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곡에서 불광역까지 90분, 불광역 1번 출구에서 7212번을 타고 진관사 입구까지 15분 거의 두 시간에 걸쳐 등산로에 도착했다. 삼천사로 가는 계곡길을 따라 오르다 응봉을 올라 사모바위까지 갔다가 비봉을 거쳐 향로봉 입구에서 이북 5도청으로 내려간다.
친구가 열심히 기획했다고는 했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왜? 나도 북한산 다닐만큼 다녔다.
아니었다. 등산로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문명들이 사라지고 깊은 숲길이었다. 계곡을 따라 감동들이 이어졌다. 가는 길 내내 아름다운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그리고 단풍과 맑은 물이 함께 하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설악산이나 함백산에서나 이런 깊은 원시림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북한산에서도 코스를 잘 잡으면 얼마든지 원시림과 깨끗한 계곡을 만날 수 있다. 이슬비가 적당히 내려줘서 공기는 상쾌하고 기온은 서늘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아침으로 빵 한 조각을 간신히 먹고 나왔는데, 제수씨가 삶을 계란과 귤을 보내주셨다. 계란 두 개와 귤, 믹스 커피 한 잔으로 허기가 완전히 가셨다.
두 번이나 잠깐씩 길을 잃었다. 이야기와 경치에 정신이 팔려서 낙엽이 쌓인 길을 놓쳤던 모양이다. 덕분에 경사도 60이 되는 응봉 바위(?)를 타게 되었다. 오를 때는 몰랐지만 오르고 나서 뒤돌아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응봉(?)에 걸터앉아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거대한 사모바위에서 백운대와 인수봉을 바라보면 장관이다. 아! 위대하구나.
이북5도청 주변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파트와 고급빌라를 지으며 정돈된 서울의 모습을 보니 괜찮았다. 다시 7212번을 타고 불광역 앞으로 가서 허름한 중국집에 들어가 사천 탕수육과 볶음밥, 짬뽕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며 고량주를 마셨다.
행복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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