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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감자를 캐고 낮달맞이를 심다_230615~16 dieciseis de junio el viernes_шестнадцать Июнь Пятница

오늘(16일, 금) 아침은 5시에 잠이 깨고, 고양이들을 풀어주고 밥을 준 다음에 다시 드러누웠다가 6시에 일어나서 움직였다. 지난 사흘 동안 너무 열심히 움직여서 몸이 매우 피곤하다. 내가 이러니 그리미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어제부터 손에 물집이 잡혀 있다.

 

감자를 캐러 나갔다. 다음 주가 하지인데, 우박을 맞은 이파리가 더 이상 작물 생장에 힘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일찍 캐기로 했다. 감자의 알맹이가 적당하다. 다만 이파리가 너무 싱싱해서 캐면서 마음이 약간 불안하다. 결국 이파리가 많이 마른 것과 풀들이 자라서 정리를 해 줘야 하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해서 캐기로 했다. 그렇게 캤는데도 한 시간 동안 두 바구니를 캤다. 총 4개의 이랑인데, 한 개 이랑 정도를 캤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음 주에 나머지 이랑을 캐기로 했다.

 

감자를 심을 때도 농협에서 주문한 씨감자를 4등분 해서 심었다. 전까지는 두 조각을 내었는데, 보기에 씨눈이 너무 많아 보였다. 4등분을 해도 밑은 충분히 들었다. 감자 순치기도 하지 않고 요소비료도 주지 않아서 씨알이 작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순치기는 못하더라도 비료를 조금 주는 것은 검토해야겠다. 부피를 키우는 것은 질소비료가 핵심이다.

 

어제 심은 낮달맞이가 벌써 꽃을 피운 것이 있다. 참으로 강한 생명력이다. 그리미가  밭에 물을 주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꽃들과 식물들에게 물을 주면서 생기를 북돋워 주는 것이 너무 재미있단다. 나와 그리미의 차이가 거기에 있다.

 

나는 노동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노예 노동이 아니라 각자의 육체노동을 감당하려는 마음과 실천이 세상을 평화롭고 건전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노동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니라서, 늘 힘들고 심각하면서, 가끔 즐겁다. 어쩌면 세상의 평화에는, 이런 자세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의무와 책임이 너무 크고, 즐거움이 적다.

 

그리미는 꽃이나 작물을 심고 가꾸며 그 변화에 주목하고, 늘 무엇인가를 기대한다. 오늘은 어떤 꽃이 필까, 어제 심은 꽃씨는 언제쯤 싹을 틔울까, 저 꽃이 피면 얼마나 예쁘고 향기로울까 등등. 마치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힘들지만, 아이의 변화를 기대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아이가 말을 하고 걷고 공부를 하고 웃으며 뛰어다니는 것을 기대한다. 그러면 변화가 보이고, 예상과 같거나 다른 것을 발견할 때마다 늘 즐겁다.

 

세차를 하고, 한택 식물원(입장료 인당 9천원)에 갔다. 20여 년 전 조성을 시작할 때 한 두 번 왔었는데, 그 사이에 온통 숲이 되었다. 요즘은 온통 수국이다. 두 시간 동안을 나는 운동삼아 산책을 했고, 그리미는 즐겁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차이를 즐기며 산책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오밥 나무도 봤다. 온실에 갇혀 있어서 그런지 엄청나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화면으로만 보던 나무를 실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30분에 걸쳐 세차한 차는 한택식물원으로 들어오는 공사장을 지나면서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겨우 30분 만에. 인간 노동이 참 허무하다. 허무하지만 또다시 세차를 할 것이다. 그리미와 함께 반짝반짝 빛나는 차를 타고 식물원으로 출발했을 때는 정말로 즐거웠다.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허무한 노동을 다시 마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