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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시

목련꽃이 바람에 날리다

 

 

목련꽃이 바람에 날리다

 

 

무일   박 인 성

 

 

혹독한 겨울바람에도

복실한 껍데기 속에서

오래도록 새봄을 준비한

순백의 목련꽃이 

봄바람에 진다

 

봄은 

햇살만이 아니어서

눈부신 아름다움을 거두어 갔다
고라니 한 마리

달빛 교교한 밤에

봄바람을 이기지 못하여

새로 갈아놓은

고운 이랑위를

흥에 겨워 거닌다

 

그 발자욱 속에

사룸의 푸른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봄은

그저 바람든 기분만으로가 아니라

정으로 사룸을 잉태한다


 

* 사룸 : life. 일본이 만든 번역어 말고, 우리의 문화로 말과 글을 만든다.

 

* 고라니가 밟아놓은 비닐 속에서 새싹이 자라나서, 마침내 작물을 이기며 온밭을 덮는다. 사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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