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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희망을 찾지 못한 채 참깨를 심다_220418 el dieciocho de abril el lunes_восемнадцать апрельпонедельник

해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어도 일할 때마다 다른 생각이 들어서 늘 새로운 느낌이었다. 오늘은 희망이 없는 느낌을 받아서 새롭다기보다는 우울했다.

 

작년이나 재작년을 돌이켜보면 친구나 부모님과 함께 작업을 하면서 참깨 씨앗이 잘 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다. 일은 힘들지만 2, 3일이면 끝나고 그다음에는 잘 자라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금년에는 최근 2년의 경험으로 참깨 씨앗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시 한번 모종 심기를 해야 한다. 일을 잘 끝내지 못할 것이 분명한 일을 한다는 것은,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안된다. 그리미와 통화를 하면서 이런 기분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므로 대안을 마련해 두기로 했다. 일단 신나게 씨앗을 전부 심어놓고, 참깨 모종도 넉넉하게 사서 다시 한번 작업을 하자. 원래 참깨는 그렇게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후속 작업을 준비해 놓았더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막연한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는 괴롭지만 예상되었던 일이 벌어지면 힘은 들겠지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밭이랑 45개 중에서 23개의 이랑에 파종을 끝냈다. 바람이 거세서 자꾸만 비닐이 벗겨진다. 오늘도 세 이랑의 비닐의 일부를 다시 묻어주어야 했다. 앞으로 이틀 정도에 걸쳐 15개 이랑에 참깨를 심을 생각이다. 5월 초에는 고추 모종과 고구마 모종을 심으면 심는 일은 끝난다.

 

봄바람이 거센 것은 늘 있는 일이다. 

 

무주의 인공 반딧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