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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허구의 공유로 더 큰 집단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_사피엔스 01_Yuval Harari_201130 el treinta de noviembre el lunes_тридцать понедельник

집은 휴식의 공간이면서 일터로 나가는 전진기지다. 기지에 홀로 남겨지고 나면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삶의 공간이 된다.

 

1부 : 인지혁명

 

사피엔스의 처음 60쪽의 내용이 매우 독특했다. 농담처럼 역으로 생각했던 일을 근거를 들어 설명한다. 빈약한 증거이기는 하지만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는 추론을 전제로 하는 모양이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특이하게 들렸다. 

 

1) 의사 소통의 대부분은 남의 이야기 즉 '뒷담화'다 : 진짜뒷담화는 물론이고, 정보나 지식의 교환도 뒷담화다. 너무 우습다. 진리를 발견하기 위한 진지한 토론 조차도 뒷담화일 수 있다니 말이다. 할 일 없는 이들이 모든 수다가 의미있는 의사소통이다.

2) 감시해야 할 것은 '사기꾼'과 '무임승차자'다 : 방관자는 위험한 존재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무임승차자의 잘못된 견해가 세상을 엉뚱한 곳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 정말 피곤한 일이다. 

3) 허구(상상, 신화, 종교, 법, 기업)의 공유를 통해 집단이 커진다 : 언어를 통해 진리가 아니라 허구를 공유한다니, 놀랍고도 그럴싸하다. 언어로 사실을 말하고, 행동으로 증명한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언어는 허구를 위해 존재한다. 허구는 존재하는 자연과 대립되는 가상의 실재이다. 허구가 곧 거짓은 아니다.

4) 사피엔스에게 '유전 혁명'은 더디고 '문화 혁명'은 빠르다 : 이런 식의 대비가 가능할 줄이야. 진화가 지구의 조화를 유지시켜 온 반면, 문화는 지구의 조화를 깨는 행위다. 문화를 창조하는 위대한 인간은 우리들의 편견일 수 있다.

5) 왕권신수설을 깨뜨린 국민주권 주의도 신화다 : 민주주의의 대안이 없다는 생각은, 틀렸다. 새로운 신화를 만들자.

 

"마법사 중 일부는 사기꾼이지만, 대다수는 여러 신과 악마의 존재를 진지하게 믿었다. 대부분의 백만장자는 돈과 유한 회사의 존재를 신봉한다" (59쪽)

 

25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가 사피엔스만 남은 것은 그들의 언어 능력 때문이었다. 허구(가상의 실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큰 집단, 더욱 노련한 생존 전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게다가 현대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잔인한 폭력성까지 갖추면서 인류는 사피엔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12,000년 전의 농업 혁명이 아니라 7만 년 전의 인지혁명이 사피엔스의 시대를 만들었다. 수렵채집 시대의 사피엔스들은 핵가족과 일부일처제 사회가 아니었고, 그런 특성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불륜, 이혼, 가족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있다.

 

인지혁명으로 사피엔스들은 수렵채집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만들어 왔고, 인류 역사상 가장 아는 것이 많고 기술이 뛰어난 사람들이 되었다. 그런데, 농업과 산업이 발달하자 '바보들을 위한 생태 지위'가 마련되었다.

 

제한된 식품을 먹으며 기근에 처할 위험이 높은 농부에 비해 수렵채집인들은 다양한 식품을 먹고, 전염병과 기근 같은 재앙을 좀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사피엔스들은 최초의 풍요사회를 누릴 수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말은 틀렸다. 인도네시아에 살던 사피엔스들이 호주 대륙으로 건너가서 정착한 45,000젼 전에 호주 대륙에 살던 50kg 이상의 동물 24종 중 23종이 전멸했다. 시베리아와 북극해의 순록과 매머드, 1,200년의 뉴질랜드에도 살아남은 것은 인간과 가축뿐이다.

 

2부 : 농업혁명

 

농업혁명의 인류 역사 최대의 사기이며 빠져 나올 수 없는 덫이었다. 농부들은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가지 밀을 돌보는 것 외에는 거의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으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있게 만드는 혁명이었다. 겨우 DNA 복사본의 개수를 늘리기 위해 삶을 포기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말이다.

 

좀 더 쉬운 삶을 추구한 결과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사치품은 필수품이 됙고 생존조건이 되어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 부지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농부들은 그토록 원하던 삶의 안정을 얻을 수 없었다. 잉여농산물은 정치, 전쟁, 예술, 철학의 원동력이 되었고, 인류 역사는 땀을 흘리지 않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이룩한 그 무엇이 되었다.

 

성공한 진화와 개체의 고통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생겨났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양들은 더 살치고 순하고 호기심이 줄어들었다. 뉴기니의 돼지는 눈과 코의 살점이 뗴어져 인간에게 사육되었고, 소들은 더 많은 우유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천륜의 정을 떼어야 했다. 가장 많이 살아남은 사람-소- 돼지 - 양 - 닭은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이 되었다. 닭은 10션을 살 수 있지만 3개월을 키울 필요가 없어졌고, 소는 20년을 살 수 있는데 3년을 넘길 필요가 없어졌다.

 

농부들은 수렵채집인들이 누렸던 언덕과 시내, 숲과 열린 하늘을 포기하고 좁은 구조물 속에서 인간과 그들의 동식물을 위한 인공섬을 자연에서 떼어내어 소유하며 살았다.

 

농업 혁명의 결과로 제국을 만드는데까지 수천 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대규모 협력의 본능'은 제대로 진화하지 못하여 분열과 전쟁을 피하지 못한다. 1991년 유고슬라비아는 국민 모두를 먹여 살리고도 남았는데도 피를 흘리며 싸우며 분열했다.

 

함무라비 법전(BC 1776년)과 미국 독립선언문(1776년)을 보면, 신화가 없다면 인간의 평등과 정의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우리가 함께 믿는 것 즉 '상상의 질서'다. 상상의 질서는 사악한 음모도 무의미한 환상도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잘 협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악하고 나쁜 것을 폐지하며,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함무라비의 정의다.  함무라비는 엔릴과 마르둑, 아누의 백성들을 신의 뜻에 따라 다스린다. (300개의 판결 목록 중에서) 귀족의 눈을 멀게 한 귀족은 눈을 멀게 한다. 평민의 눈을 멀게 한 귀족은 은 60세겔로 보상한다. 귀족 여성을 죽인 귀족은 그 딸을 죽여야 한다. (이상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이들은 창조주에게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포함하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 받았다. (미국 독립선언문의 내용)

 

미국과 바빌론 모두 신화가 없다면 국가의 질서를 유지할 수 없다. 제국은 '대량의 협력망'에 의해 유지가 되는데, 강제와 불평등, 압제와 착취가 횡행했어도 질서가 잘 유지되었다. 바로 상상의 질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신분이든, 천부인권이든 집단이 공유하는 믿음이 제국을 기능하게 했다. 볼테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하인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는 마라. 그가 밤에 날 죽일지 모르니까." (166쪽)

 

상상의 질서를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활발하게 노력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상상의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철저하게 교육시켜야 한다. 상상의 질서에 따라 세계를 건설하고, 상상의 질서에 따라 욕망하게 해야 한다. 집단에 속한 개인들을 연결하는 의사 소통망에 존재하는 무엇, 집단의 믿음 또는 '상호주관'에 의해 형성된 상상의 질서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냉소주의자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기에 탐욕이 없으나 공권력을 가진 사람이나 엘리트들은 상상 속의 질서가 무엇이든 신봉한다. 그들이 이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그 속에서 부와 안락과 권력과 명예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농업혁명으로 세금과 빚을 거둬야 했던 수메르인들이나 인도인, 중국인들은 쓰기 체계를 상상해냈다. 숫자와 목록을 기록하던 불완전한 문자 체계가 감정을 기록하고, 이야기를 창조하고 전달하면서 인간을 돕던 하인들인 쓰기 체계가 점점 더 주인의 자리로 올라서고 있다.

 

정부, 기구, 회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사람은 숫자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통계를 이해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미래를 말할 힘을 갖지 못한다. 900년 경에 인도에서 발명한 0~9까지의 숫자는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에 전달되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자연은 가능하다고 하고 문화는 금지한다.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행동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 것만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

 

흑인 노예제는 유럽 가까이에 아프리카가 있었고,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기후에 아프리카인들이 더 잘 적응한다는 우월한 생물학 특성을 기반으로 가까운 곳에서의 노예 사냥이라는 우연한 사건에 의해 촉발되어 만들어졌고, 폐지되었지만, 악순환의 결과로, 흑인은 열등하고 더럽고 사악하다는 인종 차별 의식이 굳어졌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병자나 시체처럼 질병을 옮길, 삶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를 혐오한다. 그 혐오의 대상을 여성, 유대인, 집시, 흑인, 게이, 무슬림 등으로 특정하면서 근거없이 차별해 왔다.

 

가부장제는 너무 퍼져 있어서 우연한 사건에 의해 촉발된 악순환의 결과일 수가 없다.

 

공격 성향의 야수는 전쟁지휘관으로서 최악일 때가 많ㄷ가. 그보다는 유화정책을 쓸 줄 알고,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줄 아는 협동 성향의 인물이 훨씬 낫다. 그런데 그런 특성을 고루 갖추었다는 여자들은 왜 가장이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뛰어난 정치가나 제국 건설자가 되지 못했을까. 농업혁명을 지나면서 남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