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이 끝나가니 동물들이 자유를 얻는다.
우리 농원에는 개 세마리, 오리 20마리 남짓, 닭 20마리 남짓, 거위 2마리
고양이 4마리가 있다.
농사철에 자유를 얻는 동물은 고양이와 개 한마리이고
나머지 모든 동물은 우리에서 자유를 빼앗긴 채 생활해야 한다.
고양이들은 사람이나 농작물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음식물을 인간을 독촉하여 섭취한다.
쥐나 뱀을 잡아 우리를 감동시키기도 한다.
쌀가마 주변의 쥐들을 고양이들이 퇴치해 주지 않으면
쌀가마의 보관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언제나 자유를 얻는다.
오리들은 태어나어 논에서 일하도록 길들여진다.
그들은 그저 논물 속을 뛰어다니며 먹을거리를 찾다가
모내기 한 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오리 우리로 보내져
알을 낳거나 오리백숙의 희생양이 된다.
개 세마리 중에서 두 마리는 언제나 자유가 없다.
진도개 잡종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개를 억지로 맡기고 가신 작은 아버지는
순수한 혈통의 진도개라고 주장하신다.
어쨋든 이 개들은 논과 밭, 이집 저집을 아무런 개념 없이 돌아다니다가
아무 장소에나 실례를 하고,
고이 기르는 작물이나 꽃들을 망쳐버린다.
이들은 산책할 때는 제외하고는 언제나 묶여 있다.
우리 농원에서 제일 안된 생명체다.
거위들은 제법이다.
정농은 마당에 특별한 작업이 있지 않은 날에는
적어도 한 시간의 자유시간을 허락한다.
점잖은 걸음걸이로 두 마리의 거위는 마당을 산보한다.
요즘과 같은 농한기에는 거의 하루 종일 마당을 거닐 수 있는
자유를 보장 받았다.
다만, 심현에게 잔듸밭에서 실례를 하는 장면을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닭들은 농한기가 되어야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논과 밭, 마당을 몰려 다니며 마음껏 활개를 친다.
봄날 갓 깨어난 병아리를 대동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감동스러운 장면이다. 그러다가 고양이들에게 걸리면
새끼들을 잃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귀한 병아리들을 잃다보니, 사람들에 의해 닭들은 자유를 잃게 되었다.
농사일이 끝나가니 동물들이 자유를 얻게 되어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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