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 동안 인도에 너무 빠져 있었더니 다소 혼란스럽고 딴 세상에 사는 기분이다. 문화가 다른 것에 적응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그래서 인도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다가 눈에 들어 온 것이 이슬람학교다. 이슬람도 인도의 일부니 완전히 빠져 나온 것은 아닌데. 그래도 이슬람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이희수 교수의 강의록 '이슬람 학교' 두 권을 읽기로 했다. 쉽고도 재미있게 쓴 책이다.
전 세계에 이슬람 국가는 57개국이고, 16억명의 무슬림들이 있으며, 히잡을 강요하는 나라는 사우디와 이란 두 나라 밖에 없다. 명예살인이 인정되는 나라는 터키, 요르단, 파키스탄 밖에는 없는데, 이들 나라에서도 명예살인을 살인죄로 기소하기 시작해서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회수가 줄어들고 있다.
아랍과 이슬람은 다르고, 할례는 이슬람의 전통이라기 보다는 아프리카의 일부다처제 사회의 전통이다. 이슬람에서는 유목 민족의 전통을 깨뜨리기 어려워 일부사처까지 아내의 동의를 얻어 가능하게 하여 전통과 종교를 조화시켰다. 아랍이나 아프리카에서 기독교가 포교되지 못한 주요한 이유가 바로 일부일처제와 그들의 문화 전통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궁금한 문제, 여성 차별. 오아시스 쟁취를 위한 부족간 전쟁이 치열한 사막 유목민족의 전통에서 전사가 없으면 부족의 생존이 불가능했다. 전사를 늘리되 여성은 둘 또는 셋 정도로 집안 살림을 돌보거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 정도로만 유지시켜 공동체의 유지 비용을 줄이려 했다. 쌍동이 여아 중에 하나는 반드시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모든 부모는 같은 마음이라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려고 갖은 방법을 썼지만 부족 공동체의 압박은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사회의 전통으로 굳어져 왔던 것이다. 양자란 개념도 없다.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하여 오아시스를 점령하면 그곳에 살고 있던 다른 부족의 아녀자들을 모두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여 함께 살았다.
전쟁 노예도 없어서 전쟁에서 자신의 형제나 아버지가 죽임을 당했다고 해서 원수가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예부대가 이슬람 제국의 핵심 군사력이었고, 그들에 의해 수많은 새로운 왕조가 세워졌다고 하는 미국의 이슬람 연구와 개념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살펴볼 부분이다.
"이혼은 서구 사회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어디서 그걸 알 수 있냐면 첫 번째 이혼한 여자 ~ 세 번째 이혼한 여자에 대한 용어가 따로 있다는 사실입니다. (중략) 제일 나쁜 게 '탈라크'라는 일방 이혼입니다. (중략) 말 한마디 툭 던진다고 자동으로 이혼이 되는 건 아닙니다. (중략) 눈을 정확하게 마주친 상태에서 같이 살 수 없다고 또박또박 말해야 합니다.
부인이 알아들었다고 인정하면 그때부터 석 달간 유예 기간을 둡니다. (중략) 그 뒤 다시 세 번째 통보를 하고 법원에 신고하면 자동적으로 이혼을 승인해 줍니다. (중략) 탈라크가 분명할 때는 여성이 요구하는 상당 액수의 위자료를 함께 줘야 합니다. 위자료와 마흐르(남자가 신부집에 지불하는 지참금, 남편이 사고를 당하거나 이혼할 경우에 부인의 생을 책임질 돈으로 아내의 소유인데 처가집에 지불한다)를 같이 받는 겁니다.
여자는 어떤 전략을 세울까요? (중략) 두 번째 아내를 받아들여 내 밑에서 부리며 사이좋게 지내는 전략이 하나 있겠죠. (중략 / 또 하나는) 연하의 남자를 찾아갑니다. (마흐르가 1억이 넘는 큰 돈이기 때문에) 노총각은 많이 있습니다. (중략) 이런 시스템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잘 돼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혼이 많은 겁니다. (중략) 이혼한 뒤에 재결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크게 비난받지 않습니다." (239~243쪽)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희수는 아주 간단하게 이슬람 아니 중동(또는 근동, 중양)의 역사를 정리해 준다. 다 전제하고 싶지만 그러면 북 스포일링이 될테니까 요약해 보자. 재미있는 것은 BC 2333년이다. 한민족은 단군시대를 열었고, 중국에서는 요순황제시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아카드 왕조가 시작된 시점이다. 신석기에서 청동기로 넘어와서 지배 계급이 형성되는 강력한 국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모두 비슷한 시기다. 단군신화가 자세히 설명된 역사책이 성종때 완성된 서거정의 동국통감이라 했으니 1490년 경의 일이다. 그 당시까지 중국이든 한반도든 어떤 기록이 남아 있었기에 단군신화가 기록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자가 있었으니까.
"이스탄불 대학교에서는 인류 5천 년의 역사 중에서 자기네가 주도했던 4,800년을 역사의 중심에 놓고 가르치더라고요. 중동 무슬림들의 개념은 '중양 middle ocean' 입니다. (중략) 세계 4대 문명 중에서 3개가 다 중동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중략) 그리스 문명은 크레타 문명에서 비롯됩니다. (중략) 크레타 문명은 정확하게 남쪽의 이집트, 동쪽의 오리엔트 문명을 받아서 완성된 종합 해양 문명입니다. (중략 / 기원전 3500년의 수메르 문명에서 시작하여) 기원전 2300년경 아카드 왕국이 이미 오리엔트를 통일
(중략) 바빌로니아 왕국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기원전 1800년입니다. (중략) 바빌로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왕이 누군가요? 함무라비입니다. 282개 조항의 법전을 남겼습니다. (중략) 3,8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법전에 형법, 민법, 형사소송법, 국제거래법, 전쟁포로 배상교환법, 노사분규법, 가족법, 이혼소송법 등 현대법의 기본 분야와 정신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중략) 기원전 1600년경 히타이트가 오리엔트를 천하 통일합니다. (중략) 철을 제련하려면 섭씨 1,540도가 필요합니다. (중략) 당시로서는 '최첨단 테크놀로지 사이언스'였습니다. (중략 / 400년 후) 히타이트를 이어받은 나라가 페니키아입니다.
페니키아가 지중해를 중심으로 천하 통일을 합니다. '최초의 해양 민족으로 그들이 썼던 문자를 알파벳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략)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상인과 상인 사이에, 즉 민과 민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26개의 쉬운 부호를 만든 겁니다. 독점적 지식 권력이 처음으로 무너지면서 대중화되어 퍼지기 시작한 것이 바로 페니키아 문자입니다.
(중략) 페니키아 이후에 헤브라이가 이어받고, 메디아가 이어받고, 앗시리아가 이어받고 그리고 페르시아가 이어받습니다. 페르시아는 인류 최초의 제국입니다. 기원전 6세기죠? 이로부터 500년쯤 뒤에 로마 제국이 태어납니다. (중략) 폴리스는 작게는 2천 명에서 크게는 1만 명 (중략) 그래서 민주주의를 한 겁니다. (중략) 그렇다면 로마 제국의 모든 거버넌스(통치 체제)와 도량형, 유통 체계, 교통, 통신 등의 시스템들은 누구에게 배웠겠습니까? (중략) 다 페르시아로부터 배운 겁니다. 왜냐하면 페르시아가 최초의 제국이었기 때문이죠.
이 페르시아가 알렉산더에게 멸망하고, 그것을 이어받은게 파르티아고, 파르티아를 이어받은 나라가 사산조 페르시아고, 사산조 페르시아가 비잔틴 제국과 전쟁합니다. (중략) 서기 650년 정도 되면 오리엔트를 천하 통일합니다.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를 수도로 우마이야 왕조를 건립한거죠. 최초의 아랍 왕조입니다.
(중략) 아랍이 세계적인 제국으로 발돋움한 건 750년부터입니다. 이 제국이 500년 유지됩니다. 이것을 우리가 아바스 제국이라고 부르죠. (중략) 몽골이 1220년부터 동서양을 완전히 관통합니다. (중략 / 50여 년 만에) 이슬람권의 몽골 한국들은 이슬람의 용광로에 녹아서 점차 사라집니다.
(중략) 이젠 아랍족이 아닌 튀르크족이 이슬람 세계를 대표하게 되는 변화가 일어나죠. 오스만 제국은 인류 최대의 제국입니다. 600년 제국입니다. (중략) 아프리카와 모로코까지 진출했고, 중동 전역은 물론, 인도양까지 아우르고, 중앙아시아 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까지 진출했고, 유럽에서는 (중략) 빈까지 가잖아요.
(중략 / 1차세계대전에 패하면서) 600년 제국이 산산조각이 납니다. (중략) 거대한 아랍권이 22개 나라로 쪼개져 독립하게 되고, 터키 본토까지 다 빼앗겼죠. (중략) 터키, 이란, 이스라엘을 햡쳐서 오늘날의 25개 중동 국가가 된 겁니다." (38~50쪽)
그들의 표현대로 중양 middle ocean의 시대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겠다. 백 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에 오스만 투르크가 어떻게 그렇게 거대한 땅을 지배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답이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제국이야기에서 제대로 간파해 내지 못했던 부분이다. 다시 읽어봐야 할 모양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중국의 한나라가 BC 200년부터 서기 200년까지 400년 동안 중국을 통일하고 지배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파르티아가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하며 중국과 교류했다는 것이다.
"그리스 때는 페르시아가 있었습니다. (중략) 로마시대에는 파르티아가 있었습니다. 파르티아는 500년 제국입니다.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지속됐습니다. (중략) 크라수스가 동방 원정의 책임자로 파르티아를 공격하다가 전사함으로써 1차 삼두정치가 깨집니다. 그 이후로 로마에서는 파르티아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습니다. (중략) 파르티아는 중국의 비단을 비싼 값으로 로마에 팔고, 로망이 금은 세공품과 주화 유리 제품들을 중국에 팔았습니다. 이렇게 양 국가의 국제 교역을 통한 물적 기반을 토대로 500년간 유지됐습니다.
(중략) 사산조 페르시아 시대 때는 비잔틴 제국이 있었습니다. (중략) 사산조 페르시아와 동로마 제국은 300년간 전쟁합니다. (중략) 유프라테스 강이 문화의 경계선이었습니다. (중략) 이 두 슈퍼파워가 300년간 전쟁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300년간 두 제국의 치하에 살던 피지배 민족들의 삶을 추측해 보십시오.
(중략) 이 때 이슬람이 등장합니다. (중략) 오리엔트 지역에는 이미 인류가 만들어 왔던 온갖 지혜와 시행착오와 과학과 기술이 차곡차곡 샌드위치처럼 축적된 문화적 자양분이 있는 겁니다. 거기에 이슬람이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깃발을 꽂고 일어섭니다. (중략) 두 슈퍼파워가 싸우는 동안 유일한 정치적 공백이 바로 아라비아 사막입니다.
(중략) 300년간 전쟁을 하니까 1번 루트(비단길)가 마비됩니다. 여기를 못 지나가니까 우회로를 찾아야 됩니다. (중략) 사막을 횡단하는 최단 거리를 목숨을 걸고 찾는 겁니다. (중략) 새로 만든 루트가 메카와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메카가 허브 도시로 성장합니다. (중략) 바로 이 시기에 무함마드가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계시받고 무주공산인 사막을 가로질러서 페르시아로 달려갑니다.
(중략) 이슬람이 그 당시 슈퍼파워였던 사산조 페르시아와 비잔틴이라는 지식 창고를 동시에 장악합니다. 이제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겠죠? (중략) 이슬람 제국은 100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중동 전역은 물론, 중앙아시아, 인도, 북아프리카를 장악하고 711년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스페인, 732년에는 프랑스 파리 교외까지 진출하는 거대한 세력으로 성장합니다. 위로는 우즈베키스탄, 동쪽으로는 인도 파키스탄까지 다다랐습니다. 불과 100년 만에 세 대륙을 무슨 공기압 터지듯이 순식간에 퍼져 나간 겁니다.
(중략) 이걸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토마스 아퀴나스라고 하는 중세 최고의 신학자가 '한 손엔 칼 한 손에 꾸란'이라는 담론을 만들어 냈습니다. 믿지 않으면 죽이니까 무력과 칼의 위협에 두려워서 개종했다고 주장합니다. (중략) 한 번 이슬람화된 지역은 1,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슬람으로 남아 있다는 겁니다. 자발적으로 이슬람에 흡수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략) 이슬람 자체가 가지고 있었던 통치 노하우가 동시에 설명되어야 합니다. 이슬람 제국은 인두세 납부 조건으로 기존 종교와 전통은 보호해 줬습니다. 예측 가능한 삶을 경험하게 해 줬습니다. (중략) 처음으로 토지 공개념 제도를 도입합니다. 25% 정도의 토지세를 내는 조건으로 (중략)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사유재산을 인정해 줍니다. (중략) 기존 기득 세력을 그대로 살려 두고 인정해 주었습니다. 1%도 안되는 오아시스의 아랍 지배 권력이 광대한 지역을 통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통치 패러다임을 확 바꿉니다." (51~62쪽)
꼭 가 보고 싶었던 평화의 나라 시리아를 뭉개 버리고 있는 아사드 정권과 이슬람국가 IS(Islamic State)도 알고 싶었던 것들이다. 잔인한 것들이 중동과 지구의 평화를 짓밟고 있는데, 세계 난민기구에서는 불쌍한 시리아 시민들의 모습만 보여주고 적선(?)을 요구할 뿐 근본 문제를 보여주지 못한다. 언 발에 오줌이라도 눠야 하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언 발이 녹지 않듯이 따뜻한 방으로 발을 디밀어야 한다. 어떻게.
"IS는 알 카에다의 이라크 지부로 출발합니다. (중략) '유일신과 성전'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알 자르카위가 대표로 있던 단체입니다. IS의 핵심 지도부는 대부분 요르단 출신입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서 사담 후세인 체제가 붕괴되고 (중략) 수니파 주류 세력들이 하루아침에 반정부 세력이 되고 소수파로 전락해 버리죠? (중략) 후세인 시절에 훈련받았던 정예병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소외받아 오갈 데가 없졌습니다. 그들이 무기와 전술, 경험을 가지고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를 살찌웁니다. 그들이 지금 IS의 핵심 세력이 된 것입니다. 지금 IS의 전술과 전략을 시리아도 못 따라가고, 이라크도 못 따라갑니다. 미국도 쉽게 손대지 못할 정도입니다. (중략) 육군 소장 출신이 지금 IS군을 지휘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역전의 베테랑입니다.
(중략 / 시리아의 민주화 운동이 아사드에 의해 무력 진압되면서 시리아는 현재 8년째 내전 중인데) 이라크 북서부와 시리아 동북부가 무주공산이 됩니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이라크 팔루자를 중심으로 조그만 세력을 형성하던 IS가 전선을 넓혀서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반군에 가담합니다. 국제 반군입니다. Syria Free Army라고 (중략) 아사드는 서방이 몰아내고자 하는 사회주의 독재 정부로 (중략)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몰아내려고 반군에게 어마어마한 첨단 무기와 경제적인 지원을 할 거 아니에요. 그걸 바로 IS가 다 먹은 겁니다. 참 아이러니하죠? (중략) 반군의 통합사령부가 현재 터키에 있습니다. (중략) 아사드가 무너지면 바로 접수할 임시 정부가 터키 내에서 가동 중입니다.
(중략 / 시리아의) 반군끼리 서로 치고받고 하니까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의 강경파들이 이들과는 더 이상 같이 못 하겠다고 판단하고 독립해서 떨어져 나옵니다. 그 무기와 어마어마한 돈을 챙겨서 말입니다. 그게 IS가 됩니다. (중략) 은행 등을 공격 목표로 삼습니다. (중략) 인질 납치를 전문으로 합니다. (중략) 교도소를 습격합니다. (중략) 유전을 장악합니다.
(중략) 미국의 이라크 공격으로 죽은 민간인 희생자가 22만 명 정도 됩니다. (중략) 가족의 눈앞에서 희생된 사람만 22만 명입니다. 곱하기 5를 하면 직계 가족만 100만 명입니다. 어떤 도덕적 명분이 개입되더라도 생명의 가치와 무게는 누구에게나 동등합니다. 자기 가족과 자기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아닙니까? (중략 / 테러 집단을 궤멸해 나가는 것과 함께) 치유 프로그램이 동시에 가동되는 '투 트랙의 전략'이 필요한 겁니다." (63~73쪽)
알라의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는 세력들. 알 카에다와 이슬람 국가의 전사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무시무시한 공격은 테러라는 말로 비난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정규군을 투입한 강력한 군사작전으로도 박멸할 수 없다.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에게도 이기지 못한다. 사생결단. 최후의 1인까지 싸우겠다는 그들의 결기를 어루만지기에는 너무 멀리 온 느낌인데, 어떻게 결론이 날 지 자못 궁금하다.
종교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다큐멘터리도 보고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렇게 쉽게 잘 정리해 주니 고맙다. 비잔틴 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의 300년에 걸친 전쟁이 중양 지역의 사람들에게 위기 의식을 불러 일으켰고, 새로운 종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무함마드가 어린 시절 오만에서 시리아까지 대상 행렬의 낙타몰이꾼으로 본 가슴 아픈 세상에는 가장이 자신의 부인과 딸 조차도 노예로 팔아야 할 정도로 비참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부인 카디자의 후원으로 일자무식의 무함마드는 히라동굴에서 깊은 명상을 15년이나 계속했고, '이끄라 이끄라(읽어라 읽어라)'라는 첫 번째 게시(40세)부터 부인에게 전하여 받아적게 한 것이 오늘날의 꾸란이라고 한다.
"세 종교가 나누어진 결정적 신학 논쟁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학적 위상 문제입니다. (중략) 유대교는 (중략) 예수님을 버렸습니다. 하나님의 독생자로서 세상을 구원하고자 내려온 메시아라고 인정하지 않고 혹세무민한 위선자 사기꾼으로 보고 그 가지를 잘라 냈죠. (중략) 하나님만 믿으면 누구나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만민 평등과 보편 구원이라는 새로운 메시지를 줬잖아요.
(중략) 기독교가 존재하는 것은 세 가지 개념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죄를 대신 사하고자 독생자 예수를 보내 십자가 처형을 받게 합니다. 대속의 개념입니다. 그리고 3일 만에 부활하심으로써 기독교는 비로소 존재하게 됩니다. (중략) 예수님은 신성화되었고, 아버지 하나님과 다르면서도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중략) 이슬람에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지자가 5명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그 중 한 명입니다. 아담, 아브라함, 모세, 예수, 무함마드, 이렇게 5명입니다. (중략) '마지막 예언자'로 무함마드를 꼽는다는 게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리고 계시가 봉인됐다고 합니다. 더 이상 예언자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중략) 예수 이후 600년이 지난 시점에 이슬람이 나타난 것도 당시 시대상이 가히 종말론적이었기 때문입니다. (159~166쪽)
1권을 마치 동화책 읽듯이 얼른 읽어 내릴 수 있어서 기뻤다. 이슬람이 610년 이후에 1,400년 동안이나 꾸준하게 교세를 확장해 온 사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칼로 압박하여 전파했다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설명은 틀렸다는 것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아프리카와 아랍과 유목민족들 각각의 다양한 문화 토양에 뿌리 내리다 보니 많은 문제들이 생겼고, 하디스나 율법과 현대법으로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여성들이 모든 자유를 박탈당하고 철저하게 억압받는다면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에서 여성 총리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하이힐을 신고 다니면 소음죄로 처벌한다는 탈레반은 억압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괴물이다. IS가 풀기 어려운 숙제로 던져진 것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걸프전, 후세인 처형을 위한 미군의 이라크 침공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안타깝고 끔찍한 일이다.
무슬림의 땅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한다.
- 이슬람 학교 1 / 이희수 지음 / 청아출판사(초판 2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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