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의 조식은 인당 15,000원. 맛있어 보이지만 아침 식사는 조금만 먹는 버릇이 들어서 간단하게 차려 먹기로 했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3병의 물로 낮에 이동하며 마실 따뜻한 보리차를 만들어 챙기고, 하나로마트에서 사온 양상추와 요구르트를 이용해 샐러드를 만들었다. 마트에서 빵 세 개를 4천원 한다기에 사서 가지고 왔더니 이틀째 아침 식사가 된다. 부엌이 있는 숙소를 구하려고 어묵을 샀는데, 부엌이 없다. 수도물을 받아 커피 포트로 물을 끓이고, 다 먹은 빵에서 나온 알루미늄 호일에 어묵을 손으로 잘라넣은 다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불려 먹는다. 배가 부르다.
10시 반에 이기대 제2주차장에서 문화관광 해설사 분을 만나기로 했다. 코모도 호텔의 주차장에서 5분 넘게 헤매이는 바람에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미리 문자를 넣어 10분 정도 여유를 잡고 갔다. 다행히 3분 늦었다. 아이 둘과 함께 젊은 부부가 우리와 같은 해설을 신청했다.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네며 바로 투어를 시작했다.
이 산속에 과연 바다가 있을까. 숲을 벗어나자마자 바다가 펼쳐진다. 뿌연 해무와 지독한 미세먼지 때문에 해운데 엘시티와 마린시티가 25세기 퇴락한 유령의 도시처럼 보였다.
동생말을 끝으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아미산 전망대는 오후 2시에 예약되어 있다.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1시 20분에 도착했는데, 전망대 주변에는 아무런 시설이 없었다. 뒤쪽의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국수나무에서 베트남 쌀국수와 로제 돈가스로 점심을 먹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아주 잘 먹었다.
낙동강 하구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단순한 모래등인데. 모래가 쌓이면서 만들어진 모양일뿐인데 말이다. 한참을 내려다 보았다. 망원경으로 고니의 모습도.
낙동강이 만들어 놓은 등 감상을 끝내고 몰운대 둘레길을 향해 다대포 해변으로 내려갔다. 바람이 그려놓은 다대포의 모래 작품 또한 근사했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자서 피곤이 몰려왔다. 차에서 20분을 자고 났더니 상쾌하다. 그래도 발이 무거워 왕복 한 시간만 걷자고 했다.
그러다가 산 속에서 길을 잃는 바람에 결국 둘레길 전체를 돌아나오게 되었다. 잃어버렸던 길을 다시 찾은 순간 그리미가 외쳤다. 복수초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그토록 보고싶던 복수초의 실물을 영접했다. 눈을 녹이기 위해 스스로 열을 내며 꽃을 피운다는 꽃. 영상 10도가 가까우니 눈속에 핀 모습은 아니었지만 깨끗하고 예쁜 모습이 황홀하다. 거친 환경에서 피는 꽃임에도 생각보다 크다.
바람은 거세다. 몰운대를 보기 위해서 전망대 여러 곳을 지나가야 한다. 길도 많다.
저녁은 회를 먹기로 했다.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바람은 거칠고 사람과 차들로 가득하다. 횟집 앞에서 고민도 하지 않고 숭어 한 마리를 부탁했다. 3만원. 그리미가 오늘 고생했으니 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라고 해서 개불. 만원. 그리미 본인을 위해 멍게. 만원. 포장을 후다닥해서 사람과 차로 붐비는 자갈치 시장을 떠났다.
중국집 홍성에서 삼선 볶음밥을 사려고 호텔을 나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유없이 문이 닫혀 있었다. 전화를 걸까 하다가 그냥 참았다. 20분 가까이 동네를 돌면서 볶음밥 비슷한 것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 숙소로 올라와서 그냥 먹기로 했다. 먹다보니 밥 생각이 난다. 햇반을 끓는 물에 담궈서 밥 비슷하게 만들어 숭어 비빔회와 같이 먹었더니 괜찮다. 회를 먹다보니 술을 안마실 수 없어서 맥주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둘이서 나눠 마셔 버렸다.
자기 전에 이렇게 많이 먹으며 힘드는데. 아니었다. 싱싱한 해산물은 속을 편안하게 한다. 게다가 왼쪽으로 누워자기는 역류성 식도염을 매우 억제한다. 일찍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킨 다음에 왼쪽으로 누워자면 역류성 식도염의 초기 증상은 충분히 자가치료를 할 수 있다. 저녁을 늦게 먹어야 할 경우에는 생선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아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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