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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깃털도둑_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허구의 세상을 살아간다_커크 월리스 존스_220917 el diecisiete de septiembre el sábado_семнадцать Сентябрь Суббота

인간은 욕망을 절제할 수 있을까. 욕망이 어떤 것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개인마다 참을 수 없는 욕망이 하나쯤은 있다. 깃털도둑에서 월리스는, 그 욕망들 중 가장 고상해 보이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향한 욕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로서는, 적어도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라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이기에, 정도 이상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에 동의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묘하다. 월리스는, 주인공 에드윈 리스트의 속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부와 명예, 그리고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고를 쳤다고. 부와 명예를 추구한 것이 범죄의 실제 동기이고, 빠져나갈 때는,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미약한 정신병과 더불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다가 벌어진 '한 순간의 실수'라고 꾸민 것이다. 이것이 진실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월리스와 독자와 평론가 모두 진실은 외면하고, 극적인 허구에 매달린다.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떤 인간은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허구.

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거짓을 믿어버리는 기막힌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어떤 생명도 희생되지는 않았으니, 거짓이면 어떻고, 허구면 또 어떤가. 허구라는 거짓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 편하고 즐거운가. 

"이것들만 있으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문제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에드윈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중략)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이해하게 됐다.” (프롤로그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시련'이다. 박문호의 동영상을 보다가 흥미를 끌었던 아주 짧은 이야기였는데, 이 책에서 상세하고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물론 사실에 바탕을 둔 허구일 것이다.

월리스는 놀라운 인물이다. 가난 때문에 13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전문 교육이라고는 단기 측량 교육과 "런던 기계공학교"에서의 교육 뿐이었는데도, 대학 도서관에서 불과 5년 만에 독학으로, "새로운 종은 어떻게 출현하고, 어떤 종은 멸종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만들고, 평생동안 해답을 찾아간다. 월리스는 다윈과 비슷한 시기에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윈의 진화론이 '신을 부정하는 악마의 이론'이라며 끊임없이 공격받는 와중에도 진화론을 적극 옹호하며, 90평생을 런던왕립협회 회원(FRS : Fellow of the Royal Society)으로서 부와 명예를 누리며 평화롭게 살았다고 한다. 놀랍고도 부러운 일이다.

월리스에 대한 찬탄과 부러움의 한편으로, 월리스 또한 '원조 깃털도둑'으로서의 삶을 산 것만은 분명하다.

1. 월리스는 세계가 신에 의해 창조되었고, 인간이 그들을 관장하도록 소명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2. 월리스는 스스로 진화한 종들이 진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서 멸종된다는 것을 알았고, 멸종될 종들을 보존하기 위해 죽여서 박제와 표본을 만듦으로써, 소중한 생명들의 멸종을 앞당겼다.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가 이렇게 거칠고 투박한 야생에서 아름다움을 뽐내지도 못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중략) 언젠가 도시 사람들이 이 머나먼 곳으로까지 손을 뻗게 되면 (중략) 결국 이 아름다운 생명도 멸종할 것이다. (중략) 이런 의미에서 보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월리스와 베이츠는 브라질의 항구 도시인 파라에서 출발해 아마존강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표본을 수집하여 런던으로 보냈다. 그러면 표본 중개인인 새뮤얼 스티븐스Samuel Stevens가 중복되는 동물 가죽이나 곤충을 박물관과 개인 수집가들에게 팔아 비용을 댔다. 월리스는 브라질로 출발하기 전, 베이츠가 사는 레스터로 가서 사격 기술과 동물 가죽 벗기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월리스는 극락조의 깃털을 영원히 보존하기 위하여 극락조를 죽여 박제를 만들었고, 월터 로스차일드는, 월리스와 수많은 박물학자들이자 '생명 도살자'인 '깃털도둑'들의 사냥감들을 거대한 트링 박물관에 가두어 보존했다. 학자들은 그것들로 연구를 하여 지구의 역사를 밝혀내며 멸종된 생명들을 안타까워 한다. 에드윈 리스트는, 플라이라고 하는 예술품을 완성하기 위해, 박물관에서 썩어가고 있는 장물들을 훔쳐낸다. 우리는 백 년 전에 우리 손으로 멸종시킨 것들을, 박제로나마 지켜냈다고 위로하고 격려한다. 월리스의 이런 마음을 이해한다. 그러면 플라이를 재현하려 한 에드윈 리스트의 모든 행위도 이해해야 한다. 혼란스럽다.

"월리스는 1863년에 쓴 논문에서 표본을 그렇게 많이 모은 이유를 설명했다. “각각의 종은 지구 역사를 담은 여러 권의 책들 가운데 한 권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개별 단어와 같다. 단어가 몇 개만 빠져도 그 문장은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문명의 발달 과정에 반드시 수반되는 수많은 생명체의 멸종은 필연적으로 과거에 관한 귀중한 기록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작가 월리스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와 명예를 추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개인의 삶을 버리고 동시대인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자신의 이야기를 대비시킨다. 이 대비는 도대체 무언가. 참된 시민처럼 보이는 작가는, 어찌보면 하찮게 보이는 '깃털도둑'의 일탈에 왜 그렇게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일까. 

"이라크에서 종전 선언이 임박하자 나는 내가 놓은 덫에 걸린 꼴이 되었다. 목숨을 걸고 도망 나오려는 이라크와 아프간 난민은 아직 수없이 많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 사진 출처 : 더위키 : 날갯짓을 하는 작은극락조(Lesser bird-of-paradise,  Paradisaea min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