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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사는 이야기

지루한 평화, 그것이 최상의 상태다_150920 C 605

아직도 피로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두 시간 정도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너무 피곤해서 저녁 먹고 한 시간을 쓰러져 잤다. 아무래도 쌍화탕 먹고 푸욱 자야 피로가 완전히 풀리려는 모양이다.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는 황제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네르바와 트라야누스에 대해 쓸 작정인데) 사료도 풍부한데다, 어떻게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든 신변의 안전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보기 드물게 행복한 시대이다." 그런데 결심만 하고 쓰지는 않아서 두 황제에 대한 사료가 매우 빈곤해졌다고 한다. 서기 98년부터 161년 사이의 일이니 삼국시대 초기 쯤 되겠네. 어제 오늘 우리도 집에서 조용히 지냈더니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몸이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심심하면 술을 마시거나 테레비를 보는 것으로 시간을 떼웠더니, 매우 평화롭고 안락했지만 아무런 전할 말이 없는 그런 시간이 되어버렸다.

 

She craned her neck to look for her mother in the crowd. 요즘 '백학'이라고 하는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8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음악이었으며, 2차대전 때 나찌 독일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러시아 병사들을 추모하며, 그들을 시베리아에서 돌아오는 백학에 비유한 추모곡인데, 저음(낮은 시)이 계속되는 남자 가수의 노래가 비장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crane은 목이 긴 학을 뜻하고, 여기서 목을 길게 빼다라는 뜻이 나오고, 고층 빌딩을 건설하는 기계의 이름으로까지 발전한 모양이다. 전시의 병사들은 참으로 불쌍한 존재이니, 노래로 추모한다고 해서 그들의 안타까운 삶이 위로받기는 힘들 것이다. 언제나 평화로운 땅에서 살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