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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그리스의 독립은 영국 주식시장에서 이루어졌다_사피엔스 02_Yuval Harari_201207 el siete de deciembre el lunes_cemb понедельник

우리나라는 따분할 일이 없는 나라다. 윤석열류의 검사들이 검찰 개혁이라는 대세에 저항하며 독재와 정의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 하고 있다. 공공선과 사익의 싸움으로 승패가 뻔히 보이지만, 거대한 부와 권력과 명예가 걸려있는 전쟁이어서 목숨을 걸고 싸움을 걸어온다. 공공선과 사익의 대립 위에 방법론, 개혁론, 민주주의론까지 대한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생각하고 평가하고 떠들고 욕하고 비난하고 비판하고 마침내 창조하게 만든다. 이런 활력들은 번영기에 민주주의를 더욱 융성 발전시킨다. 쇠퇴기에는 답을 단순하게 정하기를 좋아해서 히틀러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말이다. 수많은 페리클레스나 소크라테스가 이제 막 성장하려는 대한민국에 널려 있다시피 하다. 

 

3부 : 인류의 통합

 

"'인지 부조화'는 인간 정신의 실패가 아니라 핵심 자산이다.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있는 사피엔스들은 문화를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었다." (238쪽 다시 쓰기)

 

주제와 답이 명확해진다. 첫 번째로 돈. 모든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고 원하기 때문에 안 되는 일이 없고, 안 통하는 지역이 없어짐으로써 인류를 통합한다. 두 번째로 제국. 돈을 벌기 위해서든 안전을 위해서든 거대한 제국이 형성되는 것이 사피엔스들의 생활 향상에 이바지한다. 세 번째로 자본주의. 성장 또는 확대재생산을 지향하는 자본주의는 탄생하자마자 멈출 수 없는 바람처럼 전 세계를 휩쓸었다.

 

4부 : 과학혁명

 

서양에서 왜 과학혁명이 일어났을까. 첫 번째는 식민지의 개척이다. 금과 은, 향신료와 각종 생산물이 풍부한 땅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필요했다. 제임스 쿡은 1768년 '금성의 식' 연구를 위해 타히티로 파견되었다. 머나먼 뱃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쿡은 비타민 부족 문제를 귤과 건조한 채소로 해결하여 선원들을 희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의사들의 견해를 수용한 현명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금성의 식'연구와 함께 인근 대양을 탐험할 기회가 생긴 쿡은 호주와 뉴질랜드를 발견했고, 그 원주민들은 말살되었다. 정복과 세균으로.

 

두 번째는 자본주의다. 18세기까지도 과학의 연구는 개인들의 취미였다. 그 후 기업이나 국가에서 기술개발을 위해 돈을 투자하기 시작한다. 오로지 더 큰돈을 벌기 위해서.

 

세 번째는 무지에 대한 인정이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앎을 추구하고 그런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방법론이 개발된다. 실험이든 관측이든. 찬란한 과거의 문화유산을 그냥 외우고 받아들이는 문화에서는 과학기술이 발전하기 어려웠다. 대서양 항로도 아메리카 대륙도 인디언도 언어도 감자도 고추도 모두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알아야 지배할 수 있었다.

 

"16세기 스페인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로서, 광대한 세계 제국을 지배하고 있었다. 유럽의 많은 부분, 남북 아메리카의 큰 땅덩어리, 필리핀 제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연안을 따라 줄지어 건설된 기지들을 지배했다. 아메리카와 아시아의 보물을 가득 실은 선단들이 해마다 세비야와 카디스 항구로 돌아왔다." (449쪽)

 

이런 스페인에 맞서 1586년부터 80년에 걸친 독립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한 네덜란드는 제국을 건설한다. 그 배경에는 스페인에서 추방된 유대인 자본이 있었고, 신용으로 세계 금융의 메카가 된 암스테르담에 몰려든자본이 있다. 개척한 후 백 년 만에 뉴암스테르담을 영국에 빼앗겨(맨해튼) 밀려나지만 네덜란드는, 동인도회사가 200년 그 후로 네덜란드  정부가 150년 동안, 인도네시아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네덜란드인들은 정확히 어떻게 금융제도의 신뢰를 얻었을까? 첫째, 이들은 기일에 맞춰 전액을 반드시 갚았다. 그래서 대부업자들에게 신용을 얻었다. 둘째, 사법제도가 독립되어 있는 데다 사적 권리, 그중에서도 사유재산권을 보호했다. 자본은 민간인들의 재산을 보호해주지 않는 독재국가에서 새어 나와 법치와 사유재산권이 있는 국가로 흘러들어 갔다." (451쪽)

 

스페인이 국가 차원에서 제국을 건설한 것과는 달리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은 회사,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한 회사들에 의해서 제국을 건설했다. 프랑스는 이 과정에서 실패했다. 그 이유는 미시시피 버블 때문이었다.

 

"1717년(루이 15세 때) 미시시피 하류의 연안 지대 (중략) 미시시피 사는 여기에 엄청난 부와 무한한 기회가 있다고 떠벌렸다. (중략) 주식은 한 주에 50 리브르. (중략) 1719년 8월 1일에는 2,750 리브르 (중략) 12월 2일이 되자 주식은 한 주당 1만 리브르를 돌파했다. (중략)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가격이 완전히 비현실적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프랑스 중앙은행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총재인 존 로의 지시에 따라 미시시피 주식을 구매 (중략 /  존 로는 미시시피사의 사장) 프랑스 중앙은행과 왕국 재무성은 돈은 한 푼도 없으면서 무가치한 주식만 엄청나게 가지고 있는 상황 (중략) 큰손 투기꾼들은 제때 주식을 판 덕분에 대체로 큰 손실 없이 벗어났지만, 개미들은 모든 것을 잃었다.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중략 / 루이 16세는) 연간 예산의 절반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 지불금으로 묶여 있었던 것이다. 1789년 그는 마지못해 삼부회를 소집한다. 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150년 동안 열린 적이 없던 의회를 소집한 것이다. 그리하여 프랑스혁명이 시작되었다." ( 457~9쪽)

 

영국 동인도회사가 보유한 용병이 35만 명에 달할 때도 있었을 정도였지만 19세기 들어 회사들은 이제 정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마약 상인들과 마약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던 의원들과 각료들이 중국에서 아편전쟁(1840년)을 일으켰다. 그 결과 "19세기 말 중국 인구의 10분의 1에 이르는 약 4천만 명이 마약중독자였다." (461쪽)

 

그리스의 독립은 자본주의의 힘을 잘 보여준다. 너무 오랫동안 권력을 잡은 오스만 제국의 쇠락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 유럽 문명의 요람인 그리스를 살리자는 바이런의 행동은 그저 문학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1821년 그리스인들은 오토만 제국에 반란을 일으켰다. (중략 / 런던 금융인들은) 반군 지도자들에게 주식거래소에서 그리스 반군 공채를 발행할 것을 제안했다. (중략) 반란군의 패배가 눈앞에 다가오자 채권 소유자들은 돈을 잃을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중략) 영국은 국제 함대를 조직 (중략) 그리스는 마침내 자유를 얻었지만, 자유는 엄청난 빚과 함께 왔고 독립 그리스는 이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 그리스 경제는 향후 수십 년간 영국 채권자들에게 저당 잡힌 신세였다." (462~3쪽)

 

오늘날 국가신용등급이 천연자원보다 경제 복지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주는 이유는, 자본의 이동 때문이다. 자본이 없으면 경제를 돌릴 수 없고, 낙후한 경제로는 복지를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세 말 유럽의 가톨릭 지역에는 노예제도가 거의 없었다. 한편 근대 초기 유럽 자본주의의 부흥은 대서양 노예무역의 부흥과 함께 등장했다. 이런 재앙의 책임은 독재적인 왕이나 인종차별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고삐 풀린 시장의 힘에 있었다. (중략) 농업혁명과 마찬가지로, 현대 경제의 성장은 거대한 사기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인류와 세계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을지라도 기아와 궁핍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더욱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466 / 471쪽)

 

중국인이야기 이래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_201215

 

하라리는 후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움 이외에는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신이 바로 사피엔스라고 한다. 사피엔스의 길고 긴 역사를 돌아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열린 마음으로 인간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1818년에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를 만들려 한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실패했지만 길가메시의 어깨 위에 올라앉아 함께 가고 있는 현재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막을 수 없다. 건강과 불멸의 삶을 추구하는 길가메시에게는 어떤 악의도 없어 보이기에 그렇다. 그러니 그들이 가는 방향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자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브라질의 생물예술가(bio artist : 인간의 DNA를 꽃에 이식하여 새로운 꽃 모양을 만드는 예술가) 에두아르도 카츠는 적외선을 받으면 녹색으로 변하는 토끼 '알바'를 주문해서 받았다. 지난 40억 년이 자연선택의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인간 설계의 시대가 되고 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비유기물공학의 발전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사피엔스는 오래전부터 거세 기술을 자신과 동식물에 적용해 왔다. 인슐린은 대장균과 여러 종의 곰팡이 유전자를 조작해서 만든 약이다.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 시도되는 여러 연구들을 거부할 이유가 없으므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뇌를 더 강하고 건강한 뇌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니, 프랑켄슈타인의 일부는 조만간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래 기술의 진정한 잠재력은 사피엔스 자체를 변화시켜 신 비슷한 존재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하라리는 확신한다.

 

최근 몇십 년이 사피엔스에게 평화와 번영의 황금시대였지만, 역사의 흐름이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학자들은 제국주의 프로젝트에 실용 지식, 이데올로기, 기술 장치를 공급했고, 근현대의 과학도 제국의 지원으로 이런 성과를 거둘 수가 있었다. 돈 때문이다. 부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돈을 소유하고 있다면 어떤 위험한 과정에서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과학자와 제국 정복자들은 무지를 인정하는 공통점이 있었다. 1785년 벵골 최고법원 판사로 부임한 윌리엄 존스는 아시아 협회를 세우고 'Sanskrit Language'를 출판했다. 1830년 헨리 롤린스는 자그레스산맥 절벽에 새겨진 다리우스 대왕의 비문을 발견하고, 연구하여 쐐기문자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연구들에 자극받아 인도에 부임하는 영국 장교들(5천 명)은 길게는 3년까지 콜카타 대학에서 공부하는 전통이 만들어졌고, 인도는 영국의 지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근대 이전의 전통 지식은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중요한 않은 것은 몰라도 되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무지를 기꺼이 받아들인 덕분에 유연하고 활기차며 탐구하는 마음이 강하다. 1620년 베이컨은 "New Instrument"에서 '아는 것이 힘'이라며, 지식의 기준은 유성성이고, 지식은 굳이 진리일 필요가 없고 진리일 수도 없다고 했다. 오직 사피엔스에게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선지자들은 죽음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의미를 죽여하기에 바빴(378쪽)"지만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과학자들은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은 인류의 피치 못할 운명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의 무지가 낳은 결과였다(375쪽)"고 말한다.

 

가깝게 접촉한 사람이 감기 기운이 나타나게 되면 매우 불안해지는 코로나 상황, 검찰개혁을 둘러 싼 치열한 논쟁, 아파트 가격 급등으로 누적되고 있는 경제 위기 등으로 마음이 불편했던 상황에서 잘 읽었다. 가상의 실재를 창조하고 신뢰하고 행동하는 사피엔스의 놀라운 능력에 제일 먼저 놀랐다. 제국이라는 매우 불편한 체제가 인류의 통합을 이끌었고, 모든 사피엔스가 좋아하는 돈과 자본주의에 의해서 과학기술이 발전함으로써 사피엔스의 세계는 번영했다. 지구 전체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지식인들이 세계를 이끌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을 잇는 과학혁명은 신을 지향하는 새로운 사피엔스가 등장하는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그 방향을 잘 지켜보고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공수처가 설치되어도 검찰 개혁을 완수하지는 못한다. 국민주권이라는 가상의 실재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끊임없이 주지시키고, 자유와 인권을 넘어서는 더 멋진 대안이 나올 때까지 현재를 잘 관리해야 한다. 아파트 값은 빨리 오르면 더 빨리 떨어지게 되어 있고, 내가 마지막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계속 경고해야 한다. 유동성이 아무리 풍부해도 끝도 없이 공급될 수는 없다. 아파트 곡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코로나 이후를 즐기기 위한 자금과 계획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