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을 아무리 쌓아도 국력이 향하면 침략 세력을 막아내기 어렵다. 중국의 역사가 그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오랜 유적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그 성벽 축조에 들어간 기술과 사람들의 희생일 것이다. 더 튼튼하게 하기 위한 모든 기술이 총망라되어 있을 것이고, 수많은 무고한 인력들의 한숨이 함께 녹아있을 것이다.
"이 성을 쌓아 올린 이 벽돌들이 예삿것이 아니라 특수한 벽돌입니다. 그냥 찰흙이 아니라 찰흙 90프로에 옥가루 10프로를 섞어 1,500도 이상에서 구워낸 것이라 그 강도가 바위를 능가합니다. (중략) 옥이 귀하고 비싼 건 힘든 가공 과정을 거치고, 섬세한 조각을 한 다음인 거지요. 그리고 저 티베트 쪽에서부터 1,800킬로 이상 뻗어 내리고 있는 친링산맥의 그 첩첩이 많은 산들이 다 옥산이랍니다." (29쪽)
22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돌이켜 보면 돈을 벌고 친구를 몇 명 사귀었다는 것 외에 얻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관리직에서 빙빙 돌다보니 무슨 특기를 개발하지 못했다. 회사 보다는 세상에 더 관심이 커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젊은 시절에 영업을 해 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잘 할 자신은 없지만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영업이 뭔지 알고 하는 소리요?
네, 우리 회사 물건을 타인에게, 우리 회사와 상품에 대해 아무런 인지도도 없고 정보도 없는 제3자에게 팔아야 하는 상행위입니다.
그건 끝없이, 인정사정없이 거절당하는 행위요." (248쪽)
한참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를 공부하고 있는데, 이런 구절이 나온다. 부자들은 그들이 누리는 것만큼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일신은 안락할 지 모르지만 명예는 영원히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조그마한 기여라도 하고 살자. 깨끗한 농사를 짓는 것도 사회와 자연에 대한 커다란 기여이니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자. 세상은 꼭 돈으로만 도와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는 세계 1등 거부가 된 20여 년 전부터 자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시작했다. (중략) '내 자식들은 내 재산의 10분의 1만 가져도 평생 편히 살 수 있다.' 그런 빌 게이츠는 중국이 G2로 부상하자 중국의 부호들에게 세계인을 위한 기부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자가용 비행기까지 가진 수백 명의 부자들은 몇 명이나 호응했을까. 단 한 명도 없었다. (중략, 스티브 잡스는) 암 치료 때문에 피골이 상접해져 흔들리며 걸어야 하는 몸이면서도 신제품 선전에만 열을 올리다가 세상을 떠나갔다." (255쪽)
중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언젠가 한 번 써 먹은 적도 있는 원자바오의 낡은 잠바이야기. 그 뒷 이야기를 알지 못했는데, 대가 조정래는 집요했다. 중국의 발전에 적어도 공산당의 핵심 지도부는 청렴하게 사명감을 갖고 일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 이야기다. 청렴하다고 해서 굳이 가난할 필요는 없지만 이 정도면 청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충칭을 4개 직할시 중의 하나로 승격시켜 서부대개발의 깃발을 들어 올린 그는 충칭 당서기에서 도약해 공산당 권력의 핵인 상무위원이 될 인물로 꼽혀오지 않았던가. (중략) 그는 13억 달러 이상을 해외에 도피시켰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중략) 총리 원자바오의 재산이 27억불(약3조원) 정도라고 또 외신이 보도했던 것이다. (중략, 허름한 점퍼를 입는) '서민 총리'로 칭송받는 사람이 원자바오 아니었던가." (304쪽)
먹는 것 보다는 노는 것에 더 관심이 가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가 찰 뿐이다. 일 천 배의 차이란 무엇일까. 절을 한 번 하면 단순히 공경심을 표하는 것이지만 일 천 배를 하면 수행을 하는 것이고 몸무게도 몇 킬로는 빠질 것이다. 걷는 것이 시속 4 킬로인데, 여객기의 속도가 시속 800킬로니 200배에 불과하다. 청소부들이 받는 연봉이 1,000만원이면 대기업 임원들이 받는 10억원은 100배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 사회에서 일 천 배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고급 요리값은 대개 1인당 1천 위안 정도였다. 그건 고급 관리들을 접대하는 평균 수준이기도 했다. 서민과 농민공들이 사 먹는 아침 한 끼는 1위안이 보통이었다. 중국사람들이 첫 손가락으로 꼽는 가장 큰 소망은 부자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즐거움을 누리는 첫 번째는 맛있는 고급 요리를 먹는 것이었다." (308쪽)
2권을 다 읽었다. 교훈은 반복되고 주제도 반복되며 에피소드만 달라지고 있다. 1, 2권을 통털어 가장 의미심장한 말은 아마도 이 말일 것이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매춘이나 부정부패 등에 사용하지 말고, 인간의 사상을 비롯한 모든 새롭고 창의적인 것에 사용되어지면 좋겠다.
"문제 삼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는데, 문제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 (348쪽)
- 정글만리 2권 / 조정래 / 해냄 / 2013년 9월 제1판 29쇄)
'사는이야기 >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_140525, 일 (0) | 2014.05.26 |
---|---|
반성할 줄 모르는 일왕은 항복도 못했다_ 정글만리 3권 (0) | 2014.03.05 |
화려하고도 불행한 헤밍웨이와 평화롭고 애잔한 노인_노인과 바다_140303, 월 (0) | 2014.03.03 |
중국, 풍요롭고 지저분한 철학의 나라_정글만리 1권_140301, 일 (0) | 2014.03.02 |
돈 벌며 여행하는 방법_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_140228, 금 (0) | 2014.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