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두 번 약을 쳤는데, 진딧물을 방제하지 못했다. 배추가 물러서 상처난 잎들을 자꾸 떼어내야 한다.
목요일부터 일이 발생한다. 코로나 덕분에 처제의 발이 묶일 뻔 했다가 금요일에 풀리고, 다시 금요일에는 그리미가 코로나 때문에 자가격리 되었다가 토요일 아침에 음성으로 판정되었으나 소극 자가격리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결국 세 사람의 결원이 발생하여 매우 어려운 김장행사가 예정되었다.
금요일 오전에 배추를 뽑으러 나갔다. 10% 정도의 배추에 진딧물이 끼어 있었다. 우리는 네 줄의 배추와 한 줄의 무를 작업해서 마음이에 싣고 집으로 왔다. 다섯 줄이 남았는데, 세 줄은 처가집, 두 줄은 외삼촌 몫이다.
배추를 절이는데 날이 따뜻하니 일이 쉽게 진행되었다. 두 시간 만에 절이는 작업을 마치고, 조금 쉬려고 했더니 윗집에서 갓김치가 남는다고 가져가라 하신다. 지친몸을 끌고 가서 20분만에 절반을 베어 왔다. 12시가 다 되어서 논으로 갔다. 메벼 논의 벼베기 준비를 하고 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오늘은 벼베기가 불가능할 것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벼 말릴 준비를 하고, 점심을 먹고 잠시 쉬다가 장을 보러갔다. 양파와 쪽파, 음료수를 사서 싣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동서와 조카들이 밀어닥친다. 쉴 틈도 없이 밭으로 가서 다시 세 줄의 배추와 한 줄의 무를 뽑아서 차에 실었다. 5시 반이다. 커피와 빵으로 간식을 먹고 6시가 조금 넘어서 삼양동으로 동서와 처제를 보내고, 나도 부천으로 출발.
길이 너무 밀리고, 세 사람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 토요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했다.
7시가 넘어서 간신히 출발했다. 토요일 아침은 어느 도로나 차들로 가득하다. 돌고돌아서 140분만에 음성에 도착했더니 어머니가 무를 씻고 계신다.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배추를 씻는다. 천재와 어머니, 나 셋이서 배추를 씻고 우주신은 실내에서 무채를 썰기로 했다. 대략 두 시간 만에 일을 끝냈다. 날이 따뜻해서 한결 일이 쉬웠다. 점심은 동생 부부가 중국음식을 잔뜩 사들고 와서 먹었다.
마늘을 믹서에 넣어 갈고, 쪽파와 갓을 썰고, 씻을 배추를 날라와서 속을 넣을 준비를 마쳤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속을 만들어 막 한 통의 김치를 완성했는데, 반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벼베기.
부리나케 정리를 하고 논으로 가서 메벼 한 트럭을 받아다가 우주신과 함께 차곡차곡 퍼 내리고, 다시 논으로 가서 한 트럭의 벼를 받아서 펴 놓으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김장도 마무리 되었다. 남은 절인 배추는 우리집에 한통, 처남에게 두 포대를 보내기로 했다. 한 시간 동안 김장 뒷정리와 설거지를 하고, 돼지고기를 삶아서 잘 먹었다. 그 와중에 윗집과 반장집으로 삶은 고기와 김장김치를 보냈다.
핵심인력 두 사람이 빠졌는데도 김장이 수월하게 진행된 것은 아들들의 도움도 컸지만, 각자 필요한 양만큼만 하고 남는 배추를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8시가 넘어 교통이 풀려서 우리 가족은 출발하고, 동생부부는 남아서 어머니와 하루 더 쉰 다음에 출발하기로 했다. 길이 막히지 않아 오산까지 한 시간 만에 도착해서 윤영이도 만나고 맛있는 태국음식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했지만 매우 좋은 하루였다.
일요일 아침 잘 자고 일어난 그리미가 김장통을 점검하고 보수한 다음에 가져온 절인 배추로 추가 김장을 완성했다. 두 시간 만에 끝났다. 나로서는 사흘에 걸친 긴 일정이었지만 벼베기를 마친 것까지 생각하면 나흘일을, 역대 최소병력인 7명으로 사흘만에 해치운 것이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