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기심천국/베트남 여행

호치민을 떠난다_230918

책 2권을 친구에게 전하기 위해 프론트에 맡기고, 아침식사를 했다. 손님이 없어서 부페는 아니고, 삼계탕이나 쌀국수  등 원하는 음식을 선택한다. 샌드위치를 선택해서 먹었는데, 아무래도 밥이 좋겠다. 밥과 김치도 추가해서 준다. 천천히 식사를 하고, 동네 산책을 한다. 아파트가 늘어선 지역으로 들어가니, 드디어 외국에 온 느낌이 난다. 야자수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산책을 마치고 예약한 마사지실로. 4층에 2개의 침대가 있고, 마사지사 한 명이 대기하고 있다. 마사지는 처음이다. 다들 좋다고 하니까, 해 보자. 60분 동안 온몸 구석구석을 늘리고 비틀며 시원하게 해 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건강해서 그런지 도무지 느낌이 없다. 어쨌든 15,000원으로 한 시간 편안히 쉬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팁에서 문제가 생겼다. 자꾸 5만동을 달라고 한다. 팁은 내가 주는 것인데, 이래도 되나? 2만동을 주려다가 3만동을 주고 나왔다. 친구 이야기로는 마사지사들이 월급 없이 팁으로 생활한다고 한다. 말이 되나? 그리미가 마사지를 받겠다고 하면, 팁까지 물어봐야겠다.

 

그랩을 잡아타고 공사중인 노트르담 성당으로 간다. 그런데, 제법 모양이 좋다. 성당이야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독특한 모습이 설치 미술같아서 좋다. 프랑스인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성모상을 모시고, 어쩌면 그렇게 악랄하게 베트남 시민들을 괴롭히고 죽였는가? 디엔비엔푸에서 완전히 패배해서 쫓겨날 때까지 심지어 드골까지도 베트남을 놓지 못해서 괴로워했다. 그리고나서 사과는 제대로 했을까? 한 가지 위로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공부한 호치민이 그들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그들로부터 얻었다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우리는 제국주의 침략 세력의 일원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다행이다. 특히, 베트남을 보면서,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끔찍한 백여 년 동안의 희생을 치러야 했는가를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앞으로 전 세계 어떤 사람도 누군가에 의해서 힘이 없다고 해서 착취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독일은 유태인과 폴란드 앞에서만 고개를 숙여서는 안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와 중동을 향해서도 똑같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보상해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일본 모두 마찬가지다. 그들은 영원히 세계인에 대해 보상하고 사과해야 한다. 잔혹한 살육의 역사에 대해서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

 

 

너무 덥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쳐 쓰러진다. 점심도 먹고 에어컨 밑에서 휴식도 취해야겠다. 음식점이 많은데, 유독 일본 음식점들이 많다. 반성도 사과도 역사의식도 없는 나라의 음식을 베트남에까지 와서 먹을 수는 없다.

 

힌두교 사원 앞의 커리 하우스로 올라갔다.

 

'이라샤이 ~'

 

젠장, 일본 자본인 모양이다. 그래도 일하는 모든 젊은이들이 베트남 학생들이다. 그들에게 별도의 역사 교육을 할 필요은 없다. 그들은 학교와 국가를 통해 철저히 교육받고 있다. 그들의 삶을 위해 일본의 자본을 이용할 뿐이다. 나도 그들의 미래를 위해서 즐겁게 휴식을 취하다 갈 것이다.

 

공항으로 가야겠다. 너무 덥다. 그랩을 불러 공항으로 갔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이곳도 덥다. 그래도 견딜만하다. 공항에서 2시간을 대기하고, 비행기에 타서 1시간을 대기한 끝에 달랏 공항에 내렸다. 비행실력은 훌륭하다. 이런 분야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 모양이다.

 

공항 앞에서 그랩을 부르니 40만동이 넘는다. 무슨 일인가? 공항 직원이라고 하면서 달랏을 가려면 20만동에 차를 배차해 주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하면서도 뭔가 미심쩍었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30분을 달려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공항 인근에서 벌어지는 부당 요금을 이런 식으로 적정 가격으로 제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고비 넘겼다.

 

숙소에서는 늦게 도착하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방에 짐을 풀고, 묘한 향기를 맡으며 짐을 정리했다. 묘한 향기의 원인은 풀로 짠 카펫과 바구니였다. 발코니에 내놓았더니 냄새가 가라앉는다. 배가 고파서 컵라면을 일단 먹고, 야시장으로 갔다. 꼬치구이를 판다.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빠는 옆에서 술 마시며 딸에게 꼬치구이 장사를 시킨다. 철 없는 아들은 엄마가 파는 옥수수 값을 제 손으로 챙겨서 어느 클럽이라도 갈 모양이다. 어수선한 시장에서 꼬치구이(새우는 괜찮다. 나머지는 먹어도 좋고 안 먹어도 좋은 맛. 술 마시는 아빠 옆에서 열심히 생활하는 딸내미가 훌륭하다)와 구운 옥수수(맛이 별로다. 아마도 아들이 사고 치니 속상한 엄마의 마음이 반영된 듯)를 사고, 숙소앞 가게에서 6천원 짜리 보드카를 사가지고 숙소로 올라갔다. 시원한 발코니에 앉아서 한 잔 했다. 잠이 잘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