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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제주도 여행_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과 교래리 곶자왈 자연휴양림_180727 금

푹 자고 일어났다. 어제 남긴 지리를 끓여 먹었다. 밥도 없이. 그런데도 비리지 않아 셋이서 맛있게 먹었다. 커피와 생크림 크로아상까지 곁들여 아침을 넉넉히 먹은 다음 함덕으로 향한다. 해수욕장 주차장에 무료로 차를 세우고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 모래사장으로 갔다.

 

파라솔이 이만원이라 해서 빌리지 않고 쉬고 있는 분에게 가방을 맡아달라 부탁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주변 경관이 아늑하고 푸르다. 물이 빠지고 있어서 그리 깊지 않은데도 안전 요원들이 엄청나게 관리를 한다. 밖에는 119구급대도 와 있다. 잘 갖춰진 해수욕장이라 마음이 정말 편안하다.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났더니 몸이 나른하다.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프런트에 샤워만 하고 내려오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어제 돌아오다 본 교래리 자연 휴양림으로 간다. 숙소에서 20분이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다. 주차 무료에 입장료 천원. 오름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반이고 생태탐방로는 40분이 걸린다 한다. 나오시는 관람객들이 아주 시원하다 해서 탐방로를 걷기로 했다. 걷기 전에 배가 살짝 고파서 크로아상을 하나씩 나눠 먹었다.

 

한 시간 반에 걸쳐 돌멩이 숲을 거닐었다. 잘 보존된 숲이 원시림처럼 그늘을 드리운다. 중간에 커피도 한 잔 마시며 거의 우리들만의 숲이다. 이상한 모양의 나무를 보았다. 덩굴이 나무를 감고 있다가 나무가 커지면서 덩굴을 끊어내고 성장한 모습이다. 나중에 숲 해설가에게 문의를 했더니 맞단다. 대체로 덩굴이 감긴 나무는 말라 죽는데 가끔 덩굴을 이겨내고 그 상처를 그대로 몸에 간직한 채 자란다고 한다.




 

여기까지 매우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 그런데 천재에게 운전을 시키면서 사단이 났다. 위험한 고비가 몇 번 있고 잔소리들이 오가면서 기분이 나빠지고 분위기가 또 험해졌다. 올레국수집에 도착했는데 밥맛이 없는데다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포기했다. 아래로 내려오니 삼대 고기국수집이 있어서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성질도 부릴만큼 부리고 목소리도 높일만큼 높였다. 그래도 감정을 억누르고 사과도 하면서 간신히 기분을 풀었다. 빙수를 먹으며 기분 전환을 하려고 하는데 어느덧 네 시. 공항에 갈 시간이다. 잘 보내 주어야 했는데 미안했다. 착한 아들인데 말이다.

 

아들은 잘 도착했다고 한다. 제주시내 올리브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특실을 할인 받아서 15만원에 사흘을 묵기로 했다. 숙소를 이리저리 옮겨 다닐 생각이었는데 담배 냄새도 안나고 깨끗해서 계속 묵기로 했다. 짐을 내려놓고 이번에는 차를 반납하러 간다. 이호테우 해변 앞이다. 휘발유가 조금 남았다며 오천원을 환불해 주겠단다. 고마운 일이다.

 

걸어서 해변으로 가는데 뜨거워서 걸을 수가 없다. 수영복을 준비해 와서 놀 수도 있지만 바닷물이 함덕이나 김녕처럼 옥색이 아니어서 싫었다. 눈이 높아졌다. 산양삼 라면집에서 만팔천 원 하는 라면을 구경하며 이천 원 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일본의 추리 소설이다. 가게에는 이호테우의 말을 헝겊으로 직접 만들어 팔고 있었다. 구경만 해도 즐거웠다.


아이들의 해변 축제 공연도 보고 해 지는 것을 보았다. 마트에 들려 회, 물과 음료수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지 않고 회에다 소주 한 잔 하고 푸욱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