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에 친구가 왔다. 지난 8월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다. 늦은 저녁 겸 술자리를 마련해서 새벽 두 시 반까지 신나게 떠들다가 간신히 잠을 자고 8시 반부터 일어나서 일을 한다.
먼저 서리에 젖지 않아 깨끗한 벼를 저어서 말리고, 밭으로 가서 부직포를 걷었다. 핀을 뽑고, 부직포를 걷어 개는 작업이다. 혼자서 하면 두 장도 못했을 일을 네 장 정도 해냈다. 11시가 되어 물을 마시고 쉰 다음에 들깨를 털었다. 친구에게 도리깨를 맡기고 나는 작대기로 들깨를 두들겼다. 동생이 와서 함께 작업을 하니 훨씬 속도가 났다. 12시 반에 터는 작업은 끝냈다.
점심을 먹고 한 시간을 쉬다가 3시 반에 다시 밭으로 나갔다. 어머니와 동생이 들깨 채치는 작업을 하는 동안 친구와 둘이서 부직포 벗기는 작업을 했다. 6장을 벗겨내고 나니 팔과 허리가 아프다. 동생과 어머니를 밭에다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와 벼 비 맞이 준비를 했다.
먼저 벼를 일직선으로 모은 다음에 그 위에 부직포를 덮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조금 힘들더라도 직선의 폭을 더 줄여야 했다. 그래에 비를 맞는 면적을 줄이고 비닐에서 물이 흘러내리게 할 수 있었다. 부직포를 덮은 위에 다시 비닐을 두겹으로 덮고 났더니 해가 떨어졌다. 온종일 팔을 흔들며 작업을 한 것이 고된지 친구도 정말 힘든 일이라고 고개를 젓는다. 고마운 친구다. 힘든 일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주니 말이다.
저녁을 먹고 친구는 쌀포대를 싣고 서울의 집으로 떠나고 나도 부천으로 갔다. 내일은 동생이 어머님을 모시고 온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다. 어머니는 비맞는 벼가 걱정된다 하시는데, 나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부직포가 중간에서 물을 흡수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와 동생 덕분에 힘들지만 많은 일을 해 낸 한 주였다.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