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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금융의 시대에도 부동산 버블 붕괴의 파괴 효과를 예방할 수 없다_어게인 쇼크 01_210112 el doce de enero el martes

환경과 평화, 종교와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래서 행복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관심이 가는 과제 두 가지는 적절한 가격을 형성하지 못하는 부동산(경제)과 생각의 차이를 증오로 표출하는 것이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읽고 싶고, 증오의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고 싶다. 자유론은 전자책으로 출판되어 있어서 손쉽게 구했는데, '진보와 빈곤'은 전자책이 없다. 최배근 교수의 '호모 엠파티쿠스'를 대체할 책으로 꼽았는데, 워낙 인기가 있어서 내 순서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2011년에 최배근 교수가 쓴 '어게인 쇼크'가 있기에 대출했다.

 

우리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부유하고 아이들 세대보다 그러할지는 모르겠다. 부유해진 만큼 환경은 더 더러워졌고, 은하수의 별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을 두렵게 만드는 장관, 별이 쏟아지는 것같은 밤하늘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많은 곳을 찾아 다녔지만 실패했다. 남극이나 아프리카 사막의 어디로 떠나야 할까. 거대한 장관을 잃어버린 우리는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온 것일까.

 

"지금까지 미국은 국민들에게 부모보다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 왔다. 그러나 현재 절반이 넘는 미국 국민들은 자녀가 자신들보다 나빠질 것이라 예상한다. 이러한 예상은 경험의 산물이다. 1970년대 중반 이래 중위 소득의 노동자 소득이 정체했기 때문이다. 교육 시스템의 실패와 중간층 일자리의 소멸, 그리고 선진국 내 가장 낮은 사회 유동성의 결과물이다. 미래에 대한 미국인의 비관은 금융 위기나 40년간 이어진 미국의 정체와 관련된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지난 세기의 발전을 주도해 온 미국 시스템, 아니 4세기 동안 진보를 만들어 온 서양 시스템의 생명력이 소진된 결과물로 이해해야 한다.” (6-7쪽)

 

꼬리 위험 tale risk라는 처음 듣는 표현이 나온다. 위험 발생의 확률을 나타내는 정규분포곡선의 양끝에서 발생되는 위기를 말한다. 발생하기 어려운 곳에서 일어났으니 그 위험은 클 것이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곳에서 공황이 발생하여 경제와 정치의 위기로 이어지고, 결국 세계대전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초래했다. 그러면 꼬리 위험이란 공황과 같은 위기를 말하는 것일까. 잘 관리되는 세계 평화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리는 것일까. 2011년에 발간된 책이니 벌써 십 년이 되었다. 이 분석틀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과학이나 학문은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닐까. 예측은 못하지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지만, 즐거움은 줄 수 있다.

 

"꼬리 리스크란 좁은 의미로는 ‘거대한 일회성 사건이 자산 가치나 인명에 엄청난 손실을 줄 수 있는 리스크’를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시스템 실패에 따른 사회경제적 현상들을 지칭할 수 있다.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는 종 모양의 정규 분포 곡선을 따르면 바깥쪽으로 갈수록 높이가 낮아지는 꼬리 모양을 이룬다. 꼬리 리스크란 리스크 발생 확률이 매우 적은 꼬리 맨 마지막 부분에 위치한 데서 비롯한다. 금융 조직 전체에 걸쳐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던 글로벌 금융 대위기처럼 일본의 대지진은 꼬리 리스크에 해당한다. 발생 확률이 아주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14쪽)

 

일본 원전사고는, 진도 8의 위험에 대비한 원전에서 진도 9의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발생했다. 진도 9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웠는데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은 6.5다. 알아둬야 할 일이다. 꼬리 위험이란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위험이다. 그런 위험이 발생했다는 것은, 1) 확률을 너무 낮게 책정했거나 2) 위험 예방비용보다 발생 후 복구 비용을 너무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꼬리 위험은 일본 원전 사고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2009년 미국의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렇고, 2019년에 시작되어 1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코로나 대유행도 꼬리 위험에 속한다. 꼬리 위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 지금 세대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은 지속될 수 있는 것일까. 세계 수준에서나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라도.

 

모든 경제 정책 기구들의 전망은 맞지 않았다. 이 말을 입증할 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결국은 나의 편견을 드러낸 말에 불과하다. 일단 과거의 예측을 다시 들여다 보는 이런 기회가 있으면 반갑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현상 분석을 중심으로 겸손한 태도로 학문을 재정비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틀린 전망을 계속 내놓는 경제학자들을 보면, 마치 펜싱 연습을 열심히 해서 나라를 지키겠다는 국방장관을 보는 듯 하다. 차라리 의사들이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낫겠다. 그들은 병을 진단하고 고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모든 병을 다 고칠 수 있다고도 주장하지 않는다.

 

"2003년 골드만삭스Goldman Sachs가 처음으로 중국 경제가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하는 시점을 2041년으로 전망한 이래, 그 시점은 점점 앞당겨져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으로 전망하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IMF)은 중국의 환율 정책에 따라 2017년까지 내려 잡고 있다. 시점이야 어찌 됐든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시간이 많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환율전쟁exchange rate war으로 불린 통화전쟁currency war은 서막에 불과하다.” (19~20쪽)

 

한국의 학자들이 2017년부터 경제활동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틀렸다는 것을 밝힌다. 2019년까지도 매년 20만 명 이상 증가했다고 공식 통계가 나온다. 일본 경제의 추락은 저출산과 고령화일 수 있다. 부동산 수익에 올인한 일본인들이 스스로 일본 경제를 망가뜨렸고, 정치가들도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 번 망가진 경제를 저출산과 고령화가 지긋이 눌러 버리고 있다.

 

우리 나라도 아파트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 무엇이 다를까. 땅이 더 작고, 큰 도시도 더 적고, 기업의 기대 수명도 더 길고, 중국이라는 특별 수요처와 북한이라는 꽤 넓고 새로운 투자처가 있다.  그래서 당분간 부동산 투기는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 양도세를 낮추어 아파트의 매매 흐름이라도 돌려야 할 텐데,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경제 담당관료들의 생각은 이해가 가면서도,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리고 싶은 관료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일본과 다를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는 모양이다. 아파트 거품은 없다. 모두가 이렇게 생각할 때 진짜 거품이 만들어진다. 저출산 고령화 보다는 아파트 투기가 더 큰 문제일 것으로 믿는다. 투기로 흡수되어 늘어난 돈은 투기에서 빠져나와 생산 투자로 이어질 수 없다. 그 열매가 너무 달콤하기 때문이다. 이 생각을 뒷받침하는 경제 통계가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니 믿음이지 과학은 아니다.

 

"일본의 경험에서 보듯이 저출산과 고령화는 한국 경제를 침몰시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특히 청년 세대에게 필요한 괜찮은 일자리 만들기와 산업 구조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산업 체계의 전면적 재검토가 시급하며, 교육 시스템의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창출, 이를 위한 이해의 조정을 요구한다.” (29쪽)

 

           [ 경제활동가능인구(단위 : 만 명 / 출처 : KOSIS 20.10.6) ]

 

            (2019)           (2018)         (2017)             (2016)         (2015)

한국 :    4,450             4,418              4,393               4,361             4,324

일본 : 11,092           11,101            11,108            11,078           11,077

미국 : 25,917           25,779            25,508            25,354           25,080

독일 :    7,069             7,079              7,072               7,055             7,007

프랑스  5,364             5,343              5,319               5,294             5,267

 

2009년의 금융위기가 이전의 위기와 다른 점을 설명한 부분을 옮겨 보자. 부동산 이익의 거품은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자산 규모의 차이를 벌린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된다.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소유자들의 재산은 30%에서 절반 정도가 사라지는데, 비소유자들은 일자리를 잃어 생계의 위협을 받는다.

 

여기에서의 교훈은 설사 거품이 꺼지더라도 부동산을 소유하라는 말이다. 과도한 빚을 내서 꼭대기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부동산 소유자는 망하지 않는다. 거주 목적의 주택과 여가 생활을 위한 다차 정도는 소유하는 것이 자본주의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부동산 소유 과정에서 월 소득의 20%를 넘는 이자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땅 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면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더 들어가면 된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가원을 유지하거나 집값이 저렴한 지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비록 대도시로의 거주 이전의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금융 위기로 번지고, 통화를 풀어 위기를 넘긴다. 위기는 넘어갈 수 있지만 피해자는 구제할 수 없다. 게다가 생산에 투자되어야 할 자금들이 증발한다. 자본이 부족해 기업이 활력을 잃고 새로운 산업으로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 중국과 인도, 아시아라는 거대 시장이 우리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경제 체질이 좋지 못하면 돼지목의 진주 목걸이다. 경제체질이 좋은지 나쁜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부동산 거품이 얼마나 크냐이다. 부동산 거품 지수를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전 세계를 그물망으로 만든 금융의 실패가 만들어 낸 위기다. (중략) 둘째, 과거의 금융 위기는 IT 붐이 수반한 닷컴 버블dot-com bubble에서 보듯이 기술 붐이 수반하는 금융의 붐 앤 버블boom & bubble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기술 붐 없이 부동산 시장의 붐이 만들어 낸 버블이었다. 반면 새로운 기술의 붐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버블의 붕괴 이후에도 산업 지형의 변화 및 실물 경제의 확장이 남아 경제적 진보는 계속 진행될 수 있다. 셋째, 위기는 예측 실패라는 점에서 인간 지성과 경제학의 실패를 의미한다. (중략) 넷째, 금융 대위기는 G20 정상회의라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 체제를 등장시켰다."(36~41쪽)

 

이러한 새로운 경제 위기의 배경이 된 주요한 세계 경제 상황도 관심이 간다.

 

1. 금융 산업의 비중이 확대되었다. 20세기 초부터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연합하여 자본주의의 성장을 이끌었다. 돈은 안전한 은행에 쌓이고 필요한 곳은 기업이므로 필연의 과정이다. 1929년의 대공황으로 금융자본주의의 투자 집중에 따르는 위험성이 대두되어 국가가 개입하여 금융 규제를 실시했지만, 2차 대전 이후로도 금융 자본의 중요성은 확대된다. 아이디어가 있는 곳에 돈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계의 부와 연금도 증가하면서 금융기관에 쌓이는 자금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금융 산업의 지배력과 기업 경영에 대한 금융 통제가 증가하는, 즉 경제 중력의 중심이 생산에서 금융으로 이동하는 ‘금융경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다. (중략) 문제는 금융 자산의 증가가 부채에 의존한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1978~2008년 사이에 미국 금융 산업의 부채 비중은 GDP 대비 20%에서 120%로 6배 증가하였다." (47~8쪽)

 

   1) 금융 자산 증가 현황

 

       전세계 GDP (1990~2006) 10조 달러 => 55조 달러 (5.5배 증가)

       전세계 금융자산(동 기간)   12조 달러 => 196조 달러(16배 이상 증가)

       신흥국 금융자산 (1999~2006) 1.2조 달러 => 23.6조 달러(20배 이상 증가)

 

  2) 각국의 GDP 대비 금융자산 비율 (1990~2006)

 

       미국 : 303% => 405%    유로 : 180 => 303%   영국 : 287 => 359%   한국 : 83 => 198%

 

2. 금융 규제가 완화되어  금융 산업의 수익이 확대되자 인력과 자금이 몰려들고, 벤처 산업에 대한 투자는 정체되었다. 1930년 대공황으로 수천 개의 은행이 파산하자 1933년 금융 규제를 위한 글래스-스티걸 체제가 만들어졌다. 50년이 지나 금융 규모가 더욱 커지자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불고, 1982년 예금금융기관법으로 금융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된다. 20세기 이전에도 경제는 화폐 가치의 건전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고 중국 위안화와 유로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치를 겸하게 되면 화폐의 건전성이 높아질 수 있을까.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은 국제 화폐로 기능할 수 있을까.

 

  1) 미국 민간부문 전체의 임금 평균 대비 금융기관 임금 비율(1980년대 이전~2007년) : 108% => 181%

  2) 미국 전체 기업 이윤 중 금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 1980년(20% 이하) => 1990년(30%) => 2000년(40%)

 

3. 분배 구조가 악화되었다. 미국은 1980년에서 2006년까지 상위 1% 이내의 소득 비중은 10%에서 23%로 크게 증가한 반면 상위 1%~10%의 소득 비중은 약간 증가하거나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클린턴 시절(1993~2000년) 과 부시 시절(2003~2007년)의 상위 1% 이내의 소득은 연평균 10.3%, 10.1%로 증가했고, 나머지 99%의 소득은 연평균 2.7%, 1.3%를 각각 기록했다. 금융 주도, 무역자유화와 IT 기술의 발전으로 상위 1%의 소득은 대폭 늘고, 중산층 이하의 소득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2010년에서 2020년까지의 상황을 보면 상위 1%도 아니고 상위 0.1%의 소득이 더욱 더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한다. 분배 구조의 악화는 경제 성장의 가능성은 물론 회복 능력도 떨어뜨린다.

 

분배 구조의 악화는 단순히 양극화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0.1 또는 0.01%의 부유한 사람들이 세계의 부를 휩쓸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 금융의 시대가 50여 년간 지속되었고, 제조업과 농업의 생산성은 놀라워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인구를 감당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세계는 자유무역과 금융으로 단일 제국으로 나아가고 있고, 미국이 과도기의 세계 군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2009년의 경제 위기가 터지고 봉합되었다. 문제가 나타났으니 사피엔스 특유의 도전 정신으로 생존을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 중국, 인도, 아시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