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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구상반려암에 감탄하다_220227

어제와 비슷한 차림으로 아침을 먹었다. 빵이 샌드위치로 바뀌고, 샐러드가 바나나로 바뀐 것만 빼고.

 

구상반려암이 위치한 동의과학대는 민주화운동 당시에 많은 희생자가 난 곳이다. 이곳을 이런 이유로 오게 되리라고는 알지 못했다. 희생당한 많은 젊은이들의 생명을 추모하며. 그들은 죄가 없다. 독재자들의 부당한 폭력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학생들의 열정만을 기억해야 한다. 

 

축구장을 지나 작은 사무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해설사분과 3인 산책이 시작되었다. 반려암gabbro은 현무암과 동일한 광물 구성을 가진 암석이다. 현무암basalt은 마그마가 용암으로 분출하며 굳어져 생긴 암석이어서 화산암이고, 반려암은 지하에서 마그마가 천천히 굳어서 생긴 심성암이다. 심성암이 이렇게 드러나 있다는 것은, 땅이 융기했다는 말이다. 부산이 동해안에 위치해 있으니, 동해안 전체가 융기했다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반려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동일한 구성이지만 천천히 식은 반려암은 결정이 크고, 지상에서 빨리 식은 현무암은 결정이 작다. 두 암석 모두 어두운 색을 띄고 있는 이유는, 마그네슘Mg과 철Fe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반려암 gabbro와 현무암 basalt는, 보웬도표에 따르면, 장석 feldspar과 휘석 pyroxene으로 구성된 암석이다. 현무는,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북쪽을 관장하는 신화속의 동물이며, 공격을 담당하는 수컷 뱀과 방어를 담당하는 암컷 거북이 어우러진 암수한몸으로, 음양의 조화를 이룬 무반이다. '검을 현'자를 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북쪽은 검은색이며, 음양오행 중 물을 상징한다. 

 

현무 [ 출처 : 위키백과 ]

 

구상반려암은, 반려암이 식으면서 반려암 속에 녹은 광물에 의해 만들어진 둥근 띠가 생겼다. 어떤 곳에는 두 개의 띠가 만들어졌다. 핵과 띠로 구성된 놀라운 무늬가 거대한 암석 속에 묻혀있다가 풍화에 의해 겉으로 드러나서 우리 눈에 띄고 말았다. 멋지다.

 

구골나무(호랑가시나무)는 어린 시절에는 9개의 골짜기와 가시를 가진 잎을 가졌다가 튼튼한 나무로 자라고 나면 가시와 골짜기가 사라진 평범한 둥근 잎으로 변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부드러운 잎이 맛이 있어서 짐승들에게 자꾸 잡아먹히자 가시를 9개나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한 것이다. 신비롭다. 

 

벽오동. 우뚝 솟은 초록색 기둥. 봉황을 보지는 못했다.

 

리기다 소나무는 잎이 3갈래로 나눠지고 수피에서 바로 잎이 나기도 한다. 왕성하게 자라다 보니 그럴 것이다. 곰솔은 잎이 2갈래로 나눠지고, 수피에서 잎이 나는 경우는 드물다. 곰솔은 곰처럼 큰 소나무가 아니라 '검은' 소나무라는 뜻이다. 세상에나, 곰솔을 안지 10년 리기다 소나무를 안지 30년인데,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방오리나무는 오리나무 중에서 성장이 빠른 수종을 골라서 사방공사에 식재된 나무라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스레피 나무. 11월에 꽃이 피는데 벌과 나비와 곤충들이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파리의 도움을 받는다. 어쩌면 겨울로 접어든 때에 홀로 꽃을 피움으로써 대를 잇는데 매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만, 파리를 부르기 위해 암모니아 향이 나는 꽃을 피운다고 한다. 틀렸다. 꽃이 늦게 피어서 어쩔 수 없이 파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고, 홀로 꽃을 피워 경쟁없이 자손을 번성하게 하기 위해 늦게 꽃을 피웠다.

 

한반도에는 세계의 중요한 지질학 광경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통일은 아니어도 좋다. 남북이 평화롭게 왕래가 가능하게 되고, 지질여행과 숲여행을 겸해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올라가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 틀림없다. 평화를 지향하는 대통령을 뽑아서 두 다리가 건강할 때 즐기고 싶다는 꿈이 하나 더 생겼다. 큰일이다.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11시 반에 구상반려암과 숲해설이 끝남과 동시에 부천으로 출발. 네비에는 6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허걱.

 

쉬지않고 달렸다. 성주휴게소까지 와서 가스를 넣으며 잠깐 쉬었다. 3만원. 괴산 휴게소에서 잠시 내려 도너츠 2박스와 음료수를 사들고 다시 출발. 4시20분에 시흥하늘휴게소에서 다시 휴식. 4시 40분에 신의주찹쌀순대에서 순대국 4인분을 포장해서 집에 들어갔더니 5시다.

 

아들들과 저녁을 먹으며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았다. 즐거운 여행이었고, 역시나 아름다운 한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