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가 있어서 배우고 싶어진다. 따라 부르기에는 음이 높아서 오카리나로 연주해 본다. 악보를 보고 떠듬떠듬 하면 노래의 맛이 나지 않고, 계이름을 외워서 연주하게 되면 감정도 살고 노래도 살게 된다. 그러고 나서 가수가 부르는 원곡을 반주삼아 불면 정말 멋진 연주처럼 느껴지지.
열흘 동안 꾸준히 반복해서 연습을 하면 어느덧 계이름이 머리 속에 거의 입력이 되는데, 그 즈음이 되면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가 갑자기 지겨워진다. 하루 이틀만 더 연습을 하면 완벽하게 되는데, 노래 자체가 지겨워지니 그 고비를 넘기기가 매우 힘들다.
어쩔 수 없이 며칠을 쉬어야 한다. 쉬다 보면 시간이 한정 없이 길어져서 일주일이나 열흘이 훌쩍 지나가게 되고, 그 때 다시 그 노래를 연주하려고 하면 기껏 외워 두었던 계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음악이란 하나의 강렬한 주제 음악을 가지고 가벼운 변주를 몇 개 연결하여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외워 두지 않으면 매우 혼란스러워진다.
그래도 두 번째 시도는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다시 외우기가 싫다는 감정만 극복하면. 사나흘 정도 꾸준히 연습하면 다시 계이름이 완벽해진다. 완벽해진 상태에서 이 삼일 더 연습하면 한 곡을 완전히 익히게 된다. 언제 다시 불어도 계이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지.
그렇지만 긴 노래는 쉽지 않다. 12월에 들어서 정지용의 향수를 연습하고 있는데, 이 노래가 제법 길다. 절반도 외우지 못했다. 그런데, 슬슬 지겨워 지기 시작한다.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You raise me up도 절반만 완성한 채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운명이 되는 것일까. 너무 길다.
모든 지겨운 단계를 극복해 주는 것은 역시 격려로부터 얻는 기쁨이다.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박수와 격려를 받게 되면 지겨움이 극복되지. 자유가 제한된 세상이지만 우리 가족 모두의 격려와 지원이 있으니 즐겁게 의경 생활 잘 마치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아들아.
I am strong when I'm on your shoulder. You raise me up more than I can be.
우리는 언제나 너의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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