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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천국/터키 그리이스 두바이 여행

김태희도 너무 많으면 대접받지 못한다_130106, 일

밤새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와 따뜻한 바람에 잠을 잘 자지를 못했다. 귈테킨 펜션의 라디에이터가 그리웠다. 그리미가 깨워서 일어나니 6시 50분. 부지런히 준비하면 7시 20분에 아침을 먹고 숙소를 옮길 수 있겠다. 아이들도 7시 20분이 되니 이동 준비를 모두 끝냈다. 





1층으로 끙끙 짐을 끌고 가서 내려놓았더니 우리 네 사람을 위한 식탁이 준비되어 있다. 빵이 8시는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고 해서 빵을 빼고 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했는데, 테이블 위에 빵이 놓여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친구에게 전화해서 빵을 가져왔다고 한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 호텔의 식사는 뷔페식이 아니라 그녀가 직접 준비해서 접시에 담아 내왔다. 귈테킨과 다른 특별한 것은 따뜻한 음료를 주문받고 오믈렛을 따뜻하게 만들어 오이, 토마토와 함께 접시에 담아 가져다 주니 편안하게 앉아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른 시간에. 비록 우리는 숙소를 옮기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호텔이다. 고맙다.





예약한 숙소에 집을 맡겨두고 잠시 기다리니 정각 8시에 가이드가 호텔문을 들어선다. 프랑스, 우크라이나, 호주, 한국의 관광객 12명이 터키인 가이드 두 명과 함께 하루 관광을 떠난다. 관광학 석사이며 박사과정에 들어간다는 범생이의 모습을 한 가이드는 차분하면서도 즐거웠다. 또박또박 쉬운 영어로 안내해 주니 마치 많은 것을 배우는 느낌이다. 








페르게의 폐허들은 현재 많은 개인들의 기부를 받아 아주 조금씩 복원되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많은 건축물의 잔해들이 있어서 지구가 끝나는 날까지 계속해서 복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인이라도 너무 흔하면 대접을 받지 못하듯이 이곳의 유적들은 너무 많아서 관광객들이 마치 보도 블럭처럼 밟고 다닌다. 우리도 거리낌 없이 만지고 밟아볼 수 있었다. 정육점은 칼과 고기를 걸어놓는 큰 고리가 상징이었던 모양이다. 페르게 아고라의 상점 표식 중에 남아있는 것이 정육점의 표식이다. 












히타이트인들과 알렉산더에 이어 로마인들에 의해 도시가 운영될 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목욕을 좋아했던 로마인들답게 입구에 거대한 목욕탕을 설치하여 몸을 깨끗이 하도록 했다. 예방접종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이었으니 로마인들의 생각은 참 훌륭했다. 도시의 가운데를 흐르는 수로는 꽤 완벽하게 남아 있었다. 로마시대였다면 아크로폴리스의 산꼭대기로부터 깨끗한 물이 충분하게 흘러서 뜨거운 도시를 기분 좋게 식혀주었을 것이다. 수도관이 코크리트 더미에 묻혀버려 물은 수도꼭지에서나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현대인들은 로마인들보다 물의 소중함을 알지 못할 것이다.








무일과 우주신의 대결. 코린트식 기둥 말고 기둥 끝에 둥근 원들이 장식되어 있는 탑의 양식은 무엇일까요? 만원빵.


지중해를 바라보는 시데의 아폴론 신전은 기둥 몇 개가 완벽하게 복원되어 있었다. 신전을 뒤에 두고 바라보는 저녁노을이 특히 아름답다고 하는데, 한 낮의 햇볕이 아름답게 내리쬐고 있는 모습도 그럴싸하다. 신전 주변에 주차장도 바로 붙어 있고, 동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낚시를 드리우고 있다. 입장료 조차 받지 않는 아폴론 신전은 삶 속에 같이 녹아들어가 있다.  삼천년 전 조상들의 신전은 낚시하다 심심하면 바라보는 조각 작품이 되었다.






불과 3유로에 주변 지역을 관광시켜주겠다는 유람선의 선장들이 왠지 짠하다. 시데의 거리는 놀랄 만큼 깨끗하고 아름답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대는 데도 길거리가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그저 담배연기만 조금 날릴 뿐이다.







아스펜도스로 가기 전에 작은 강을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도뇌르 케밥을 메인으로 하는 코스 요리인데,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생선, 쇠고기, 닭고기를 모두 시켜서 같이 맛을 보았다. 빵이나 샐러드도 특별히 무엇을 한 것이 없었는데, 고소하고 신선해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커피나 오렌지 쥬스를 5리라나 받는 것은 좀 심했지만, 아마도 점심값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니 음료수라도 비싸게 팔아야 했을 것이다.











무서운 아저씨에게 잘못 걸렸다. 시데의 아폴론 신전이 소박하고도 근사해서 작은 기념품 가게로 갔다. 석류 쥬스와 애플티를 척척 만들어 내놓으신다. 그 우람한 덩치에서 어떻게 그런 재빠른 동작이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칼을 들고 쉴 틈 없이 터키쉬 디라이트를 잘라 주며 맛을 보라고 한다. 다 맛있다. 맛 없다고 하면 한 쪽에 끌려가서 얻어 터질 수도 있어서 그렇게 말했다. 뭐, 실제로도 맛이 좋았다.  80리라 어치나 사고 말았다. 안 산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여행 기간 내내 이제 간식은 이것으로 때워야겠다. 100G에 10리라니까 정말 비싼 과자다. 다른 가게도 다들 그렇게 팔고 있을까? 이스탄불의 까르푸에서 확인해 보자.







아스펜도스 원형 극장은 15,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큰 규모라고 한다. 무대에서 바라보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이스나 로마인들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보다 넓은 좌석에서 편안하게 오페라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었다. 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설계한 것 이외에는 무엇이 마이크도 없이 15,000명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는지 신기할 뿐이다.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비구면 접시는 양쪽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로도 멀리 떨어진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접시 하나로도 가능한데, 이 거대한 극장으로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런데 왜 요즘은 그리 난리를 피워대는 것일까?








폭포로 가는 차안에서 호주의 산만한 아이 라이언이 자신과 즐겁게 놀아주는 프랑스 커플 덕분에 한참 흥이 오르고 있었는데, 보다 못한 라이언의 부모가 의자에 등과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으라고 명령한다. 라이언은 불만에 가득한 얼굴로 어쩔 수 없이 복종한다.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받고 있지 못해 끊임없이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려는 이 아이. 아이 키우는 일이 정말 어려워진 세상이다. 부부가 사랑하는 법과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으며 배워 나가야 할 일이다.





마지막 코스인 폭포로 내려가는 길에서 터키인 가족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는 체를 한다. 한국 사람처럼 보여서 그랬는지 어떻게든 말을 붙여보고 싶어 한다. 강남스타일 덕인지 월드컵 응원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호의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기분이 참 좋다. 양쪽 가족 모두 서로 인사를 시키고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원래는 모든 가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부모형제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안부를 묻고 건강을 기원해야 하는데, 말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악수하고 헤어져야 했다. 그냥 스쳐가면서 눈인사를 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았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호주 부부와 기념 촬영을 하며 기분 좋게 산책을 했다. 예쁜 여자 친구와 데이트 나온 청년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장난을 치다가 물속에 빠지는 재미있는 장면도 구경했다. 다행이 심하게 젖거나 다치지는 않았다. 지나가면서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걱정 안 해도 된단다. 어떻게 아냐고? 미소를 띄우며 ‘타맘’이라고 하기에 그렇게 이해했다. 오늘 아침에 만난 단체 여행객들이지만, 여행을 마치게 되자 다들 기분들이 좋았는지 기념 촬영을 하자고 해서 서너 대의 카메라로 돌려가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간 숙소는 사바흐 펜션의 빌라. 1층에는 부엌과 거실이 있고, 2층에는 두 개의 침실과 거실이 있는 복층 숙소다. 아마도 우리 여행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숙소가 아닐까 싶다. 짐을 내려놓고 다시 안탈리야의 석양을 보러 나갔는데 날이 흐려지면서 노을은 볼 수가 없었다. 아쉬웠지만 가게에 들려 빵, 포도주, 맥주, 감자, 오이, 고추 등을 사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온 컵라면 6개 중 3개를 끓여서 국을 대신하고 전기밥솥으로 따끈하게 밥을 해서 무말랭이에 식사를 했다. 고기가 없어도 밥맛이 좋다. 포도주에 맥주까지 곁들였다.


온통 터키어로 써 있는 세탁기와 씨름하느라 그리미가 지쳐 버렸다. 어렵게 빨래 한 판을 끝내고 두 번째 빨래는 그냥 집어넣어 놓고 잠이 들었다. 안되면 사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숙소에서 기둥양식을 확인해 보니 이오니아식이 맞았다. 우주신의 승리. 결국 만원을 헌납해야 했다. 내일은 푹 쉬면서 박물관도 다녀오고 지중해변도 몇 차례 더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 많이 걸었으니 이제 쉴 때도 되었다. 페티예나 카쉬는 가지 않기로 했다. 짐싸고 풀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바로 파묵칼레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