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틴 제국과의 전쟁에서 소아시아를 얻고, 사산조 페르시아 지역을 접수하여 양 강대국의 문화를 흡수한 이슬람 제국은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넓은 지식 제국을 지배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를 발판으로 스페인을 점령하고,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여 중국의 화약, 나침반, 종이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인도를 점령하여 무굴제국을 건설한다. 거대한 영토와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의 앞선 문화는 물론 인도와 중국의 지식까지 포용함으로써 이슬람 르네상스를 건설하고 스페인의 톨레도를 통해 지중해의 르네상스를 자극한다.
"바이트 알 히크마(지혜의 집)는 9세기 초 아바스 제국의 칼리프였던 알 마문이 설립 (중략 / 그때부터 500년 동안) 바드다드는 세계 최고의 도시였습니다. 서구에서 잊혀 가던 그리스 학자들의 업적이 이곳에서 계승되고, 축적되고 (중략 / 철학, 기하학, 천체학, 지리학, 의학 등) 탈라스 전쟁 이후 (중략) 메소포타미아에서 축적된 오리엔트 문화, 인도의 대수학과 수학적 지식, 중국의 제지술과 비단 직조술, 화약과 나침반 그리고 형이상학적 지식까지를 직접 접촉해서 받아들이잖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인류 문명 5천 년 역사에 이런 때가 없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0~13세기에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인류 최초의 르네상스가 일어납니다." (22~4쪽)
문명이 문명을 만났을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를 스페인의 발전과 몰락을 통해 설명하는 부분은 꽤 설득력이 있다. 개종을 하면 인두세를 면제해 주고, 개종하지 않으면 별도의 집단 거주지를 마련하여 인두세를 납부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 이슬람 제국은 한 번 포교한 지역에서 1,400년이 넘도록 이슬람 문명을 발전시켜 오고 있다. 단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바로 가톨릭의 스페인이라 한다.
"서구가 이슬람 문명을 받아들일 때 (중략) 첫 번째 계기가 십자군 전쟁입니다. (중략) 향료, 오렌지, 레몬, 커피, 설탕, 면화와 그 재배법 등 (중략) 아라베스크 문양도 이때 유럽에 들어갑니다. (중략) 튀니지와 모로코에서 건너간 이슬람 건축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무데하르 양식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유럽의 고딕 양식으로 이어집니다. (중략) 유럽에 정착한 커피 문화는 사람들에게 토론과 모의의 자유를 만끽하게 하면서 마침내는 시민혁명에까지 이르게 합니다.
(중략) 유럽에 이슬람 문명을 전달해 준 매개체였던 스페인 톨레도 번역소 (중략) 250여 명의 유대인과 무슬림으로 구성된 번역 전문 집단이 있었습니다. 번역을 지원한 주역은 가톨릭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이었습니다. (중략) 그러나 당시 지식인들은 유대인과 무슬림이었습니다. (중략) 스페인은 유럽에서 이슬람 문명을 가장 전 방위적으로 받아들이고 우수한 학문적 전통을 세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스페인이 유럽에서 제일 못 삽니다. 지식도 가장 낙후되어 있습니다. (중략) 1492년 그라나다의 이슬람 왕국이 패망하면서 지식인 공동체였던 무슬림과 유대인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과 학살이 이루어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중략 / 이슬람 나스르 왕조의 보아브딜의) 항복 문서에 보면 크게 세 가지 조건이 걸려 있습니다. 첫째는 알람브라 궁전을 그대로 보존해 달라, 둘째는 이사벨라 여왕의 통치 아래 들어간 주민들의 생존을 보장해 달라, 셋째는 지난 800년간 그래 왔던 것처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 그러나 스페인 왕국은) 당시 지식 집단이었던 모든 유대인과 무슬림들이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을 경우 학살하거나 추방해 버렸습니다. 나중에는 순혈주의를 내세워 개종한 사람들까지도 쫓아냅니다. (중략) 800년간 축적된 찬란한 지적 기반이 순식간에 상실된 것입니다." (64~71쪽)
이슬람 학교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이슬람국가, 시리아, 이란 등등에 대하여. 여성 차별 문제에 관해서 꾸란을 통해 1,500년 전에 정리한 내용을 아직도 곧이곧대로 전승하고 있는 것은 이슬람교 지도자들의 게으름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다. 시대에 따라 문화는 변해야 하는데, 꾸란만이 절대 진리이며, 무함마드를 마지막 선지자로 하여 미래를 막아 놓음으로써 무슬림들의 유연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안타깝게도 거대한 장애물이 되었다. 이슬람 세계에 새로운 바람을 기대한다.
물값보다 싼 원유 가격도 역시문제다. 유럽과 미국의 이익 추구에 중동의 자원은 수탈되었다. 역사를 되돌릴 수 없으나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또다시 이라크를 침략하고 이란을 협박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미국과 유럽이 석유 자원의 지배가 필요 없다고 느껴질 때 그들은 스스로 서야 한다. 그때 분열과 대립은 파멸로 가는 길이다. 내전을 부추기는 모든 세력들에 반대하면서 독재와 부패에 저항하는 것이 아랍과 이슬람에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미국과 유럽인들은 유대인에게 무릎까지 꿇고 사과하는 용기를 발휘하면서도, 이슬람 문명에 대해 저지른 죄악에 대해서는 뻔뻔스러운 얼굴로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것이 강자에게는 굴복하고 약자에게는 비정한, 냉혹하고 살벌한 국제정치다. 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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