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돈은 정보다 진하다_200609 las nueve de junio_ el martes_вторник

마음이 이리도 간사한 지. 마음이를 농부로서의 삶과 함께 할 친구로 생각했는데, 그에게 200만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할 생각을 하니 그만 정이 떨어지려 한다. 돈은 정보다 진하다. 중고차 시장에 들어가 더블캡 화물차를 검색해 봤더니 600만 원 정도면 오토매틱에 후방카메라, 좌석 열선, 블루투스 오디오 기능까지 전부 갖춘 멋져 보이는 차들이 즐비하다. 차령도 3년 미만. 와우.

 

기부하려고 수령하지 않았던 재난 기부금 100만 원과 농업용 차량 면세유 연간 20만 원( 10년이면 200만 원 / 마음이는 가스차라 면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을 합하면 10년에 300만 원의 새로운 소득이 생긴다. 실 비용 300만 원이면  부담 없이 중고 더블캡을 살 수 있다. 폐차비 30만 원은 차량 등록비와 점검비로 쓰면 된다. 논을 팔지 않아도 될 정도다. 돈에 대한 부담은 뜨거운 정과 따뜻한 기부를 바람처럼 날려 버린다. 부끄럽다.

 

어제 ayer 군산 삼촌이 보내주신 차량 고압세척기를 조립하느라 12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다. 간신히 6시 50분에 son las siete menús diez de la mañana. 일어났지만 일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다. 빈둥대다가 8시가 다 되어 매실을 따기 시작했다. 9시 20분에 더 이상 뜨거워서 일을 할 수가 없다 no puedo trabajar. 겨우 100여 개의 매실을 따고, 모과나무에서 병들어 가고 있는 모과 3개도 땄다. 일을 접었다. 샤워를 하고 들어와서 수소차에 대한 영상들을 검색해 보며 뒹굴었다. 농부로서의 삶을 살려면, 일찍 자야 한다. 

 

6시가 다 되어서야 몸을 일으켜 논으로 갔다. 집안에 있던 부직포들을 싣고. 친구와 함께 작업을 할 때는 편안했던 일들이 이제는 모두 부담이다. 부직포 한 장을 펴려고 해도 두 번 세 번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아직도 뜨거운 햇살이 몸과 마음을 모두 덮인다. 간신히 두 장의 부직포를 덮고 남는 부분을 잘라내었다. 

 

흙물을 뒤집어쓴 손발을 씻으며 생각을 했다. 왜 나는 논일을 하면서 온몸에 흙칠을 할까. 그리미에게 물었더니 원래 그런 사람이란다. 나도 깨끗하게 일하고 싶다. 손발을 씻으며 몸의 온도를 낮추고 흑미 논에 모떼우기를 했다. 멀리서 볼 때는 제법 모들이 잘 자란 것처럼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서 한 포기 한 포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시원찮은 것들이 너무 많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 모떼우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더위와 노동에 지쳐 축축 쳐진다.

 

오늘도 우렁이들은 보지 못했다. 그립다.

 

 

우렁아, 그만 놀고 일 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