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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새 식구 둘을 들이다

우리 집에 식구가 둘이 늘었다.


첫번째 새 식구, 산비둘기.


언제나처럼 소화를 잘 못 시키는 그리미와 함께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데, 

귀여운 오누이가 새 한마리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산비둘기(꽃님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인 것 같은데,

날지 못하고 비틀비틀 걷고 있다.

그대로 두면 해가 지고 고양이의 먹이가 될 것 같아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들고 들어와 

라면박스 안에 낡은 수건을 깔고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물과 쌀과 땅콩을 함께 넣어 주었는데 몸을 추스릴 수 있을까?

뚜껑을 덮어 주었더니 눈을 감고 잘 잔다.



두번째 새 식구, 어린 은행나무.


은행나무에는 병이 없다고 한다.

그것에 착안해서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은 봄에 은행잎을 따서

녹즙을 내어 작물에 뿌려주어 해충을 막는다고 한다.


무일농원에 무농약 무비료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 

은행나무를 두 그루 산에서 옮겨다 심었다.

아직 어린나무라 잎이 많이 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은행나무가 더 필요하다 싶었다.  


아파트 주변에 워낙 은행나무가 많아 혹시 어느 구석에서

어린 은행나무가 자라고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저기 둘러보며 산책을 했다.



지난 여름 어린이 놀이터에 새로운 모래를 깔고 놀이기구를 다시 설치했다.

건너편에는 오래된 은행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다.

새 모래를 깔면서 있던 어린 나무들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그리미의 눈에 올 해 처음으로 잎을 내었을 작은 은행나무가 들어왔다.


베란다에서 쓰지 않는 난화분과 숟가락을 들고 다시 놀이터로 갔다.

모종삽이 없으니 무일이 먹던 숟가락으로 은행나무를 캐었다.

다행히 모래 밭이다 보니 숟가락으로도 뿌리까지 다치지 않고 잘 캐졌다.

올 겨울을 우리 집에서 잘 나고 나면 내년 봄에 농장에 옮겨 심어야겠다.


오늘은 부자가 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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