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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용산참사에 이어 세월호까지 제대로 반성하지 않으면 비극은 되풀이된다_210422 el veintidós de abril el jueves_двадцать два апрель Четверг

제1차 세계대전의 잘못된 처리가 제2차 세계대전을 낳았다. 2차 대전의 잘못된 처리가 냉전을 낳았다. 냉전은 6 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낳았다. 사인 사이의 문제에 시장이 개입할 수 없어서 용산참사가 일어났고, 세월호의 학생들이 희생되었다. 제대로 반성하고 평가하고 주의하고 노력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언제나 비극은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참깨와 들깨를 심느라 무릎과 허리가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사람을 사서 할까. 식구들이나 농활팀을 부를까. 24년 전 하이텔 농업과학통신연구회의 번개 모임에서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산불이 심해 홀랑 타버린 강원도 산골에 헬기 한 대만 띄우면 하루 만에 나무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자칭 발명가라는 분이 매우 자신 있게 이야기를 했다.

 

농사를 지으면 씨앗을 심기가 어려울 때마다 그 발명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맞는 말일까. 열심히 허리와 무릎 아프게 씨앗을 심어 놓으면 까치나 새들이 와서 파 먹는다. 위대한 자연 농사꾼들은 그러니까 꼭 3알씩 심으라고 한다. 한 알은 새, 한 알은 자연, 한 알은 나.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농사나 지어보고 하는 소리냐. 한 알도 나지 않는다.

 

엉터리 같은 발명가의 말이 내게는 더 호소력 있게 들린다. 씨앗과 묘목을 심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의 말이기 때문이다. 나도 돈 벌면서 다이어트 하려고 농사짓는 몸수지만 씨 뿌리기의 고통은 지난 16년의 경험으로 너무나 잘 안다.

 

진흙을 물에 개어 그 안에 씨앗을 넣어 작은 흙덩어리를 만들어 헬기에서 산으로 던져라. 그러면 때가 되면 싹이 날 것이다. 몇 번을 이 계획을 시험해 보고 싶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어떻게 콩알만한 진흙덩이에 어떻게 씨앗을 섞을 수 있겠느냐. 불가능하다.

 

오늘 마침 어머니도 계시지 않고, 어머니가 계셨으면 헛일 한다고 난리가 난다, 처제가 보내 준 온갖 씨앗들도 있고, 맥문동 씨앗도 남아있고, 도라지 씨앗도 남아 있고, 참깨도 심어야 하고 해서 결심을 했다. 일단 한 번 해 보자.

 

1) 모자리 상토흙을 작업대에 올리고 물을 섞어서 장갑 낀 손으로 개어 보았다. 잘 뭉쳐지지 않는다. 콩알이 아니라 눈깔사탕만 해졌다. 맥문동 씨앗의 절반을 이것으로 작업했다.

 

2) 밭흙과 상토흙을 1:1로 섞어서 물에 갠 다음 눈깔 사탕만하게 뭉치면서 맥문동 씨앗을 3알씩 섞어 보았다. 상토흙만 쓴 것보다는 잘 뭉쳐진다.

 

여기까지만 하고 라면으로 점심을 떼웠다. 어머니는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하시러 음성으로 가셨다. 흙덩이가 잘 말랐다. 잘 마른 흙덩이를 보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딱딱하다. 말리지 말고, 물에 젖은 흙덩이를 그대로 심어야겠다. 흙속에 들어앉아 있으면 공기 중에서 보다는 덜 마르겠지.

 

오전에 희망에 부푼 것과는 반대로 오후가 되니 날이 더워서 그랬는지 혹은 현실을 직시해서인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사기를 떨어뜨린다. 5시가 다 되어 뒷마당으로 가서 쥐똥나무 아래 비료포대 하나를 깔 정도의 공간의 풀을 정리하고 난 다음에 비료포대에 구멍을 내고 오전에 작업해 둔 맥문동 씨앗 흙덩이를 심었다. 물도 주었다.

 

흙덩이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도라지 씨앗은 상토흙과 섞어서 그대로 뿌려 보기로 했다. 세차도 하고, 부직포 정리도 하고, 잔듸밭의 풀도 깎느라고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비료 포대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흙 위에 풀들이 잔뜩 올라오고 있는 언덕에 손가락으로 흙과 도라지 씨앗을 한 꼬집씩 심었다. 꽤 많이. 성의 없이.

 

실수였다. 헛된 노동이었다. 한 개를 심더라도 풀을 제거하고 씨앗 구멍을 낸 비료 포대를 깔고 작업을 했어야 했다. 올해는 아마도 도라지 꽃을 3개 정도는 볼 것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도라지 씨앗을 다시 받아서 제대로 풀을 뽑고 비료 포대를 깔고 심어야겠다. 아울러 딸기가 잘 번성하고 있으니 더 옮겨 심는 작업도 해야 한다. 맥문동도 살아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dk

 

처남이 보내준 작업대 위에 맥문동 씨앗을 3개씩 분류해 놓았다. 참깨도 5개씩 분류해 놓을 예정이다. 잘 된다면.
첫째 줄이 밭흙과 상토흙을 섞어서 만든 씨앗흙덩이. 둘째줄과 셋째줄은 상토흙만으로 만든 씨앗흙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