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은 유권자들이 뽑는데, 언론이 대통령을 만들어 버리니 '권리를 소매치기 당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결국 정치인을 선택하기 전에 언론을 먼저 선택하고 키워내야 유권자로서의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 조국이라는 정치인을 선택했으나 그를 위한 언론을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는 바람에 온 가족을 희생 제물로 만들어 버렸다.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의 과제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언론도 만들고 검찰 개혁도 이루어졌으니 상처 뿐인 조국에게 더 큰 역할을 맡기고 싶다. 좀 쉬다가 다시 정치에 참여하여 보상받기를 바란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고,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속담도 지키고 싶다.
처음으로 언론이 만드는 대통령을 가졌던 나라는 미국이고, 진실한 언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퓰리처가 선도 역할을 했다. 개인 퓰리처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가를 대통령도 만들고 뉴욕시장도 만들었으니 행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기분은몹시 나쁘다. 21세기 스마트폰의 시대는 달라졌다. 미국 언론의 손가락질을 받던 트럼프와 한국 언론의 공격 대상이었던 노무현과 문재인이 각각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생생한 사례다. 유권자의 수준과 역량이 정치가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다. 미국은 트럼프 수준이고 한국은 노무현과 문재인 정도의 수준이다. 수준 맞추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남북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1864년 미국에 건너온 조지프 퓰리처.
"난 외국인이니까 결코 대통령이 되지는 못할 걸세. 하지만 난 언젠가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사람이 될 거야. (중략) 1884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그로버 클리블랜드의 승리, 1886년 뉴욕 시장 선거에서 (중략) 당선에 결정적 기여를 함으로써 언론권력자로 우뚝 섰다." (170쪽)
미국의 수준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가 나온다. 좋지 않은 역사는 일본과 미국이 닮은꼴이다. 교과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낀다. 공교육이 힘을 잃으면 좋은 교과서도 만들어질 수 없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한국의 현 상황은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징후다. 사교육에 매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의에 관계 없이 한국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엘리스섬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있는 에인절섬과 설리번섬에 관한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미국 정부가 교과서에서 삭제해 버렸기 때문이다. (중략) 에인절섬 검문소는 아시아인 이민을 억제하기 위한 일종의 이민자 수용소였다. 최고 3년까지 이곳에 갇혀 지내야만 했기 때문에 사실상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흑인 노예들은 설리번섬에 노예로 팔려왔다. 엘리스섬이 자유를 상징한다면, 에인절섬과 설리번섬은 수탈과 압박, 노예제도를 의미한다.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자유, 평등, 평화, 민주주의 등은 백인만을 위한 것이었다." (35쪽)
노동자들이 권력을 잡고 그들의 직접 참여로 건설하는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꿈. 모두가 자기 능력과 적성에 맞게 열심히 일해서 골고루 잘 살고, 놀고 싶으면 언제나 놀 수 있는 천국과 같은 세상은 아마도 언젠가는 찾아올 것이다. 일만년 쯤 지나서 모든 인간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놀고, 배려할 수 있는 체력과 지성과 부지런함을 갖추었을 때 말이다. 그때는 몸에 칩(chip) 하나 심어두면 기본 인성과 자세가 인스톨됨으로써 기본 상식과 인류애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교육으로는 불가능하고 디지털 기술로는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버그가 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면. 꿈같은 세상은 영원히 꿈으로 간직하고, 현실은 현실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도움은 주지 못할망정 다른 사람이나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너무 꿈이 컸던 혁명가들은 당대에 일만 년은 기다려야 할 꿈을 이루려고 과도한 욕심을 부렸다. 네차예프가 그런 사람이었다. 네차예프는 '혁명가의 교리문답'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 사회주의 혁명이 모든 사람이 골고루 행복해지는 것이었는데, 목표에 과잉 집착하다보니 모든 사람들을 골고루 불행한 길로 이끌고 말았다. 이런 교리들이 사회주의 천국의 꿈을 망가뜨린다. 네차예프는 러시아의 감옥에서 2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사망하지만, 그의 혁명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유럽에서 일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가끔씩 되살아난다. 골고루 행복하려는 사람들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할 때마다 네차예프의 이런 강령들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착각은 착각일 뿐이다.
"제1조 혁명가는 불행한 운명에 갇힌 사람이다. 혁명가는 자기만의 관심사도 없고, 일도, 감정도, 애착도, 재산도 없다. 심지어 그에게는 이름도 없다. (중략) 제4조 혁명가는 여론을 경멸한다. 혁명가는 현재의 공공도덕은 그 동기와 형태를 불문하고 모두 경멸하고 증오한다. 혁명가에게는 혁명의 승리를 돕는 것은 모두 도덕이고,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모두 부도덕이며 범죄다. 제6조 자신에게 엄격한 혁명가는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해야 한다. 혁명가는 혈육의 정, 우정, 사랑, 심지어 존경심까지,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 모든 감정을 혁명의 대의를 향한 냉혹한 열정으로 제압해야 한다. 혁명가를 위로해주는 것은, (중략) 오직 혁명의 성공뿐이다." (44쪽)
러일전쟁에 대한 강준만의 기록 정리는 좋은 참고가 된다. 혁명의 기운이 퍼져 사위어 가는 러시아 제국과 문명인이 된 일본인의 전쟁. 청일전쟁 이후에 일본의 대륙 진출을 저지하려 했던 러시아 제국은 독일과 프랑스의 지원을 받지 못했고, 미국과 영국의 직접 지원을 받던 일본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꿈에 그리던 한반도를 차지했고, 여세를 몰아 만주로 중국으로 나아갔다.파멸로 나아갔다. 조선과 일본 제국주의의. 러일전쟁의 시작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그 비겁한 전술로 시작된다. 선전포고도 없는 기습공격. 쉽지는 않겠지만 다시 한 번 한반도를 일본이 침략하게 된다면, 핵폭탄 수십발을 서울에 떨어뜨리면서 시작할 것이다. 선전포고도 없이. 한국이 일본을 침략하려고 했다면서. 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암살과 같은 방법으로. 싸드 포대는 일본을 향해 설치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1904년 2월 (중략) 뤼순항 안에 정박해 있던 러시아 함대를 향해 돌연 어뢰공격을 감행했다. (중략) 그날 일본은 인천 제물포 해상에서 러시아 군함 2척을 기습공격해 격침시켰다. 일본은 이틀 뒤인 2월 10일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중략) 러일전쟁은 국제 뉴스전쟁 (중략 / 종군기자단에는)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
(중략) 앤드루 카네기(3천만 달러), J.P 모건 등 미국의 대거업 6곳이 일본에 차관을 지원한 사실 (중략) "우리(미국)가 '공공의 선'이란 미명하에 작은 나라(대한제국)의 국권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해보라"며 "미국인 한 사람으로서 사죄의 뜻을 표하고 싶어"
(중략 / 루스벨트는)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맺게 했다. 이 밀약은 "러일전쟁의 원인이 된 한국을 일본이 지배함을 승인한다"고 규정했다. (중략) 1905년 8월 루스벨트는 "나는 이전에 친일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더 친일적이다"고 실토했다.
(중략) 일본은 스스로 먼저 강화조약을 맺자고 나서기 싫어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끌어들였다. (중략) 포츠머스 회담의 핵심은 한국을 일본에 넘긴다는 것이었다. (중략) 제2조에서 명시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지배적인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규정했다. 이 조약으로 뤼순, 다롄의 조차권과 장춘 이남의 철도부설권, 북위 50도 이남의 사할린섬을 일본이 가져갔다. (중략) 루스벨트는 포츠머스 강화회담을 주선하고 중재하여 세계평화를 이루었다고 1906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으며, 90여년 후인 1998년엔 미국 '타임'지는 루스벨트를 '20세기 최초의 위대한 정치적 인물'로 선정했다." (273~290쪽)
20세기 초반과 21세기 초반은 불과 100년의 차이다. 그런데도 핵폭탄과 수소폭탄이 은밀하거나 공공연하게 많이 개발되어 있고 한반도 주변국들의 경제력과 인구도 엄청나게 성장해 있다. 전쟁의 시대는 지난 것이라 믿는다. 혁명의 시대도 지났고, 천년왕국의 꿈은 그저 꿈이다. 오늘 나는 평화롭고, 내일도 평화로울 것이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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