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마늘을 일찍 캐니 줄기가 살아 있어서 좋다_230613~14 el catorce de junio el miercoles_четырнадцать Июнь Среда

어제 13일(화) 천재와 카레로 점심을 먹고 그리미와 함께 농원으로 내려왔다. 그리미가 만든 바질 치아바타를 가져오지 않아서 오늘 아침에 건빵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일을 나갔더니 9시가 넘어서자 배가 고팠다.

 

2시 반 경부터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3시부터 책도 읽고 바이올린도 하려고 했는데, 거참 묘하다. 아무것도 못하고 2시간을 뭉기적거리며 TV 주변을 서성이다가 저녁으로 닭죽을 두 그릇이나 먹고 일하러 나갔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밭 입구에 심은 매화나무 주변에 풀을 제거하고 금잔디(메리 골드)를 옮겨심기로 했다. 장난이 아니다. 둘이서 하는데도 겨우 한 그루를 정리하고 났더니 해가 뉘엿뉘엿 기운다. 한 그루를 하고 났더니 뭔가 요령이 생긴 느낌이다. 입구 쪽의 물막이 언덕과 두 번째, 세 번째 나무의 풀을 제거하고 금잔디를 옮겨 심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이 꽃이 워낙 향기가 강해서 뱀들이 오지를 못한다고 한다. 뱀의 침입을 막을 수 있을지를 모르겠으나 향기는 정말 강하다. 어성초 향이랄까.

 

8시 반에 일을 끝내고, 씻고 어쩌고 하니 금방 9시가 넘고 10시가 넘는다. 한심하게도 유튜브를 들여다보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 14일(수) 아침은 늦잠을 잤다. 5시 45분이 넘었다. 부랴부랴 일어나서 세수하고 커피 한 잔에 건빵 몇 조각을 먹었더니 어느새 6시 10분. 어제저녁에 일하면서 보았더니 마늘이 누렇게 쓰러져 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어머니와 의논해서 오늘 뽑기로 했다.

 

땅이 부드럽고 일부 마늘이 잘 뽑히기에 비닐을 걷지 않고 짚만 걷어낸 다음에 마늘을 캐 보았다. 잘 뽑히는 것도 있지만 깊은 곳에서 알이 찬 마늘들은 캐기가 쉽지 않았다. 비닐을 걷기로 했다. 마늘 줄기가 모두 살아있으니 비닐 걷기가 쉽지 않다. 둘이서 같이 해서 그나마 쉽게 벗겨낼 수 있었다.

 

마늘 줄기가 살아 있으니 작업이 매우 쉬었다. 그동안은 마늘이 충분히 자라게 한다고 거의 모든 줄기가 노랗게 말라버릴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마늘이 묻힌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없어서 캐는데 큰 힘이 들고, 마늘에 상처도 많이 입혔다.

 

마늘 줄기를 잡은 다음에 호미로 주변을 조심스럽게 파서 호미와 함꼐 잡아당기면 튼실한 마늘이 올라온다. 처음에는 쇠스랑으로 주변을 판 다음에 마늘을 캐니까 매우 쉽기는 해도 일을 두 번 하는 느낌이라는 그리미 말에 호미로만 캐기로 했다. 과연 속도가 난다. 둘이 앉아서 다섯 개씩 캐 나가면 된다. 세 번을 쉬어 가면서 작업을 마무리했다. 9시 반이 넘었다.

 

농약방에서 사다 심은 마늘이 제법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관리기로 땅을 잘 만들었고, 토양 살충제도 뿌린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된 모양이다. 이 마늘을 다시 심으면 제대로 나오지 않을 테니 전부 먹은 다음에 씨마늘은 다시 사다가 심도록 해야겠다. 내 농사 실력으로는 토종 마늘을 지켜서 제대로 된 마늘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9시 반까지는 날이 흐려서 작업하기가 좋았다. 어머니도 나오셔서 들깨 모종 작업을 하셨다. 오후에는 마늘을 묶고, 들깨 모종도 내야겠다. 시간이 허락하면 참깨 사이에 들깨를 뿌려 씨가 나오는지 보고 싶다. 심는 깊이만 잘 맞추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들깨 모종 11판은 어머니가 다 만드셨다. 자리를 잡아 물을 주고, 우리는 마늘을 묶었다. 줄기가 살아있으니 묶기가 좋았다. 50개씩 21개가 나오고 줄기가 빠진 마늘이 두 바구니 정도 나왔다. 꽤 많은 양이다. 지금까지 지은 마늘농사 중에 가장 성적이 좋았다.

 

그 이유는 첫번째로 씨마늘을 사다 심은 것이다. 재생산이 가능한 전통 마늘이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서 해마다 수확이 좋지 않았다. 결국 유전자 변형이 이루어진 씨마늘을 심어야 제대로 수확을 거둘 수 있다. 두번째로 마늘밭을 만들 때 관리기로 충분히 로터리를 깊게 해 주었다. 딱딱하게 굳은 부분이 없이 골고루 밭이 만들어져서 마늘이 뿌리를 잘 내렸다. 세번째로 토양 살충제를 한 것같다. 당시 농사일기를 보지 못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토양 소독제 즉 농약을 살포해서 병충해가 거의 없었다. 수확 20일 전 쯤에 영양제도 한 번 주었다. 결국 화학농법이 농업의 생산량을 늘려준다는 말이다. 가슴 아픈 일이다.

 

시간이 남기에 윗집에 올라가서 낮달맞이를 10포기 얻어다 돼지 감자 옆에 심고 물을 흠뻑 주었다. 물을 주는 김에 개복숭아 나무에도 물을 흠뻑 주었다. 진딧물이 붙었는지 개미들이 드글거려 나무가 힘들어 한다. 모든 식물은 물을 주어야 한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꾸준히 비가 내려줘도 좋은데, 열흘이 넘도록 제대로 비가 내리지 않으니 모든 작물과 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