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공연을 해야 해서 공연 연습을 해야 하는데, 부천으로 올라왔으니 오늘 연습은 참가할 수 없다. 어떻게든 연습에 참여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의 전화를 받고, 생각해 보겠다고는 했다. 그러나 가지 않을 것이다. 부탁하는 분의 간절하고도 당연한 이야기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서, 차마 잘라 거절하지 못했으나 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 유쾌하게 거절하는 방법은 없을까.
조용히 배울 것을 배워 실력을 키우고, 기회가 닿아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풍물 강사가 되어 사람들을 가르치고, 선생님으로 존경받으며 강사료도 받고 싶다.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1, 2년은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미처 실력이 쌓이기도 전에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너무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다 보니 사람들이 기대를 갖게 되었나 보다. 풍물에 대한 열정이 있으니, 풍물패의 보존을 위해서도 노력해 줄 것이다라는. 물론 그렇다. 내가 쉬는 시간을 줄여서 할 수 있다면 언제든지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상의 희생을 바라는게 문제다. 가족들과 지내야 하는 시간을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풍물을 열심히 배워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해 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가능할까. 더 배우고 싶으면 그만큼 의무를 가지라는 요구가 들어온다. 당연한 일이다. 의무에서는 해방되고, 배우는 욕심만 채울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음. 결론이 나온 것인가.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기대를 가지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과제다. 나를 아끼고 존중해 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내 생활의 자유를 희생해 달라는 요구는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만 하자. 그래서 더 많이 배울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더 배우지 못하는 상황을. 다른 사람들의 과제까지 내가 짊어지고 갈 수는 없다. 언제나 결론은 같은데, 매번 고민이 되니 시시한 음악가의 길은 시시한 고민의 연속이다.
'사는이야기 > 음악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틀렸구나_161010, 월 (0) | 2016.10.10 |
---|---|
다리가 후들거리게_160807 (0) | 2016.08.07 |
차르다시 연주 독학으로 가능하다_160730 (0) | 2016.07.30 |
풍물 합주에 대하여_160203, 수 (0) | 2016.02.04 |
우리는 언제나 너의 당신이다_오카리나 연습이야기_151223, C511 (0) | 2015.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