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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고추를 건조기에 넣고 참깨를 베다_230806~07

늦었다. 참깨는 7월 30일 ~ 8월 3일 사이에 베어야 한다. 장마가 길어서 참깨의 절반이 쓰러진데다 수확도 늦어져서 말이 아니다.

 

누나가 내려와서 고추 3줄과 아로니아를 수확하고 올라갔다. 오후 3시에 부천에서 출발하여 5시가 조금 넘어 농원에 도착했다. 조금 쉬다가 건조기에 넣었다. 이번 고추는 왠지 질겨서 고추 꼬다리가 잘 따지지 않는다. 전지 가위로 전부 잘라내야 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랜만에 우주신에 쇠고기를 구워 주었다. 2등급 특수부위는 100g당 7천원인데, 오뚜기 참기름이나 우리집에서 만든 참기름에 찍어서 먹으면 맛이 좋다.

 

저녁을 먹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비닐하우스 청소를 시작했다. 자전거를 옮기고, 어지럽게 널린 물품들을 정리한 다음에 비닐을 가져다가 바닥에 두겹으로 깔았다. 원래 계획은 참깨도 한 줄 베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포기했다. 대신에 마늘밭 보온용 비닐을 접어서 마음이에 실어 두었다. 마음이가 이동용 창고가 되어간다.

 

일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동생이 내려왔다. 냉동 망고와 초코렛을 안주로 해서 술을 조금 마셨다.

 

새벽 5시 알람에 잠이 깨어서 커피에 빵으로 아침을 먹고 6시가 다 되어 나갔다. 마늘밭에 천막을 깔고 참깨를 베어다 놓으면 그리미가 묶는 작업을 한다. 처음 세 줄을 하는 동안에는 괜찮았다. 세 줄을 마치고 천막과 깨를 들고 하우스로 이동했다. 그때부터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우주신과 함께 다시 밭으로 가서 나머지 세 줄을 작업했다. 와 장난이 아니다. 2/3 정도를 하다가 숨이 막힐 듯해서 하우스 옆 그늘로 피신을 했다. 그리미도 땀을 뻘뻘 흘리며 묶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혼자하려니 심심하고 지쳐서 비문이 날아다닌다고 한다. 시원한 물을 마시며 쉬었다.

 

다시 나머지 참깨를 베었다. 정말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베어내고 난 다음에 그리미와 우주신은 손을 들었다. 먼저 들어가서 씻게 하고, 한 번 일하고 한 번 쉬는 방식으로 깻단을 묶어 세워 나갔다. 정말로 장난이 아니다.

 

일하면서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밑단을 묶어서 참깨를 거꾸로 세울 것이 아니라 윗단을 묶어서 걸쳐 놓으면 똑바로 세워서 깻단을 말릴 수 있겠다. 그 생각이 떠오른 것이 대견해서 힘들었지만 무사히 오전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우주신을 1시 반차로 보내고 삼성 도서관에서 30분 정도 책을 읽다가 일죽에서 쇠고기와 삼겹살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수박을 먹었다. 한 덩이에 35,000원을 주고 샀다. 하나로마트에서 42,000원이나 하니 이웃에서 산 것이 훨씬 저렴하다. 10만원에 3통을 사기로 했다.

 

지난 봄에 뿌린 패랭이가 이제 꽃을 피웠다.

한 송이로 시작했고, 앞으로 열 송이는 필 모양이다.

기쁜 일이다.

앞으로 평생 이 작은 사룸life들을 위해

매년 서너시간씩 손으로 김을 매주어야 한다.

어찌 되었든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