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이야기/서재

인도 스케치 여행_180826 바스끄리씨예니에 Воскресенье

그리미가 좋아 한 책이다. 여행을 하며 그림을 그린 일본인의 인도 여행기. 감성이 달라서 내게 맞는 책은 아니지만 정보를 얻는 책이라 생각하고 읽는다.


고진하의 책에서 보리수 나무라고 소개된 나무가 이 책에서는 반얀나무로 소개되어 있다. 비 내리는 콜카타 식물원(고진하는 어떤 공원이라 했다)에 가지에서부터 흘러 내리는 뿌리를 가진 보리수 나무. 그 둘레가 400미터가 넘는 170년 수령의 거대한 나무. 압둘라가 자랑한 인도를 상징하는 나무. 보고 싶다.


강가의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부분에 위치한 삼천 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 바라나시. 그곳에 흔한 죽음이 있다. 바라나시에서는 화장을 하기 전에 시신을 강가에 세 번 담근다. 속세의 죄를 씻어내기 위해서다. 어떤 블로거의 조사에 의하면, 화장에 드는 비용은 5천 루피(85,000원) 내외로 360kg 내외의 향나무, 찬달라(불가촉천민 / 간디는 하리잔이라 불렀다)에게 주는 수고비, 불씨 기름 버터 향료 등의 구입비가 포함된다. 부자들은 10만 루피(170만원)를 쓰기도 한다. 불의 신 아그니로부터 선물받아 오천 년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았다는 신성한 불씨를 소유한 이곳의 찬달라들은 많은 돈을 소유한 권력자들이다. 3시간에 걸친 화장이 끝나고 나면 남은 재를 강가에 끌어다 버린다. 이 때 시신의 재 한 무더기를 지고 가서 바구니에 거르는 사람들이 있다. 망자의 몸에 걸쳐졌던 금부스러기를 채취하는 것이다. 죽음에 맞서 버티는 삶의 모습이다. 험한 일이다.


"마니카르니카 가트라고 불리는 화장터였다. (중략) 시신이 들것으로 옮겨왔다. 장례에 참여한 친척들이 연신 되뇌는 '람 남 사티아 하이'의 뜻을 묻자 '신의 이름만이 진짜다(이에 대한 해석은 달라서 확인이 필요하다. 문장이 안된다 / 무일)'라는 말이란다. (중략) 화장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고 스케치도 할 수 없었다. (중략) 모든 사람이 화장이 가능한 건 아니다. 다섯 살 이하의 어린아이나 돈이 없는 사람, 그리고 자살한 사람은 화장하지 않고 강가에 흘려보낸단다." (31쪽)


이옥순도 인도는 식민지 시절 영국에 붙어 살았던 군인이나 지식인들이 전혀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전한다. 총리라는 사람이 인도의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며 영국에 감사 인사까지 하는 나라다. 이 책에는 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나온다. 믿기지 않는 인도 문화의 현실이다.


"식민지였던 시절, 인도 전역에는 500명이 넘는 크고 작은 마하라자들이 각지에서 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영국도 마하라자들이 지위와 부를 유지하는 게 인도를 통치하는 데 유익하다고 보고 서로 좋도록 이용했던 듯하다. 독립 후 영토를 중앙정부에 반환한 전 마하라자들은 그 보상으로 정부로부터 막대한 액수의 연금을 비롯해 많은 특권을 얻어 냈다. 후에 연금 액수를 축소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200명 이상의 전 마하라자들에게 총 20억 엔 가까운 엄청난 연금이 국고에서 지불되고 있다. 특전도 굉장하다. 세금은 전액 면제이며, 비행기와 열차 일등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도, 전기도 공짜다. 외국으로부터 전부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으며 구입도 자유롭다." (67쪽)


앙코르왓트를 사흘에 걸쳐 봤기 때문에 힌두 사원에 대한 더 이상의 관심은 없다. 기억나는 것도 없다. 무희들이 많았다는 것. 거대한 얼굴과 돌더미와 한 몸이 된 무화과 나무의 뿌리. 그런데 다시 또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남부로 내려갈까. 두 가지. 안나두라이와 미낙시 사원. 첸나이를 가야 갈 수 있다. 델리에서 왕복 비행기는 12만원 이내. BC 2500년의 인더스 문명을 건설한 드라비다 족의 땅과 그에 대한 자부심을 설파한 정치가 안나두라이. 


마두라이도 가고 싶어진다. 냉정해야 한다. 여행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손님을 데려갈 레스토랑이 아니다. (중략) 가게가 깨끗하지 않고 그릇도 없어서 (중략) 바나나 잎이 그릇이어서. (중략) 부탁했다. (중략) 가게는 티루말라이 나약 궁전 바로 앞에 있었다. 카운터의 노인에게 2.25루피를 내고 표를 사서 2층으로 올라간다. (중략) 먼저 수돗물로 손을 씻는다. (중략) 남인도 특유의 서비스는 즐겁고도 황송했다. 테이블 사이를 걸어다니는 급사 양반이 밥 위의 카레가 줄어들거나 반찬이 떨어진 걸 보면 다가와서 더 얹어 준다. (중략) 배가 부르면 바나나 잎을 접어서 음식을 덮는다. 식사가 끝났다는 표시다. 접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음식을 계속 덜어 주지만 둘로 접어 놓으면 남아 있어도 상을 치워 준다. " (198~201쪽)


냉정을 찾고 보니 욕심낼 필요도 없고 내서도 안된다. 델리로 들어갔으면 그 주변을 여유롭게 구경하면서 쉬다 오면 된다. 한 번 가기도 힘든 나라니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미래를 기약하는 즐거움도 있다. 아래 쪽에도 인더스 문명의 원주민인 드라비다 족이 그들만의 문명을 지키며 멋있게 살고 있다는 것만을 기억하자. 터키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도 루피화가 약세다. 7% 이상 떨어졌으니 여행비 부담은 훨씬 줄었다.


모두 두 차례 석 달에 걸쳐 인도 전역을 돌며 유적지, 사람들, 호텔 방의 모습을 그려낸 작자의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줄자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열차 객실의 모습까지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애쓴 성의도 대단하다. 그림 초보로서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그려야할 지 알 수 없었고, 이 책이 어떤 영감을 주기를 기대했지만 현격한 그림 수준의 차이 때문에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다. 몇몇 호텔들은 묵어보고 싶다.


아, 한 가지 더.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 연습은 해 볼만 하다. 작자의 지도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것이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 인도 아대륙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