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자마자 첫번째 일은 향악당 어우리패에 나가서 합주에 참여하는 일이다. 다행이 징을 배정받아서 어려움은 없었으나 그래도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손이 자꾸 멈칫거린다. 징소리가 시원하고 은은하게 울려서 전체 풍물 연주를 받쳐 주어야 하는데, 고작 한 달을 맞춰 보지 못했다고, 머리도 손도 귀도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처음 쇠를 치기 위해 앉았을 때가 생각난다. 연습을 열심히 했으니 어렵지 않게 맞춰 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연주소리가 전혀 들리지를 않았다. 순간순간 전체 연주와 박자가 맞지 않는 쇠소리가 나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당황해서 손을 멈춰야 했다. 기량이 부족한 것 말고, 한 가지 원인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꽹과리 소리가 너무 컸다. 자신있게 힘차게 두드리며 연습을 해야 실력이 는다고 해서 언제나 꽹과리가 부셔지도록 소리를 내 연습을 했다. 그런데 혼자 연습을 할 때는 몰랐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를 않는 것이다. 그 뒤로 꽹과리 소리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랬더니 비로소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상쇠 소리가 신나게 들려서 박자 맞추기가 좋을 때가 있지만, 상쇠가 다양한 쇳가락으로 현란한 연주를 하게 되면 엇박도 들어가고 굴려치는 소리, 겹쳐지는 소리가 마구 나기 시작한다. 그 소리들을 따라가다 보면 몸에 익었다고 생각했던 박자 감각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지러운 소리에 끌려다니며 박자를 놓치게 된다. 상쇠 소리를 참고로 하여 박자를 딱딱 짚어가며 연주를 하기에는 아직도 쇳가락 연주가 몸에 익지 않았다.
장구소리가 들릴 때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경우에는 쇠가 잔가락이 많이 들어가고, 다른 경우에는 장구가 잔가락이 많이 들어간다. 서로 비슷한 가락이 연주될 때는 좋은데, 대부분 서로 다른 잔가락을 치고 있기 때문에 장구 소리에 빨려 들어가다 보면 쇠 가락의 박자를 놓치게 된다. 한 두 가락 삐꺽거리다가 제자리를 찾아가면 다행인데, 주욱 이어지는 가락에서는 한참을 엉터리 박자로 치게 된다. 쇠치는 것을 중지하는 것으로 합주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인데, 거의 2년 동안 연습한 것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 싶어서 허탈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북가락 소리가 쿵쿵 잘 들어와야 박자를 잡기가 좋은데, 쇠소리나 장구 소리는 잘 들리는데 바로 옆에서 신나게 울려대는 북소리가 오히려 들리지 않는다. 최대한 귀를 기울여 북소리를 찾아가려 애쓰기는 하지만 쉽지 않다. 반대로 수많은 악기들을 상대로 해서 단순한 북가락을 혼자 연주할 때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제일 단순하고 우렁찬 소리를 내는 북가락도 편안하게 합주해 내지 못하니 복잡한 쇠가락을 어떻게 맞춰갈 수 있겠는가.
오카리나를 불 때도 원곡을 반주로 해서 연주를 맞추려면 제법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나마 가수가 부르는 노래와 연주하는 음이 같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잘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쇠나 혼자 치는 북은, 다른 악기들의 다양한 소리 속에서 내 소리의 박자를 찾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된다고 하는데,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연 언제가 되어야 편안하게 다른 악기 소리에 얹어 쇠가락을 놀릴 수 있게 될까. 지난 시간이 무상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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