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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고추말뚝을 박고 논둑을 밟다_190516~20

16일(목)은 매우 평화로웠다. 물을 대면서 논 바닥을 고르고 있었다. 써레질을 하고 논을 고르려면 시간이 부족해서 매우 초조하게 작업을 했는데, 써레질 전에 수평작업을 하다 보니 마음이 편안하다. 오전 작업을 하고 쉬다가 오후 작업을 했다. 선베드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주말을 보내고 20일(월)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바람이 몹시 불어서 고추가 휘청휘청 넘어지려고 한다. 도착하자 마자 말뚝을 박았다. 400포기만 심어서 한 시간 만에 말뚝박기를 끝냈다. 그 사이에 어머니가 고추 묶을 끈을 사 오셨다.


점심을 먹으며 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메벼논의 논둑이 물러났다는 것이다. 말을 점잖게 해서 그렇지 논둑이 터졌다는 것이다. 밥숟가락 놓자마자 논으로 달려갔다. 10미터가 넘는 구간의 논둑에 물이 새고 있었다. 지난 초봄에 굴삭기로 작업을 했지만 온갖 생물들이 뚫어놓은 미세한 구멍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결국 물이 담긴 상태에서 작업하지 않으면 논둑 작업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작은 굴삭기가 물속에서 작업을 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일일이 논둑을 발로 밟아 나가면서 구멍을 메웠다. 물이 새는 것을 완전히 막아 두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로터리 작업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지난 목요일의 평화는 폭풍전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