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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음악이야기

차르다시 연주 독학으로 가능하다_160730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3개월째 꾸준한 연습의 결과 자신감이 생긴다. 지난 4월 30일에 리코더 연주를 지도해 줄 선생님을 찾았지만 만나지를 못해서 한 마디 한 마디 연습한 결과다. 앞으로 1년 정도 더 연습하면 해낼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음악, 몬티의 차르다시! 

 

이 곡은 지금으로부터 5년 여 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듣게 되었다. 중국인 연주자의 리코더 연주를 듣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리코더를 들고 연습을 했다. 안된다. 이런저런 노래들을 불어대며 몇 달간을 리코더에 머물렀다가 오카리나로 넘어와서 김광석과 산울림 노래 몇 곡을 연주하게 되었을 때, 다음 단계의 노래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그래서 캐논 변주곡과 엘콘도 파사로 넘어갔다. 그러는 사이 2년이 훌쩍 흘렀다. 캐논 변주곡을 어느 정도 흉내내게 되면서 '아, 이제 어려운 곡들도 연습하면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엘콘도 파사는 이제 두 달 여를 연습했지만 입구에도 들어서지 못했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마치 꽹과리의 '그랑'이나 '지겐' 소리를 내는 데 2년 이상이 걸린 것처럼 엘콘도 파사도 전문가가 연주하는 맛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비슷한 정도의 연습 기간이 필요한가 보다. 연주 속도를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다.

 

장구와 꽹과리에서도 과제는 많이 남아있다. 장구의 '기닥'은 흉내는 내지만 완벽하지 않고 '드르락'은 되지 않는다. 시간 투자를 그만큼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다. 올해는 장구의 채편을 제대로 돌려보고 싶다. 꽹과리에서 동해안 별신굿의 '드렁갱이'를 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다.

 

리코더로 연주하고 싶은 음악 중의 하나로 차르다시가 있다. 이 곡이 거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지만 흉내낼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정말로 마지막 단계는 파가니니(Nicool Paganini)의 '카프리스(24 Caprices for violin solo)'가 아닐까. 나는 비록 대중을 감동시키는 연주자는 아니지만 내 음악에 스스로 감동할 준비는 되어있다. 그러나 단장님은 자기 소리에 지나치게 취해 버리면 잘못된 음악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하시면서 언제나 다른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혼자서만 지나치게 열심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떨 때는 내 음악에 빠져 드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차르다시는 '시골여관'이라는 뜻의 차르다(csarda)에서 나와 시골 농부들이 여관에 모여 춤추며 놀던 음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엄청난 속도의 우리 풍물을 생각하면 헝가리의 농민들도 꽤나 경쾌함을 즐겼던 모양이다.

 

집시음악의 특성으로 느리고 우수에 찬 d단조의 안단테 라르고로 시작했다가 점차 속도를 빨리하여 D장조의 랄레그로 비바체로 이어지는 경쾌하고 빠르고 흥겨운 곡조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몬티가 작곡한 것이 가장 유명하고, 그가 작곡한 200여 개의 곡들 중에서 유일하게 연주되고 있는 곡이라고 한다. 곡 외부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나는 왜 이렇게 음악에 빠져들까. 오늘 그 답을 들었다.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지만 절반 정도의 답은 되는 것같다. '희망 없는 무료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아인슈타인은 쇼펜하우어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이 예술과 과학에 몰두하는 강력한 동기 가운데 하나는 (중략, 미숙함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 없는 무료함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말했다." (24쪽 /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 실번 S. 슈위버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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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7_4년이 지난 지금 현재 차르다시 연주에 아직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연습을 하지도 못했고,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훑어내리는 것과 부는 주법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열정이 조금 부족할 뿐이다. 환갑이 되기 전에 완성해야 하는데,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