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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갈지않고 옮겨심는 농법_세상을 바꾸는 기적의 논_120830, 목

5년 전에 읽은 책이어서 지금과는 반대로 읽혔다. 이런 기적의 농법은 사기다. 재현 불가능하다.


과학과 마찬가지로 농사도 재현 가능해야 한다. 재현 가능하다는 것은 농민들이 따라하면서 주장하는 농사법이 적용된 논이 늘어나야 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방법들은 매우 그럴싸하지만 제대로 된 농사법은 아니다. 재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꿈같은 이야기다. 


오리농법과 우렁이농법을 예로 들어 보자. 오리농법은 한 때 홍성을 중심으로 수많은 논에서 실험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재현 가능하지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우렁이 농법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재현 가능하고 덜 힘들기 때문이다. 무일농원도 매우 힘겹기는 하지만 비용이 저렴하고 제초 효과가 큰 우렁이 농법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벌써 2년째 우렁이들의 폐사로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중이다. 문제는 있지만, 우렁이 농법을 쓰는 친환경 논들은 아직도 잘 유지되고 있다.


오리농법의 경우처럼 도시민과의 소통에 유용했던 농법은 농민들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기적의 논을 만드는 농법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농부들이 무지하고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다. 안되는 농법이기 때문이다. 해 보지 않았지만 해 볼 필요도 없는 농법이다. 이런 농법을 소개하려면 적어도 수 년 간의 성공 경험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만, 책을 읽는 동안은 행복했었다. 2017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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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이 다니던 수영장은 수질이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코치들이 수영장 물을 직접 마시면서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엄마들을 안심시키고는 했으니까.


그런데, 사실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다.

수영하다가 어쩔 수 없이 물을 먹어도

되도록이면 토해내는 것이 좋았는데,

아무리 잘 관리된 물이라도 결국 염소를 주원료로 한 

락스(락스라고 해서 무조건 독극물은 아니다 과민 반응할 필요는 없다)로 소독한 물이기 때문이다.


자연농법을 하시는 분들은 난감할 정도로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도시인들의 이런 자신있는 행동이.


"최근까지 허가된 농약은 마시거나 먹어도 괜찮다는 논리가 많았습니다. 

미군이 가지고 들어와 머리에 새하얗게 뒤집어 쓰던 그 약입니다. 

그 디디티가 제조는 물론 사용도 금지되었습니다. 

형법에서처럼 '의심스러운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자연에 적용하면 너무 늦습니다."



퇴비장을 만들어 직접 퇴비를 생산해야 가장 높은 수준의 친환경 농업이다. 

퇴비를 만드는 일이 너무 더럽고 힘이 들다보니 멋있는 야외 화장실을 만들어서

퇴비를 만들겠다는 꿈은 유보, 포기하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은 보기에는 깨끗하지만 

말만 그럴싸한 정화조에 잔뜩 쌓여서 썩어 가다가 트럭과 배에 실려 바다에 버려진다.

그나마 해양투기가 금지된다고 하면 어떻게 처리될지 걱정이다.

무일농원이라도 순환을 시켜야 하는데, 일은 많고 일손은 없으니 그저 꿈만 꿀 뿐이다.


그런데 친절한 비료회사에서 축분퇴비를 생산해 준다.

축산 분뇨로 만든 축분퇴비의 값은 저렴하다.

보조금을 제외하고 농민 부담금이 1,500원이 안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 퇴비가 참 계륵과 같다.


쓰자니 찜찜하고,안쓰자니 대안이 없다.

4배 정도 비싼 유박퇴비로 전체 퇴비를 바꾼다면 가능할텐데.

허허, 안그래도 인건비는 커녕 생산비 건지기도 힘든 벼농사에 또 부담을 지기는 어렵다.


저자의 발언은 더 거칠다. 논밭을 축산분뇨의 쓰레기장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현행 낙농업의 폐해는 대량으로 생산된 분뇨 문제입니다. (일본)정부에서는 이 공해 문제를 방치하지 않고 사육하는 마리수에 따라 퇴비를 만들도록 의무로 정했습니다. 덕분에 공해는 줄고 있습니다. (중략) 가축들이 먹는) 복합사료에는 방부제, 유화제, 항생제, 항균제, 착향료, 비타민, 미네랄 등 122종류의 첨가물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중략) 복합사료에 포함된 항생 물질들은 동물의 몸을 거쳐 변이되어 논밭에 뿌려집니다. 건전한 논밭을 위험한 쓰레기장으로 만들려 하는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농사지은 두 곳의 동네에서는 농업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농약과 제초제와 화학비료와 온갖 거대한 기계들에 의존하는 농업 방식이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책에서만 읽을 수 있다. 변하는 것은 점점 더 늙어가는 어르신들과 늘어가는 무덤들 뿐이다.


돈이 아깝고 게으른 농사꾼들이 어떻게 하면 쉽고 싸게 농사지을지를 구상하는 모양인데,

기존 농법으로 생산한 작물들의 생산량과 맛을 뛰어넘고, 생산비가 정말로 낮아져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효율이 좋고 수익성이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농사꾼들이 효율과 수익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아

효율과 수익성이 자본주의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그런데, 효율과 수익성을 이야기 하면,

혹시 신자유주의자로 낙인 찍히는 것은 아닐까?


"곡물 수출국들의 농업은 갈지 않는 농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중략) 그것은 갈지 않는 밭에서는 글로말린이라는 단백질이 3년이 지나면 2배나 늘고, 그 때문에 흙이 떼알구조가 되어 비옥해지면 비료 값이 줄고 작물도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물론 토양 유출도 멈춥니다."


농사지으며 사는 것이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기는 한데,

시골 생활을 위해 작은 돈이라도 벌어야 할 때, 결국 또 도시(소비자)와 만나야 한다.

좋은 소비자들도 많지만, 비용 대비 높은 효율성을 찾는다는 측면에서는

한결 수준 높은 도시 소비자들을 상대할 일이 걱정이다.


"저비용으로 소비자에게 기쁨을 주며,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어쨌든 농민들은 자신이 맨발로 딛고 서 있는 삶의 터전을 깨끗이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농약과 제초제와 수세식 화장실이 우리의 땅을 더럽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과잉이 아닐까 의심해 본다.


"관행농법을 반복해서 논밭을 농약과 화학비료로 범벅이 된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가는 농법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고통스런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이 농부들의 꿈이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노동이라고 하기에는,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에 사는 농부들로서는 너무 힘이 많이 든다. 그래서, 농약과 화학비료, 농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 관행농법을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한다.

물론 농기계 회사와 농약 회사가 적극 나서서 후원했을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발아 생장시킨 2.5잎의 어린모는

키가 4cm 안팎밖에 되지 않습니다.

모는 심더라도 진흙탕 속에 잠겨 버립니다.

이래서는 모내기를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높은 온도에서 길러

웃자라도록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웃자란 모는 모의 고유한 능력이 없습니다.

그에 대처하려고 질소를 대량으로 줘서

무리하게 새끼치기(분얼)를 촉진시킵니다.


벼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 가장 잘 진화된 식물로ㅍ 완벽하게 인간을 이용한다고 할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모내기로는 벼의 강한 분얼 속성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해답의 실마리는 다시 옛날 농업에서 찾는다. 이것도 재현 불가능한 태평농법을 떠올리게 한다.


1,300년을 이어 온 물못자리라는 육묘 기술이 있습니다.

물못자리의 모는 5.5잎의 자란모입니다.

위의 2.5장은 몸체를 만들며 생장과 알곡을 만들고,

아래의 2.5장은 뿌리에 녹말을 보내며

양분의 흡수와 유해물질을 중화하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어린 모는 모를 키우는 데에 20일 안팎이면 충분하지만

자란모는 50일이나 걸립니다.


모를 키우는 50여일은 지리하고도 긴장되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모를 키우려면 비닐 하우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볍씨 소독하고 싹 틔우기, 상토 흙 채우기, 볍씨 뿌리기, 모판 깔기, 그늘막 쳐주기,

물주기, 덮어주기, 벗겨주기, 하우스 옆문 올려주기, 닫아주기를 시작으로,


물주기, 덮어주기, 벗겨주기, 올려주기, 닫아주기를 스무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매우 단순한 일이지만 끊임없이 반복하고 하루 두 시간은 걸려야 한다.

조금만 잘못해도 모가 잘못될 수 있다. 긴장의 연속이다.


이런 노동에서는 해방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계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이 노동에서 헤어날 수 없다.

모를 키워내지 못하면 벼농사는 시작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모를 돈 주고 사오면 된다.


우리는 (모판에) 70그램만 심습니다.

잎이 2장 나오면 모를 물에 담급니다.


잎이 두 장 나올 때까지는 그러면 똑같이 물 주고

하우스 안에서 따뜻하게 키워내야 한다는 말인가?

뭐, 2주일 정도면 충분할테니 그래도 일손은 줄기는 준다.

그래도 상토흙으로 모판 만들고 볍씨 뿌리고 배치하고

하우스 열관리 하고 물주는 일은 해야 한다. 흐음,,,


아직 눈발과 서리가 내리는 추운 날에 모를 논에 넣습니다.

자연의 추위를 이용하여 웃자람을 억제하는 겁니다.

물속에서는 산소가 없어 밭의 박테리아가 활동하지 못해서

병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논에 모판을 가져다 두기 위해서는

논을 정리해야 한다.

이 일도 하루 이상의 일이 될 것이다.

쉬운 일이 없군.


모의 생장점은 모판 흙 속에 있는 볍씨의 배 부분에 있습니다.

(서리가 내려 누렇게 마른 잎은) 새로운 잎이 나오면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벼는 아무리 추워도 잎을 늘리는 일을 잊지 않습니다.

그런데, 물이 많아지면 키를 키웁니다.

모판 위로 1cm 정도 잠기는 얕은 물이 비교적 좋습니다.

얕은 물로 생장점을 지키고 웃자람도 억제하는 구조입니다.


이 물못자리 방법을 완성하기까지 약 20년이란 세월이 걸렸습니다.


특히 20년이나 걸려서 물못자리 방법을 완성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연구기록이나 영농일지를 보고 싶다.

모판 위로 1cm를 잠기게 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20년이라.


그리고 모판이 필요한 이유는,


벼는 땅바닥의 온도가 10도를 넘지 않으면

싹이 트지 않습니다.


오리농법은 배고픈 오리들이 벼를 제외하고 모든 것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큰 병이 발생하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자연농업인데도 병충해에 강한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벼가 갈지 않은 단단한 흙속으로 뿌리를 내려 뻗으려고 하면

강한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그때 '에틸렌'이란 생장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이 벼를 병충해와 냉해에도 강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에틸렌의 영향으로 쌀맛이 점점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면 겨울철 물대기는 어떻게 하는가?


10cm 정도로 물을 채운 논은 기러기가 잠자는 데

알맞은 곳이었습니다.


지렁이의 배설물이 풀이 나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은

우연하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생태체험마을을 만들기 위해

논에 물을 채우고 기러기와 고니를 불러 들였는데,

그 때 풀이 나지 않는 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이 마을의 모내기는 5월 중순부터입니다.

기러기가 떠나는 3월부터 두 달 동안 잡초가 나지 않았습니다.


갈지 않고 옮겨심는 농법은

그때 그때 진행과정이 눈에 보이는 농법이어서 답답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실패했다고 판단되면 

바로 논을 갈아버리고,

모를 사다가 심어버리면 되기 때문에 

태평농법처럼 끝나봐야 결과를 알거나

대체할 방법이 제초제 외에는 없게 되는 답답합이 없어서 좋다.


쌀겨는 많이 넣으면 좋겠지만,

일단은 되는 데로 준비해서 넣어줘야겠다.


막 벼를 벤 논 10아르(30평)에다가 쌀겨 100kg을 흩뿌려

실지렁이의 먹이로 주었습니다. 그러자, 쌀겨를 흩뿌린 논과

그렇지 않은 논에서 실지렁이의 수가 

5배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과감한 시도도 한다.

병충해와 맛의 열쇠를 쥐고 있는 에틸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보리밟기에서 힌트를 얻었으니 틀림은 없겠지만

물댄 논위에 만든 못자리의 모들을 어떻게 밟지.

진흙으로 다 뭉개져 버릴텐데.

해 보기는 해 본 것일까?


흙의 온도가 오르면 벼의 모는 자라고 싶어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이를 멈추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벼밟기'입니다.

그러면 벼의 모는 자라는 것을 잊고서

줄기를 굵고 튼튼하게 만듭니다.


결국 겨울에 담수하고 갈지않고 옮겨심기 위해 물모내기 한 논은,


(3년이 지나면) 실지렁이의 배설물이 5cm나 되는 눅신눅신한 층이 된다.

이 눅신눅신한 층에는 방대한 거름이 포함되어 있어서,

벼에 거름을 더 주면 오히려 질소가 과잉된다는 사실입니다.


실지렁이 배설물의 거름 성분은 아직도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 농법의 핵심은 제초와 비료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 실지렁이가 있다. 다음에서 검색해 보았더니,


실지렁이(sludge worm)는 원시빈모목 실지렁이과에 속하는 

크기 약 5cm~10cm의 환형동물로 100~150마디의 체절수를 지녔으며

전세계적으로 분포한다.


환경교란에 내성범위가 넓고 더러운 개천이나 

유기물 오염도가 심한 하천에 대량 증식하는 ‘실지렁이’는

금붕어나 열대어 먹이로 많이 사육한다.


예전에는 하수구 청소할 때도 실지렁이 뭉치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오염된 환경에서 번식하는 생물이다.

그러면 지금 현재는 축분퇴비와 오리들의 배설물에 의해서 오염된(?) 논에

쌀겨만 충분히 뿌려주면 실지렁이들이 대량 번식할까?

정말로 그런지는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 확인이 필요한 것은,

실지렁이의 배설물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쿠바가 있기 때문에 실증적으로 검증되었다고 한다.


또한,다윈이 지렁이를 40년 동안 연구하여

지구 위의 경작 가능한 땅은 모두 지렁이들의 배설물이라고 주장했다고도 한다.

역시 확인이 필요한 이야기다.


논을 갈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고 한다.

논을 갈 경우 볏짚은 땅속 깊이 묻혀서

혐기성 메탄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데

10아르(30평)에서 최대 65kg이 배출된다고 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인 메탄가스를

이렇게 많이 발생시키는 현재의 농법은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고 기대가 되는 농법이다.

당장이라도 일본으로 날아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다.


자연농법과 태평농법은 참 매력있는 농법이다.

자연농법은 직접 가서 확인하기가 어려우니 답답하고,

태평농법은 이영문 선생 외에는 성공한 사람을 보지 못해 답답하다.


두 농법을 설명하는 분들의 진지한 모습은 존경스럽다.

안되면 내 탓이지 이분들의 탓은 아닌 것이다.


토론은 해 봐야겠지만,

태평농법 보다는 갈지 않고 옮겨심는 농법이 좀 더 실패를 줄일 것 같다.

다만, 손 모내기를 해야 한다.

벌써부터 허리가 끊어지는 느낌이다.


- 이와사와 노부오 지음 /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