를 달라고 했더니, 2만원이란다. 대신에 온도를 살짝 높여 보겠다고 한다. 그리미가 꺼내 입은 바람막이를 내가 걸쳤더니 견딜만 하다. 저녁을 먹고, 전자책을 잠깐 읽다가 눈이 아파서 감고 있었는데, 2시간 정도 잠이 들었고 호치민에 도착했다.

 

베트남 상공에서 이심을 개통해 보았다. 설치방법과 문제해결방법까지 진행해서 우려했던 말톡 이심은 무난히 개통되었다.

 

공항까지 무료 픽업이 있어서 신청했더니 오직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 두 사람이 마이크로버스를 끌고 나왔다. 6만원도 안되는 4성급 호텔의 서비스다.

 

9월 중순의 호치민의 겨울은 더웠지만 숨이 막힐 지경은 아니고, 20년 전보다 깨끗해졌다. 그래도 여행 첫날인데, 한 잔 하려고 했더니, 그리미는 머리가 아프다고 잔다. 내일 아침에 맛있게 먹으려면 저녁은 참으라고 한다. 사실 저녁을 아주 잘 먹었다. 비행기가 이륙해서 비행고도에 이르자마자 저녁을 제공한다. 우리도 샌드위치 하나를 꺼내서 먹었다. 맛있었다. 또 하나를 꺼내서 먹었다. 우리가 식사를 하자, 옆자리의 젊은이도 준비해 온 카스테라를 꺼내서 먹는다.

 

The first hotel에서 check-in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인도인 부부가 아기를 안고 오고 있다. 닫히는 문을 열어서 함께 타고 올라갔다. 부인이 돌아서서 고맙다고 인사한다. 나도 미소로 답한다.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이 엄청 지쳐 보인다. 아기가 지쳐서 힘이 든 모양이다. 인도인을 보니 괜히 반갑다. 안되는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