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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제주도 여행_서귀포 자연휴양림에서 예쁜 나방을 보다_180729 바스끄리씨예니에 Воскресенье

나방은 참 아름다웠다. 몇 년전부터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좋아했다. 나방은 왜 아름다울까. 밤에만 활동하는데 아름다울 필요가 있는 것일까. 그렇게 자꾸 의문이 들다가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아름다움이 필요 없는 밤에 활동하지만, 낮에는 나무 그늘에서 잠을 잔다. 거의 무방비 상태로. 그 때 새들을 비롯한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꽃처럼 아름다워야 한다. 나방을 공격하려던 새들이 ‘어 예쁘네, 꽃인가?’ 망설이다가 그냥 지나친다. 나방은 그렇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서귀포 자연휴양림을 돌다가 든 생각이다.




여름의 숲은 꽃이 드물다. 산수국이 겨우 눈의 배고픔을 달래 주었는데, 이곳에는 누리장이 예쁜 꽃을 활짝 피우고 원기소 냄새를 고소하게 퍼뜨리고 있다. 사람주나무라는 이상한 이름의 나무도 보았다. 궁금하나 쉽게 해소하지 못한다. 그들만의 교과서가 있는 것일까. 독학은 안되는 것일까.






 

아홉 시가 넘어서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책을 좀 보다가 숙소를 나섰다. 휴양림까지 40분 정도 걸렸다. 숲 산책로와 생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이리저리 두 시간 넘게 시원한 나무 그늘을 걸었다. 산딸나무와 진달래가 우리가 알던 나무와 많이 달라서 봄에 꽃 필 때 다시 한 번 와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입장료 천원, 주차비 이천원으로 두 시간 반을 행복하게 놀았다.

 








점심은 물회를 먹기로 했다. 서귀포 바다를 보고 싶어서 대포항으로 갔다. 가장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은갈치요리전문점 대포항식당. 자리물회와 갈치국을 주문했다. 주인 아줌마가 자신있게 권한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탁자도 지저분하고 손님도 친구분들 말고는 없다. 그런데 다른 어떤 비싼 집 보다도 맛있었다. 비린내가 없다. 매운 빨간 고추와 제주도 된장으로 간을 했다. 대단하다. 특별하지는 않다. 약간 도톰한 작은 갈치가 한 마리 정도 들어있어 둘이서 실컷 먹을 수 있었고, 비린 맛 없는 깔끔한 물회도 시원했다. 생물을 가져다가 바로 냉동해서 쓴다고 한다. 가격도 물회 12,000원 국 13,000원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신나게 먹었다. 주인장에게 물었다. 왜 맛이 있냐고. 기본을 지키면 맛이 있다고 한다. 생물이 확보되면 음식을 만들고, 없으면 안 만들고. 맞는 말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의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해녀 할머니가 너무 뜨거우니 바다에 욕심내지 말고 그냥 쳐다 보란다. 맞는 말씀이다. 맑은 바다가 참 아름답다. 해녀는 보말을 따서 삶아서 까서 보말 칼국수 집에 납품하려고 하는데, 그 첫 단계인 보말 따기를 끝내고 삶을 준비를 하고 있단다. 휴대용 가스 레인지와 양은 냄비 하나면 준비 끝이다. 1kg에 4만원을 받는다. 50대의 농부보다 수입이 좋다. 투자비도 없다. 평생 한 눈 팔지 않고 몸으로 일해서 이런 경제 환경을 만들었다. 대단하다. 답답한 일도 많았겠지만 지금의 표정은 매우 평안하다. 당신이 타 보니 가슴이 뻥 뚫리게 시원하니까 제트보트를 한 번 타보라 권하신다.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였다.

 




땡볕 아래서 아무런 거침 없이 적어도 8만원을 버실 수 있는 능력자 할머니를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남겨 두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쉬다가 삼양 검은모래 해수욕장으로 갔다. 물색이 맘에 안들어서 다시 함덕해수욕장으로 갔다. 좋았다. 한 시간을 놀다가 숙소로 출발했다. 해가 곧 질 듯했다. 바닷가 도로에서 30분을 놀며 노을을 바라보았다. 사흘 연속 아름다운 해넘이를 본다. 드문 일이었다. 새로운 즐거움이었다. 우리 인생도 저 넘어가는 해의 어느 위치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늦은 저녁을 먹을 수밖에 없다.

 

저녁은 흙돼지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어제 술을 마셔서 오늘은 안 마시려 했는데 그리미가 소주 한 잔 하겠다 한다. 부화뇌동하기로 했다. 숙소 앞에 왕십리 양곱창 집이 있어서 그리로 갔다. 250g에 이만원인 모듬메뉴를 2인분 시키고 계란찜과 맥주 소주를 각 한 병씩 주문했다. 잘 먹고 마시고 밥도 한 공기 볶아 먹었더니 취기가 오른다. 편의점에 가서 끌레도르를 2+1으로 사고, 속이 불편한 그리미는 활명수를 한 병 사서 마셨다. 숙소에서 끌레도르로 더위를 식히고 잠을 잤다.  잘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