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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베트남 비행기 표를 사다_230914 Jueves, catorce de septiembre_Четверг, четырн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제주도든 설악산이든 영암이든 국내 어디를 다녀와도, 간다고 상상을 해도 흥미와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국내에서 놀아서 그런가?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표를 알아봤다. 너무 비싸다. 2019년에 결혼 기념 인도여행을 너무 잘 다녀온 모양이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베트남의 달랏을 검색해 봤더니 이곳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호치민을 거쳐서 들어가면 그래도 저렴하다. 아니 저렴한 듯 보인다. 호치민에서 달랏까지 또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왕복 20만원이면 성수기에 제주도 다녀오는 가격이다. 그래, 결정.

 

문제는 함께 가야 하는 그리미. 너무 더운 나라는 싫은데, 이미 20여년 전에 한 여름에 베트남을 갔다가 더위와 먹지 못하는 음식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을 했었다.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니 한 번 가 보자고, 조르고 졸라서 티켓을 끊었다. 9/15~23.

 

보통 비행기표를 사고 나면 흥분이 되는데, 전혀 여행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여행계획은 짜야 한다. 부킹닷컴을 통해 호텔을 알아봤다. 너무 많아서 고를 수가 없다. 호치민에 사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어디가 좋아. 깨끗한 곳에서 푹 쉬려면 호치민 7구역 숙소가 좋단다. 아파트가 하루 저녁에 10만원이다. 한달 월급이 50만원이 채 못되는 베트남의 하루 숙박비가 너무 비싼 것 아니야. 물론 넓고 깨끗하다.

 

호치민에서 몇 박을 하는지도 중요하다. 여기저기 관광을 다니면 3박 4일도 부족하다. 막상 무이네 사막이나 해변의 리조트를 검색해 보니,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냥 조용히 쉬면서 운동이나 하고 산책이나 하자. 호치민은 산책하기에도 적당하지 않고, 미술관도 박물관도 볼 것이 없단다. 친구말로는 맛있는 것 먹고, 마사지 받으면서 빈둥대는 것이 최고의 관광이란다. 그래, 수영도 하고, 트레드 밀도 뛰고, 이발도 하고, 손발톱 관리도 받고, 마사지도 한 번 받아보자.

 

달랏으로 가는 비행기가 8시와 17시에 있어서 18일까지 있기로 했다. 이틀 하고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시내에서 공항까지 30분이면 간다고 한다.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다. 친구가 서울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크다. 호치민의 호텔은 첫날은 야간에 도착하므로 무료 픽업을 해 주는 공항 근처의 저렴한 호텔로 잡았다. 나머지 2박은 친구가 추천한 숙소다. 가격에 비해 방이 작아서(27㎡) 답답할 것같지만 평점이 높다. 

 

중요한 일정은 달랏이다. 연평균 기온이 20도 내외로 시원해서 산책하기 좋은 기온이다. 그렇지만 해가 뜨겁고, 우기라서 비가 매일 한 차례씩 내린다고 한다. 우비를 가져가야 한다. 달랏의 일정을 잡느라고 일주일을 소비했다. 최고의 호텔은 15만원이 넘는다. 그 호텔들의 후기를 보니, 방음 문제 등 베트남 건축의 기본문제를 똑같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퇴직 후 처음으로 가는 여행인데, 좋은 곳에 머물러야 하는 것 아닐까? 평점이 좋은 숙소를 잡기로 했다.

 

저녁 6시 20분에 도착하므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숙소를 골랐다. 저렴하지만 평점이 높다. 부킹닷컴의 평점은, 10점 만점에 가까워야 좋다. 7점대는 그저 그렇고, 8점대도 괜찮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 9점대는 되어야 괜찮다. 둘째날과 셋째 날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의 숙소를 잡았다. 이곳이 공항에서 가까워 마지막 이틀을 자고 싶었는데, 가격이 높아진다. 할 수 없이 19~21일에 머무르기로 했다. 21~23일은 멀리 산중에 있는 숙소다. 죽림선원이라는 절 근처다. 놀라운 것은 컴퓨터에서 검색할 때는 16만원 하던 방 가격이 핸드폰으로 옮겨서 검색했더니 모바일 특가라면서 11만원으로 떨어진다. 사실 우기이고 비수기인데도 숙소가격이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살짝 실망하고 있었는데, 우연의 도움으로 숙소의 평균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정말 짧은 7일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이제 베트남 인사말부터 배워서 내일 입국하면, 여행시작이다.

기분이 점점 좋아진다.

 

기내식이 없는 저가 항공이지만, 출발시간도 18시로 좋고, 비행시간도 5시간 30분이니, 비행기 여행 기분이 난다. 기내식을 준비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