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와 우피치를 가 보고, 메디치가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언젠가는 메디치가에 대해서 공부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전 메디치가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었는데, 매우 신랄했다. 메디치가의 대표들은 하나같이 못생겼고, 우울하고, 폭력적이다. 그런 그들이 아리스토텔레스 이전의 플라톤 철학을 사랑하여 플라톤 아카데미를 세우고, 미술과 건축을 후원하고 수집했으며, 이탈리아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했다. 돈과 권력으로 얻은 지위이기는 하지만 성병에 걸린 메디치가 출신의 교황 레오 10세도 있었다. 별로 위대해 보이지도 않은 메디치가의 마지막 여인은 그들의 모든 재산을 헌납하면서 피렌체 밖으로는 반출할 수 없다고 유언하였다. 그리고 오래전에 나온 책 '토스카나'를 읽는다. 토스카나지방을 대표하는 프라토와 피렌체와 씨에나에서 사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지난 겨울 내내 온가족이 부벼대며 삼시 두 끼를 챙겨 먹었더니 행복하면서도 이래도 되는가 싶기도 했다. 남들은 온 가족이 찢어져서 식사를 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들은 3개월이나 되었는데도 사흘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식사하고 책 보고 산책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이야기하고 청소와 설거지를 하다보면 추운 겨울의 하루는 빠르게 흐른다. 그런데 일상으로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21세기의 토스카나에 살고 있었나 보다. 대규모로. 그들은 점심 때 회사에서 밥을 먹으려고 해도 먹을 사람들이 없단다.
"토스카나 남자들은 보통 점심을 다 집에 와서 먹어요." (중략) "아내가 일을 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각자 자기 엄마한테 가요."(55~6쪽)
놓고 싶었으나 혹시나 해서 끝까지 읽었다. 토스카나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해도 집에 와서 점심을 먹을 정도로 가족의 유대 관계가 좋다는 부러운 이야기를 읽었다. 하나의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한 것은 큰 기쁨이다. 피렌체와 피사와 씨에나가 토스카나 지역으로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는 사실도 새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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