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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터키 그리이스 두바이 여행

신뢰받지 못하는 정부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_130122, 화



그리스의 파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 시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과감한 개혁 조치를 취했고, 시민들은 이에 호응하여 금 모으기도 하고 구조조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불과 1년여 만에 대다수의 노동자가 정상적인 경제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김대중 정권은 가장 신뢰를 주는 정부였다. 그것이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리스 시민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저항해 보지만 대책은 없다. 믿고 맡길만한 정치인이 없음이 한탄스러울 뿐일 것이다. 금 모으기나 유적 모으기라도 하고 싶겠지만 그들은 아타튀르크나 김대중이나 김구나 장준하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스의 하늘에 낀 먹구름 만큼이나 앞날을 헤쳐 나가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침, 터키의 풍요로운 아침이다. 빵도 많고, 꿀도 많고, 차와 커피도 풍부하다. 베이컨이 없는 것은 그들의 종교적 전통이니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토마토도 있고 오이도 있다. 그리스의 크로아상이나 달걀 후라이, 베이컨이 그립기는 하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아침 식사를 하기가 힘겨울 지경이다.


어떤 할머니가 차를 서빙하는 분에게 ‘I like your çai’ 하시면서 차를 한 잔 더 주문해 마신다. 그동안 이사람 저사람에게 부탁해서 차를 한 잔 더 얻어 마셨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무일도 바로 찻잔을 들고 일어나서 ‘I like your çai, too’ 하면서 차를 한 잔 더 얻어 마셨다. 내일은 또 무엇이라고 하면서 차를 한 잔 더 얻어 마실까.




자미,


터키 이슬람의 자미는,

기도하고 놀고, 이야기하고, 쉬고, 공부하고, 강론하고

모든 것이 가능하다.

벽에 기대어 조는 것,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조차도 허용된다.


이런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99%의 이슬람을 만드는 모양이다.


완전 무일의 체질이다.

개종하면 지옥 간다는 말씀이 갑자기 떠오른다.


뜨거운 커피를 끓여서 작은 보온병에 담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술탄아흐멧 역으로 간다. 장사 준비를 하는 분주한 손길이 척척 피데를 만들어 낸다. 능숙한 솜씨에 여유 있는 표정이 보기에 좋다. 화덕은 돌로 만든 화덕이고 불은 나무 대신 가스를 쓴다. 훌륭한 현대식 화덕이다. 전통을 그대로 살려내었다.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를 양 옆으로 하고 있는 분수는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사진 찍는 포인트다. 서로 서로 사진을 부탁하고 찍어준다. 괜히 말도 좀 붙여보고. 트램역 앞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복장을 한 아이 하나를 만났다. 할례의식이라도 했나? 수줍게 악수를 하며 사진 촬영을 하겠다고 한다. 그의 이메일을 물어 보았어야 했는데, 아쉽다.




트램을 타고 세 번째 역인 에미뇨뉴에서 내린다. 보스포러스 투어를 하는 배 옆에 여러 곳으로 가는 배가 있다. 우리는 카드쿄이로 간다. 널찍하여 여유롭고 경치도 아름답다. 한 20분 쯤 갔을까 선착장에 도착했다. 모두 교통카드(10회권 28리라)나 제톤(3리라)으로 요금이 지불되므로 편리하고, 트램이나 버스와 가까워서 환승도 편리하다. 악빌은 환승 할인도 된다고 한다. 여기서 볼 것이 뭐냐고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보니 시장이나 보고 가란다. 


사람 사는 냄새 물씬 나는 큰 시장이다. 젊은 청년들 몇몇이 계속 달려 들어서 사진을 찍자고 한다. 신나게 코리아와 터키 최고를 외치며 사진을 찍고 이메일을 받아 왔다. 숙소에 돌아와서 사진을 보내려고 노력은 했는데, 인터넷 속도가 너무 느려서 불가능했다. 귀국해서 여행 정리도 할 겸 잊지말고 보내줘야겠다. 선물용 터키쉬 디라이트 하나(16.5리라)를 구입하였다. 홍합밥도 10개에 6리라에 사서 길거리에 앉아 나눠 먹었다. 기름에 볶은 밥이다. 괜찮은 맛이다. 5리라면 먹을 수 있는 고등어 케밥 보다는 약간 떨어지는 맛이지만 고케만 먹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치즈도 사고 버섯도 사고 쌈 싸먹는 야채도 샀다. 선착장으로 돌아와서 길거리 식당에서 케밥 두 개(6리라)와 생 오렌지 쥬스 한 잔까지 사서 열심히 먹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 




다시 배를 타고 이번에는 갈라타탑이 보이는 카라교이로 갔다. 풍경 사진과 기념사진 열심히 찍고 배 안에서 편안하게 눈도 붙였다. 모든 것이 꿈결처럼 흘러간다. 여행의 피로도 상당히 누적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장면을 찾으려는 눈도 피로한 모양이다. 그저 습관적으로 셔터를 눌러댄다. 몇 장의 아름다운 사진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갈라타탑 앞의 할아버지가 파는 케밥은 냄새도 구수하고 할아버지의 솜씨도 더러우면서 능숙하시다. 맛은 우리가 배가 불러서인지 아주 맛있지는 않다. 그래도 터키의 왠만한 음식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모든 음식이 먹기에 좋다.


탁심 광장으로 이어지는 이스틱클랄 거리는 많은 가게들과 사람들로 가득하다. 트램도 왔다갔다 보는 즐거움을 준다. 먹고 싶은 것 마구 사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데도 여전히 다리는 천근만근. 눈도 자꾸 졸린다. 성당 앞에서 천재는 어느 대학의 학생들의 인터뷰에 걸렸다. 탁심 거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여학생 두 명이 오더니 누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해 달라고 조른다. 해 주었더니 좋단다. 요즘 이스탄불의 터키 여학생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이런 놀이를 하느라 바쁜 모양이다. 탁심 광장에서 다시 걸렸다. 참, 천재의 인터뷰 동영상은 어느 대학 과제물로 발표될 것이라고 한다. 좋아한다. 이스탄불 대학에도 자신의 천재로움을 알렸다나 어쨌다나.





터키 학생들과 사랑 이벤트를 만드느라 졸음도 피곤도 확 달아나 버렸다. 이제는 카바타스 역까지 걸어가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런, 길을 잘못 들어서 돌마바흐체 궁전까지 와 버렸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잠시 겉모습만 구경하기로 했다. 도마바흐체 자미에 들어가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해 주신데 대해 감사하는 기도도 드렸다. 다리 쭈우 뻗고. 바닥이 따땃한 것을 보니 전기장판이라도 깔렸나 보다. 아름다우면서 소박한 자미다.


잠을 자려고 포도주를 한 병이나 마셨는데도 잠은 오지 않는다. 어제 늦게 자서 오늘은 일찍 잠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중에 티침을 꽂아 주었더니 소화가 안된다고 하던 그리미가 편안하게 잘 잔다. 안마를 해 주고 소화제를 먹은 효과도 있겠지만, 역시 침은 대단한 위력을 가진 것이다. 딱 맞는 곳에 딱 한 방이면 된다. 그것을 귀신처럼 알아내야 돌팔이 침쟁이가 될 수 있을텐데. 잠이 안오니 결국 일기나 쓰고 포스팅이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