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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인도는 힘이 세다_180826 바스끄리씨예니에 Воскресенье

인도에는 이야기가 많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짬짜미 남들 모르게 일부 사람이나 기관, 조직, 기업이 자기들끼리 하는 부정적인 약속 라는 말이 있는데, 힌디어에도 비슷한 말이 있어서 재미있다. 우리말의 뿌리가 산스크리트어라고 주장하는 분이 있는데, 이런 단어를 발견하게 되면 흥분될 것이다.  


"찬드라굽타 황제를 도와 제국을 번영으로 이끈 차나키아는 나라의 녹을 먹는 자들의 '횡령하는 법 40가지'도 알려준다. 거기에는 제시간에 갚지 않기, 물건을 셀 때 속이기, 무게와 부피 속이기, 날짜 늘리기, 납품가격 올리기 등이 포함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에서 비자금을 마련하는 방식과 흡사하지 않은가. 차나키아는 카우틸리아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그 뜻이 배신인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중략) 인도에는 '짬짜 chamcha'들이 많다. (중략) 아첨꾼, 아부를 잘하는 사람을 이른다. 


(중략) 가난뱅이에게 아부하는 사람이 없듯이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드문 것


(중략) 어느 날 왕이 총애하는 신하에게 정의와 금화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느 것을 가지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신하는 금화를 가지겠다고 대답했다. 정의를 고를 것이라고 여긴 왕은 실망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 신하는 이 나라에는 전하의 좋은 정치로 이미 정의가 실현되었기에 금화를 선택한 것이라고 대답하여 왕을 기쁘게 만들었다." (94~5쪽)


한 달 만에 돌고 돌아서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왔다. 읽기에 불편한 무엇인가가 있다. 반론이나 의도를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싶어진다. 인도 힌두들의 현실을 설명하는 이옥순의 관점이 세상의 불평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책 읽기는 글쓴이가 전달하려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지만, 글쓴이의 철학과 의도가 상식에 어긋나다면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힌두들의 세계는 너무 다른 세계이다. 외국인을 불가촉천민이라 생각하여 선교활동도 하지 않을 정도로 신분에 대한 배타심이 크다. 그런 세계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이옥순에게는 있을 것이다.


"독립한 인도정부는 불가촉천민이 새로운 나라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특별제도를 만들었다. 그들은 정부의 특혜를 받아서 관직과 의원직, 교육기관의 입학정원과 교직의 일정한 비율을 할당받는다.


(중략) 불가촉천민으로 알려진 (전체 인구의 17, 8%에 달하는) 사회 최하층은 간디가 붙여준 하리잔(신의 자식)이라는 이름을 거부하고 스스로 달리트(억압받는 사람들)라고 부른다. 지난 60년 동안 교사나 공무원이 되어 사회적 상승이동을 이룬 달리트 중산층이 생겨났다. 


(중략) 자신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가진 달리트들이 평등을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와 집합적 행동을 벌여서 정부를 긴장하게 만드는 일이 적지 않다. (중략) 베다를 읽던 고상한 브라만들이 델리의 공중화장실에서 덜러운 일에 종사하는 것도 그렇다.


(중략) 특별혜택을 받으려고 스스로 불가촉천민으로 격을 낮추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굴욕은 잠깐이지만 실리는 수십년을 가기 떄문이다. 몇년 전에 라자스탄의 한 수드라 집단은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 당당하게 달리트가 되었다. 정부가 달리트에게 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 수직사회의 최하층을 자처한 것이다." (120~2쪽)


카스트는 인도의 오랜 문화다. 종교를 초월하고 학문을 초월한다. 김치와 된장국을 먹는 우리처럼 카스트 없이 살 수 없는 것이 인도다. 차별과 금지의 벽이 낮아지고 허물어지고 있지만 카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모든 문화가 들어와서 카스트에 녹아버린다. 그것을 화합과 융통성이라 말할 수는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랜동안 카스트와 함께 살다 보니 거친 사막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 된 것이다. 사막에 대수로를 내어 모든 시민들에게 물을 제공했던 가다피처럼 '인간이 존엄하다는 교육'이 마음 속의 카스트를 몰아낼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