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온화한 말투와 맑은 정신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다_221022~24_el veinticuatro de octubre el lunes_двадцать четыре октябрь Понедельник

지난 금요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친구와 선배 네 분이 농활을 오셨다. 오시기는 오셨는데, 농활이 아니라 놀러 온 것이라 실컷 놀다 가셨다. 선배 한 분은 코로나와 대상포진으로 올 봄 수개월 동안에 큰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동기는 나무가지에 눈이 찔려서 체력이 정상이 아니었다. 연어 회와 삼계탕으로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다. 그동안 몰랐던 놀라운 소식도 들었다.

 

토요일 아침은 오뚜기 크림 스프에 고구마를 썰어넣어 먹었다. 세 사람을 떠나 보내고, 4년 선배와 둘이 들깨 베어놓은 것을 두 시간에 걸쳐 천천히 옮기면서 새참을 먹었다. 도리깨질을 해 보지 않으셨다고 해서 시범을 보여 드리고 잠깐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골에 사시는 외삼촌 댁을 방문하면, 너는 노래나 하라고 해서 '진주난봉가'를 불러 드리면 즐겁게 일을 하셨다고 한다.

 

계획대로 점심을 먹고 죽주산성에 들러 한 시간 산책을 한 다음에 천왕역에서 헤어졌는데, 온몸이 뻐근하다. 아침을 먹을 때부터 시작해서 천왕역에서 헤어질 때까지, 선배는 끊임없이 말을 한다. 공부도 많이 하고 기억력도 좋아서, 중요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1박 2일을 함께 하는 동안에 선배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웠다.

 

첫번째로는 말이 온화하다. 표현하고 있는 대상이 매우 험한 것이어서 육두문자라도 쓸만한데, 최대한 절제하는 용어를 사용한다. 나는 지난 50여 년을 아무렇지도 않게 험한 말투로 살아왔는데, 이제부터는 선배처럼 온화한 말투로 살아야겠다. 말투와 함께 행동도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두루두루 생각해보니 말투가 험한 것은, 나뿐이었다.

 

두 번째로는 술을 자제하고 담배를 끊었다. 선배는 우리에게 그것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이틀 내내 자신을 잃지 않고 대화를 이어 나간다. 물론 대화법 내지는 화술이 뛰어나지는 않아 전달하려는 내용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단점은 있으나, 딱 석 잔 정도의 술을 천천히 마시면서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에, 중심을 잃지 않고 대화에 깊이 집중한다.

 

세 번째로는 열심히 공부한다. 좋은 일이다. 이렇게 열심히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 분야를 열심히 독파해서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풀어나갈 수 있다면 최선이다.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리깨질보다 말이 더 많은 선배 ~

일요일 저녁에 마을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어서 오후에 농원으로 내려왔다. 사촌누나가 내려와서 베어놓은 들깨를 일부 털어놓으셨다. 관리기를 예약하고 마늘 심을 준비를 하고 책을 좀 읽다가 잠들었다. 부천과 음성을 마실 다니듯이 왕복하고 있다. 11월 12일까지는 이런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월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뒹굴거리다가 그리미의 전화를 받고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책을 좀 보다가 9시 반에 밭으로 나갔다. 날은 쌀쌀했지만 햇볕이 좋았다. 들깨 더미를 덮어놓은 천막을 걷어서 말린 다음에 마늘밭에 덮어놓은 제초매트를 걷었다. 폭이 넓다 보니 혼자 작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왕성하게 뿌리가 내려진 풀까지 정리해야 했다. 부직포와 비닐도 걷어가면서 매트를 벗겨냈다.

 

지난 20년 동안 마늘밭에는 한 번도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지 않았다. 당연히 마늘농사 성적은 좋지 않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버지가 사다 놓으신 유기농 곰팡이 제거제와 지난 번 배추밭에 뿌리고 남은 살충제를 물에 섞어서 마늘밭에 뿌렸다. 그러고 났더니 12시가 넘었고 몸이 힘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대봉 한 상자를 보내 주겠다고 해서 고맙게 받았다. 그리고 추가로 2상자를 더 주문해서, 처갓집과 동생 사돈댁으로 보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쉬다가 밭으로 가서 들깨를 털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사촌 누나가 함께 하니 일이 쉽다. 4시가 넘어서 관리기를 빌리러 갔다 왔다. 밭에 들여놓으니 5시가 넘었다. 들깨를 마저 터는데 몸이 춥다. 그만 멈추자고 했더니 어머니가 끝을 보시겠단다. 두 번을 말리다가 어차피 내 일이 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계속했다. 두 분이 몸살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6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기분은 좋았지만 온 몸이 녹초가 되었다. 이틀 연속 작업을 하신 두 분의 몸이 걱정되었다. 따뜻한 생강차를 마시고, 좀 쉬다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술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피곤했다. 책을 보며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내일은 또 내일의 일이 있다.

 

단순한 아름다움 - 인천대공원 전시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