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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분노는 필요없다 할 일을 할 뿐_200423 las veintitrés de abril_el jueves

오전 12시. 농기계임대 앱에 접속을 했는데, 모든 이앙기가 예약이 되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음성 센터의 이앙기를 보니 마침 아직 임대가 되어 있지 않았다. 멀기는 하지만 음성에서 5월 mayo 22일에 veintidos 이앙기를 임대 완료했다. 코로나 여파로 모든 농기계의 임대료가 할인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정부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양이다. 19일에 써레질을 하고 22일에 모를 심고, 25일에 우렁이를 넣는 것으로 올 벼농사를 시작한다.

 

어제 오후도 결국 땡땡이를 쳤기 때문에 오늘 hoy 할 일이 trabajo 많다 mucho. 그래 봤자 두 시간 정도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예상은 빗나갔다. 오전에 바람이 좀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바람은 거세다. 춥다. 옷을 세 겹을 입어야 했다. 

 

밭으로 나가 보니 부직포 한 장이 벗겨져  펄럭이고 있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먼저 처리하기로 했다. 사실 당연한 일인데, 똑같은 일을 또 해야 하는 상황에 짜증이 났기 때문에 망설인 것뿐이다. 거의 태풍급 바람이 분다. 한참이 걸렸다. 여기저기 빠진 핀들이 많아서 일일이 꽂아줘야 했다. 뱅뱅 꼬인 부직포도 풀어 가면서 다시 깔았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한 시간은 걸렸다. 

 

노루가 망쳐 놓은 멀칭 mulching 비닐은 처참하다. 스무 개 veinte 이상의 비닐이 부족해 보인다. 일단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가기로 했다. 하나를 할 때는 집중이 되어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두 번째 작업 대상을 찾을 때는 몹시 힘들다. 눈이 사방을 돌아보며 이 많은 구멍들을 언제 다 메꿀거냐며 짜증을 낸다. 일은 내가 하고, 아픈 것은 허리와 무릎과 엉덩이인데, 짜증을 내는 것은 눈이다. 괘씸한 녀석. 분노는 필요 없다. 할 일을 하자.

 

그렇게 세 시간을 더 일하고 나서야 90% noventa 정도의 작업이 끝났다. 나머지는 부직포를 덮으면서 대충 정리할 생각이다. 집으로 돌아와 이번 주 내내 걸렸던 작업, 두릅따기를 했다. 톱으로 쓸데없이 높이 alto 자란 두릅나무를 잘라서 집으로 옮겼다. 어머니가 커다란 물통에 담아 뿌리를 내신다. 윗집에 주실 겸 덜 자란 두릅도 키울 겸. 

 

헤르메스를 타고 지지대 쉼터에서 부천으로 이동하는 동안, 옷을 세겹이나 겹쳐 입었는데도 바람이 나를 내려치는 것이 아프게 느껴졌다. 소맥에 오징어 땅콩으로 아픈 몸을 달랜다.

 

어머니가 찍으시고 카톡에 올리는데 실패한 사진. 동생의 끈질긴 노력으로 성공해서 다운받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