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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똥꽃,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

         똥 꽃
                               전희식

감자 놓던 뒷밭 언덕에
연분홍 진달래 피었더니

방안에는
묵은 된장 같은 똥꽃이 활짝 피었네.

어머니 옮겨 다니신 걸음마다
검노란 똥자국들.

어머니 신산했던 세월이
방바닥 여기저기
이불 두 채에
고스란히 담겼네.

어릴 적 내 봄날은
보리밭 밀밭에서
구릿한 수황냄새로 풍겨났지.

어머니 창창하시던 그 시절 그때처럼
고색창연한 봄날이 방안에 가득 찼네.

진달래꽃
몇 잎 따다
깔아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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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가슴이 묵지근하다.
장가든 후로 우리 엄마와 아빠가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면서
그저 매일 생각하고 잘 해 드리자고 했지만
그분들의 마음을 제대로 챙기지는 못했다.
더러운 똥꽃에서 이렇게 가슴이 뭉클해질까?

어머니 몸에서 세월의 냄새가 난다고
향수를 사다 드리며 뿌리시라고 할까 생각했다.
누군가 실제로 향수를 사오기까지 했다.
그 세월의 냄새를 줄여 드리고만 싶었다.


지난 구월 내내 피어서
베란다에 온통 은은한 향기를 채워 준
볼품없고 오래된 난 화분이 좋았다.
부모님도 난의 향기를 좋아하신다.

이제 곧 팔순이 되실 부모님들의 체취를
그분들의 세월을 간직한 삶꽃의 향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저 생각 뿐이고,
얼굴은 찌푸려지려나.

늦은 밤 작은 촛불 아래서
어머니는 기도를 하시고
이른 새벽 희미한 불빛 아래서
어머님은 불경을 외우신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고약한 아들의 뒷바라지로 사신다면
그분들의 삶꽃의 향기를 찡그리며 맡더라도
불효는 조금 줄어들겠다.





P 무일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