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지 않으려면 땅과 함께 살아야 한다. 내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땅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늘 함께 하는 땅. 일터, 놀이터, 휴게실, 서재, 집과 금고가 되는 땅을 말한다. 수백 수천 ㎡를 소유한 투기꾼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깃들여 살기에 적당한 규모인 200㎡ 전후의 땅과 함께 하는 삶.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나 지자체의 땅을 임대해도 좋다. 땅과 함께 사는 삶이 중요하다. 땅을 근거지로 하여 사는 삶이 중요하다.
코로나 상황으로 온 가족이 모이는 가원의 날이 힘겨워서 우리 집은 14일부터 15일, 동생과 누나는 15일부터 16일까지 농원에 모이기로 했다.
우주신은 계속되는 실험의 실패로 참여하지 못하고 천재와 함께 셋이서 내려간다. 어머니는 우주신이 가장 보고 싶으시겠지만. 오후 2시가 넘어서 출발했더니 길이 많이 밀리지 않는다. 도착하자마자 작업 준비를 했다. 어머니는 쉬라고 하시지만 참깨 베고 묶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어머니가 하우스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으셔서 그나마 일이 더 빨리 진행되었다.
낫을 갈고, 마음이의 짐칸을 정리하고, 천막을 펴는 작업을 했다. 금방 한 시간이 흐른다. 네 사람이 움직이는 데도 일은 쉽게 진척이 되지 않는다. 밭으로 갔다. 천재와 둘이서 열심히 참깨를 베어 마음이에 실었다. 네 줄을 끝내고 났더니 제법 양이 많다. 7시 반이 넘어서 해가 진다. 일단 철수.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났더니 벌써 열 시가 가까워진다. 설거지와 아침 준비를 위한 얼음깨기 시합을 했다. 천재가 설거지, 내가 아침 준비에 당첨이 되었다. 어머니가 아주 잘 하신다.
5시 40분에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빵을 준비한다. 졸린 눈을 비비고 둘러앉아 아침을 먹은 다음에 참깨밭으로 갔다. 새벽 공기가 서늘하고 좋았다. 셋이서 열심히 베었더니 9시까지 60% 넘게 베었다. 마당에 널어놓고, 어머니 혼자서 묶는 작업을 하다 보니 일이 끝나지가 않는다. 그리미와 천재까지 달라붙어서 그늘이 남아 있을 때까지 일을 하고 났더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너무 일을 많이 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푹 잤다. 깨어나 움직이며 참깨 묶기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누나와 동생 가족이 예상보다 일찍 오후 5시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조카가 가원의 날에 참여했다. 짐을 풀자마자 일터로 합류. 일손이 많아졌으니 참깨를 전부 베어버리자는 욕심이 생겼다. 묶는 작업에 다섯 사람을 배치하고, 조카 동생과 셋이서 참깨 베기. 낫질이 서툴러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작년에도 그러다가 결국 나 혼자 다쳤다.
해가 질 때까지 일하고 싶었지만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총 여섯 줄을 베어내고 났더니 이제 20%도 남지 않았다. 이 정도면 내일 아침에 한 시간이면 일을 끝낼 수 있을 것이다. 하우스 앞에서는 일이 많다. 참깨 묶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해가 지고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아서 천막으로 잘 단속을 하고 저녁을 먹었다.
얼음깨기 놀이로 대미를 장식하고 우리는 부천으로 올라왔다. 동생네 가족과 누나는 어머니와 함께 월요일 새벽에 세 시간이 넘도록 참깨를 베고 묶는 작업을 마치고 올라갔다. 동생은 어머니 고추 따는 일을 돕기 위해 하루 더 머물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원의 날에 노동 비중이 너무 크다. 놀이를 즐겁게 하더라도 육체노동이 몸을 자꾸 가라앉힌다. 일과 놀이와 가족의 유대를 위한 일인데, 너무 노동 중심이 아닌가. 땅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밭의 규모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해야겠다. 집과 정원과 텃밭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바꿔 나가야겠다.
'가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벼베기와 김장을 역대 최소 병력으로 끝내다_211030 (0) | 2021.11.01 |
---|---|
개선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농사를 계속해서 짓게 한다_211016 el dieciseis de octubre el sábado_wectbhachatb oktyaBpb cybbota (0) | 2021.10.16 |
우리 논에서 살던 뭇생명들의 고난이 슬프다_210802 (0) | 2021.08.02 |
신나게 일하고 즐겁게 놀다_210625~26 (0) | 2021.06.30 |
벌집과 원룸, 오피스텔 그리고 아파트먼트까지_210624 el veinticuatro de junio el jueves_двадцать четыре июнь Четверг (0) | 2021.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