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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서재

[ 랩걸 Lab Girl_호프 자런_김희정 옮김_알마_19년 1판 29쇄 ] 버섯은 곰팡이 삶의 한조각이다_현미경을 사도록 하자_251011

무엇이 더 사람을 정신차리게 할까?

'돈의 낭비' 대 '다른 사람의 목숨'.

잘못보내진 혈액은, 혈액을 낭비하고 사람을 죽이게 될것이다. 

낭비하지 않으려고 확인 또 확인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사람도 죽이지 않게 될것이다.

 

그래서 혈액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썼는데도, 

버려지는 혈액은 아까워하지 말아야한다.

 

호프 자런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 피를 다루는 일에서,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사람들에게,

숭고하고 성스러운 직업윤리가 꼭 필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있으면 좋겠지만,

또다른 생각으로 사람의 목숨을 살려낼수도 있겠다.


"잘못된 피를 보내면 누군가가 죽기 때문에

완전히 그 혈액을 낭비해버릴 위험이 있다

(중략) 해동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혈액주머니들을 버리는 것  

(중략) 너무 마음 아파하지마.

(중략) 대부분 과자 얻어먹으려고 헌혈하는 불량배의 피야." (75쪽)

 

꽃가루와 암술을 이용한 유성생식으로,

유전변이가 일어나는 새로운 버드나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게다가 버드나무는 못쓰게된 가지를 이용한 영양번식으로, 

나를 지켜내는 또 하나의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식물들에게 빛은 곧 생명이다. 

나무가 자라면 아래쪽 가지는 새로 난 위쪽 가지들의 그늘에 가려 

아무 소용이 없어져서 한 물간 퇴물이 된다. 

 

버드나무는 이렇게 못 쓰게 된 가지에 

예비 식량을 저장해서 그 가지들을 살찌우고 튼튼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 밑동 부분의 수분을 마르게 하면 

가지가 깨끗하게 떨어져 강물에 떠내려간다.” (135쪽)

 

오팔(SiO₂·nH₂O)은 젤상태의 실리카(이산화규소 SiO₂)와 물이 혼합되었다가, 

수백만년에 걸쳐 물이 빠져나가고 서서히 굳으면서 만들어진다. 

실리카는 산성상태인 pH 3~5, 20~60도인 조건에서 젤상태가 된다. 

깨지기 쉽고 부서지는 경향이 있어 보석으로 다듬기 어렵다. 
 
이런 오팔을 이용해 팽나무는,

씨앗을 단단하게 보호하는 장치를 만들어낸다.

사람들처럼 팽나무도 보석을 좋아한다.

 

"(팽나무 열매는) 눌러보면 돌멩이만큼 딱딱하다.

그렇게 딱딱한 것은 바로 그 열매가 돌이기 때문이다.

 

(중략) 표본유리 슬라이드를 작업대에 놓고

팽나무씨를 갈아서 만든 가루를 그위에 뿌렸다.

엑스레이 결과로 볼때 이 물질은 오팔임이 분명했다. ”(100쪽)

 

사람의 내리사랑에 비교될만한 이야기도 좋았다.
뿌리가 약한. 어린나무가 뜨거운 여름을 견디려면,

밤에라도 물을 끌어올려 세포의 팽압을 유지하고,

무기영양분을 끌어와서,

낮의 증산작용과 광합성에 필요한 물을 모아둔다.

것을 물의 재분배라고 한다. 
 
"다 자란 나무는 대부분의 물을 똑바로 뻗어내려가는

곧은 뿌리를 통해서 공급받는다.

(중략) 얕은 뿌리들은 또 건조한 흙으로 수분을 흘려보낸다.

(중략) 큰 나무들 근처에 사는 작은 나무들은

필요한 물의 절반 이상을 이렇게 재활용된 물에서 얻는다." (328쪽)

 

학자의 고단함에 여자로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했던,
호프 자런과 어머니의 삶을 깊이 들여다볼수 있는 글이었다.

지난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어딘가에 아직도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자꾸만 줄어들어서 없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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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8년전에 나왔고, 2년만에 29쇄를 찍은 책을 이제서야 읽는다. 이럴때마다 부끄럽다. 뭘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괜찮은 일이다. 그나저나 책이름이 이상하다, 랩걸이라니. lab girl이라는 영어단어가 정말 있을까? 웹스터사전을 찾아보니 없다. baby girl, bat girl, call girl 등은 있지만. 어쨌든 무슨 뜻인지는 알겠다.

 

프롤로그

 

제일 처음에 걸린게 이 글이다.

 

"바다에 사는 식물과 동물의 질량비는 4에 가깝다" (9쪽)

 

그러면 식물이 많은거야 동물이 많은거야? 비례식을 풀어야 한다.

식물의 질량 : 동물의 질량 = 식물의 질량 ÷ 동물의 질량 = 4

 

그러므로 식물의 질량이 동물의 질량보다 4배 무겁다. 나는 글을 쓸때 4배 많다로 쓰기때문에 계산해볼 필요가 없는데, 호프처럼 쓰는것에 놀란다. 계산을 해봐야 안다. 앞으로는 알수 있을까. 많이 노력하지 않으면 알수 없을 것이다.

 

호프가 어렵게만 만들지는 않는다. 쉽게도 만들어준다. 너는 세마학자scientist인가? 물음을 던진다면 = 묻는다면, 세마학자라고 한다. scientist가 되기 정말 쉽다.

 

1부 뿌리와 이파리

 

어디서나 돈이 필요하다. 물건과 사람과 식량이 필요한데, 돈으로 그것을 해결할수 있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 돈은 정말 얼마나 필요할까?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을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아들들에게 서울의 아파트에 전세를 살수 있게 해주고 싶다면, 그럴돈이 있어야 한다. 아들이 결혼을 하겠다면, 더 큰 아파트가 필요하므로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아들들말고 우리에게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모르겠다. 한달에 300만원 정도면 될까? 

 

그런데, 하고싶은 일이라는 것이 겨우 아들들의 아파트 전세값을 마련해주는건가? 도대체 왜? 

 

"나는 식물의 성장을 연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돈은 늘 지식을 위한 세마가 아닌 전쟁을 위한 세마에 몰렸다. 나는 일주일에 40시간은 폭발물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또다른 40시간은 곁가지로 진행하는 식물학 실험에 바치겠다는  속임수 계획을 세웠다." (40쪽) 

 

룰루 밀러의 책에서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글이다. 1600년에 죽은 조르다노 브루노의 말을 조던이 인용한 것을 룰루밀러가 다시 인용한 것이다. 조던은 이말을 자신이 스스로 돌려받고 말았다. 우생학에 너무 빠져 공부를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무지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학문이다. 아무런 노동이나 수고없이도 습득할수 있으며, 정신에 우울함이 스며들지 못하게 해주니 말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125쪽)

 

호프 자런은 이런 생각을 한다. 새로운 무엇을 발견하거나 비슷한 생각을 만날때 기쁘고 즐겁다. 와아=기즐=happiness이다.
 
"세마science는, 무엇을 발견하는데서 기즐 = 기쁘고 즐거움 = happiness를 느끼는 것이, 아름다운 삶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49쪽)

* science = 셈하는 학문 = 셈학 = 세막 = 세마

 

 

쉬운 이야기다.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았는데도 썩어버린 씨앗이 있지만,

나무가 되려면 기다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쉬운 이야기들이 빨리 떠올라야 삶을 살아낼수 있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52쪽)

 

생각보다 빨리 읽어내는데, 빨리 읽지 못하고 있다.

 

아까워하다가 잘못된 혈액들은 결국 사람을 죽게할 것이다.

잘못보내진 혈액은, 혈액을 낭비하고 사람을 죽이게 될것이다. 낭비하지 않으려고 확인 또 확인하면, 결국 사람도 죽이지 않게 될것이다. 그래서 혈액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쓰고, 버려지는 혈액은 아까워하지 말아야한다.

 

"적어도 네가지에서 여섯가지의 서로 다른 혈액형이 있어서 잘못된 혈액을 보내면 누군가가 죽기 때문에 완전히 그 혈액을 낭비해버릴 위험이 있다 (중략) 해동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혈액주머니들을 버리는 것도 클로드의 임무다.  (중략) 너무 마음 아파하지마. (중략) 대부분 과자 얻어먹으려고 헌혈하는 불량배의 피야." (75쪽)

 

뿌리의 표면적이 잎의 표면적보다 100배나 많고, 뿌리는 30미터까지 땅을 파고 내려간다.

 

"주근은 곁뿌리를 내보내 옆에 서있는 다른 식물들의 뿌리와 얽혀서 위험신호를 주고받는다. (중략) 이 뿌리시스템의 표면적을 모두 합하면 이파리 면적을 모두 합한 것을 100배가 넘는 경우가 많다. (중략 / 1860년 수에즈 운하를 만들때, 땅속) 30미터까지 뻗은것이 발견되었다" (82쪽)

 

씨앗안에 이미 떡잎이 들어있다. 식물을 나눌때, 쌍떡잎과 외떡잎으로 나누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까? 어쨌든 배아 = 씨앗에는 이미 만들어진 떡잎이 있다는 말이겠지.

 

이파리는 기계다. 이렇게 말할때, 기계는 무엇일까? 화학기계다. 햇빛을 에너지로 삼아 물과 이산화탄소를 섞어 포도당을 만든다. 포도당은 알콜의 하나다. 이파리라는 화학기계가 기계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똑같지않은 크기와 모양때문이다. 비슷하기만 한것들이 셀수없이 너무너무 많아서 기계처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너무 빨리 썩어버린다. 자동차같은 기계는 수백년동안 그대로인데, 이파리는 바로 썪어서 흙이 되어버린다. 너무 여려서 기계처럼 튼튼하게 느껴지지 않는 기계다.

"배아안에는 떡잎이 들어있다. 이미 만들어진 두개의 작은 이파리인 떡잎은 (중략) 사룸life 유지장치다. (중략) 조잡한 구조의 떡잎은 절뚝거리면서도 진짜 이파리를 만들어낼 준비가 될때까지 식물전체를 지탱하다가 시들어서 떨어진다.

 

(중략) 세상의 이파리들은 단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도록 만들어진 같은 종류의 단순한 기계를 수없이 많은 경우의 수로 응용한 것이다. (중략) 살아있지 않은 무기물에서 당을 만들수 있는것은 커미universe에서 식물이 유일하다." (96~7쪽)

 

뭔가를 알아내는 즐거움이 보인다. 멋진 일이다. 현미경을 하나 사고 싶다. 프리즘은 하나 샀는데,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빛을 분광해서 뭔가를 알아내야 하는데, 책상위에서 썪히고 있다. 현미경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살날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3년내로 사도록 하자.

 

일단 아라고나이트와 오팔에 대해서 알아봐야 한다. 오팔은 모래 즉 SiO2다. 아라고나이트는 탄산칼슘 즉 석회암이다. 

 

1) 오팔(SiO₂·nH₂O)은 젤상태의 실리카(이산화규소 SiO₂)와 물이 혼합되었다가, 수백만년에 걸쳐 물이 빠져나가고 서서히 굳으면서 만들어진다. 실리카는 산성상태인 pH 3~5, 20~60도인 조건에서 젤상태가 된다. 무지개빛이 나타나는 결정이 아닌 보석으로, 깨지기 쉽고 부서지는 경향이 있어 작업하기 어렵다. 산화철, 망간, 니켈, 알루미늄, 칼슘, 나트륨이 아주 조금 섞여서 색을 낼수도 있다.

 

2) 아라고나이트는 탄산칼슘CaCO₃의 결정중 하나다. 진주-조개껍질-산호가 아라고나이트로 되어있다. 유리질의 흰색이지만 아주 적은 불순물들에 따라 산호처럼 여러가지 색을 띠고 있다. 탄산칼슘은 아라고나이트aragonite, 방해석calcite, 바테라이트vaterite의 3가지 결정형태를 갖는다.  

 

"(크렌베리처럼 생긴 팽나무 열매는) 눌러보면 돌멩이만큼 딱딱하다. 그렇게 딱딱한 것은 바로 그 열매가 돌이기 때문이다. 열매의 발그레한 겉껍질 바로 밑에는 굴껍데기보다 더 단단한 속껍질이 있다. 돌을 방불케하는 이 껍질 (중략) 씨를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요소인 이 격자창살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첫번째 관문이었다.

 

(중략) 표본유리 슬라이드를 작업대에 놓고 에폭시 고정액을 뿌린 다음 팽나무씨를 갈아서 만든 가루를 그위에 뿌렸다. 엑스레이 결과로 볼때 이 물질은 오팔임이 분명했다. (중략) 팽나무씨 껍질의 뼈대는 오팔이었지만 바삭바삭한 내용물은 아라고나이트라는 탄산염광물이었다. 달팽이 껍데기에서 발견되는 물질과 똑같았다.

 

(중략) 그해 여름 꽃을 피우고 열매맺는 일은 뭔가 다른 더 급한 일에 밀린 것이 분명했다." (100쪽)

 

* 멍키포드 : [최정석의 우드아카데미] 가성비 '갑' 우드슬랩, 몽키포드를 알아보자 | 서울경제 

 

[최정석의 우드아카데미] 가성비 '갑' 우드슬랩, 몽키포드를 알아보자

산업 > 생활 뉴스: ■몽키포드 (Monkey Pod, Rain tree, Samanea saman )재미있는 이름의 이 나무는 모 프로그램을 통해 가수 이상민의 집에 등장하...

www.sedaily.com

 

 

 

 

나무가 자라는 것을 늘 보아왔지만 어떻게 자라는지는 몰랐다. 그러고보니 사람이 크는 것도 모른다. 뼈가 늘어나고 근육이 늘어나고 피부도 늘어나야 사람은 큰다. 나무도 마찬가지로 부름켜라는 하나의 세포층이 분열하여 안쪽으로 목재라는 덩치를 키우면서 바깥쪽으로는 나무껍데기를 늘린다.

 

https://youtube.com/shorts/pBYavSYJfYU?si=kXEpfKlWLSf7c0wR

 

 

 

 

제대로 듣고 싶은 강의들이 있었다. 제대로 들었다면, 하나하나 떼어내서 내눈으로 내손으로 확인해보고 싶었을 것이다. 어렸을때 못했으니, 지금이라도 할수있는 것은 하도록 하자.

 

"사실 나도 학생때 강의 듣는것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내가 배운 중요한 것들은 모두 내손을 써서 일을 하면서 배운것들이었다." (129쪽)

 

지난 7월에 천재아들의 연구실에 들렀다. 겨우 대학원생의 연구실에서 뭘 기대했을까. 유리창도 없는 그 연구실보다 집의 2층에서 공부하기를 더 좋아한다는 아들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유리창과 거실을 갖춘 나의 넓직한 서재를 생각하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그에게 보여줄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55㎡밖에 되지않고 창문도 없는 그방을 방문객의 눈으로 다시 보니 캘리포니아에서 백일몽을 꾸면서 빌에게 이야기했던 번쩍거리는 하이테크 실험실과 얼마나 다른지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중략) 깜깜하고 습한 밤에 반딧불을 보며 불확실성에 대해 생각했을까?" (132~6쪽)

 

삶을 이어가는 것이 놀랍도록 비슷하다. 못쓰게 된것에 먹을것을 나눠주어 삶을 이어갈수 있는 기본을 마련해준다. 그런 다음에 못쓰게 된것을 버린다. 버려진 못쓰게 된것은 길을 떠난다. 길위에서 살곳을 마련하여 새로운 삶을 살수 있다. 길을 떠난것이 마지막 삶인 경우가 훨씬 많지만. 버릴려면 많이 버려야하고, 버리지 않으려면 삶터까지 마련해서 살아가는 것까지 지켜봐야 한다.

 

버드나무가 수술(꽃가루)와 암술을 쓰는 유성생식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못쓰게된 가지를 이용하는 번식은 유전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 수만 늘리는 삶의 길이다. 꽃가루와 암술을 이용한 유성생식은 새로운 버드나무를 만들어내어 변화되는 환경에서도 살아남을수 있는 준비를 해놓는다. 그렇다고해서 언제까지나 살지는 못할 것이다. 대멸종이 일어나면 많은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멸종전에 좀 작은 환경바뀜에는 죽지않고 살기 위한 방법이다.

 

"식물들에게 빛은 곧 생명이다. 나무가 자라면 아래쪽 가지는 새로 난 위쪽 가지들의 그늘에 가려 아무 소용이 없어져서 한 물간 퇴물이 된다. 버드나무는 이렇게 못 쓰게 된 가지에 예비 식량을 저장해서 그 가지들을 살찌우고 튼튼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 밑동 부분의 수분을 마르게 하면 가지가 깨끗하게 떨어져 강물에 떠내려간다. 

물에 실려 흘러가던 가지들 100만 개 중 하나는 강둑에 쓸려 올라가 뿌리를 내린다. 얼마 가지 않아 원래 나무와 같은 나무가 다른 장소에서 자라는 것이다. 한때 가지였던 부분은 생각지도 않은 환경에 던져진 후 나무 둥치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버드나무 한 그루마다 그렇게 꺾여 나갈 수 있는 가지가 1만 개 정도 되는데, 매년 가지의 10퍼센트를 잘라내서 물에 떨어뜨린다. 수십 년 동안 이런 일을 하다 보면 가지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가 강 하류의 어디엔가 뿌리를 내리고 유전적 도플갱어로 자라날 것이다." (135쪽)

 

2부 나무와 옹이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함께살기에 대해서 들었는데, 호프는 5천가지의 버섯이 나무와 함께살기를 한다고 말한다. 송이버섯은, 화강암 부스러기에 들어있는 인이나 칼륨같은 무기물을 스스로 만들어낸 옥살산으로 녹여서, 소나무가 빨아들여 사용할수 있게 하고, 소나무로부터 포도당을 얻는다고 했다. 송이버섯만이 아니라 많은 버섯들일 나무뿌리와 힘을 모아 물과 물속에 놓아있는 무기질들을 끌어올린다.

 

"초록색 이파리는 세땅earth 위에 사는 거의 모든 사룸life들이 음식으로 여기는 물질이다.

 

(중략 / 버섯은) 우리눈에 보이지않는 곳에 숨겨진 유기체에 붙은 생식기에 불과하다. 모든 버섯머리 아래에는 길게는 몇 km에 이르는 균사조직=곰팡이가 엄청나게 많은 양의 흙덩이를 감싸며 그물처럼 퍼져서 땅의 모습을 보존한다.

 

(중략 / 버섯은) 실같은 그물을 나무들의 뿌리주변으로 뻗어서 나무줄기로 물을 끌어올리는 부담을 공유한다. (중략 / 혹독한 땅에서는) 어린나무의 이파리에서 만들어지는 당분의 대부분은 뿌리에 붙은 곰팡이들에게 바로 빨려나간다. (중략 / 나무와 곰팡이는) 따로 살아가면서 평생 함께할 뿐이다." (150~1쪽)

 

버섯은 먹는 것이거나 약기거나 독이며, 곰팡이는 보기싫고 냄새나고 위험하거나 발효작용으로 사람에게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버섯과 곰팡이를 이렇게 나눠놓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버섯은 곰팡이 삶의 한줄기다.

 

곰팡이는 단핵균사와 단핵균사가 만나서 이핵균사를 만들고, 이핵균사가 버섯을 만들어내어 곰팡이의 땅을 새로운 땅과 환경으로 넓혀나간다. 이핵실그물은 버섯속에서 핵융합을 거쳐 단핵균사가 되고, 주변의 단핵실그물과 만나 이핵실그물을 만든다.

 

곰팡이(실그물+버섯)는 무성생식으로도 더많이 살아갈수 있지만, 어렵고 고단한 길인 유성생식으로 유전 다양성을 만들어내어 세땅earth의 변화에 살아남기 위해  힘을쓴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제야말로 곰팡이와 그 삶의 한조각인 버섯을 조금 안것같다.

 

"곰팡이는 실그물(균사체)와 버섯(자실체)로 이루어진다. 균사체는 실그물이고, 자실체는 버섯이다. 실그물이 버섯을 만들어낸다. 곰팡이는 생식과정에서 단핵(실그물) → 이핵(실그물) → 버섯(자실체)속 핵융합 → (버섯속) 감수분열 → (버섯속) 단핵 포자라는 복잡한 핵 상태 변화를 겪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유전적 다양성과 생존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는 거죠." (코파일럿)

 

모든 연구자들이 좋은 조건에 있지만은 않겠지만 1998년의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살아있는 것만으로 좋다라는 저 기분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일까? 많은 연구자들이 다들 시간이 많지않다. 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가난을 견뎌내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사이에 굶어죽지도 말아야 하고, 지쳐서 나가떨어져서도 안된다. 

 

"이제는 좋은날이라는 것이, 죽지않고 살아서 지나가는것으로 기준이 바뀌었다. (중략) 실험실에 몸을 담고, 모든것, 몸과 생각이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다.

 

(중략) 우리의 연구는 고대 육지암석에 들어있는 탄소13을 처음으로 분석한 시도가 됐다.  이연구에 필요한 실험작업은 2년도 안걸렸지만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해석해서 내 연구결과를 출판하기까지 결국 꼬박 6년이 걸렸다.

 

(중략) 이일에 능력이 있다는 것을 충분한 수의 학자들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학회참석과 서신교환, 그리고 엄청난 양의 지적 자기반성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내게 시간이 그리 많지않다는 사실이었다." (233~4 /244쪽)

 

나무들이 휘발성 유기화합물, 어떤 냄새가 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바깥의 더러움과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남는 냄새들은=물질들은 더멀리 날아가서 다른 친구들에게 위험에 대비하라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세마학자scientist들은 이파리들이 처음 상처를 입었을때 나무가 잎에 애벌레독을 가득 채웠고, 그로인해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생성도 촉발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이 휘발성 유기화합물들이 적어도 1~2km는 퍼져나갔고, 다른 나무들은 이를 조난신호로 받아들여서 이파리에 미리 애벌레독을 주입했을 것이라는 가정을 했다. (중략) 그 연구결과를 사람들이 믿기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는 사실이다." (240~1쪽)

 

나무들이 뿌리에서 물과 양분을 끌어올리는 이유는 자라기 위해서다. 날이 더우면, 물이 증발을 더 잘하게 되므로 물을 힘차게 더많이 끌어올리고, 그래서 잘 자라게 될것이다. 그런데 만일 자랄 필요가 없다면, 물과 양분이 더 필요가 없다면, 아무리 더워도 물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식물들은 광합성을 하면서 땀을 흘린다. 그리고 교과서에는 식물들도 우리처럼 더울수록 땀을 더많이 흘린다고 나와있다. (중략 / 미시시피강변의 수천종의 나무들을 조사해보니)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모든 현장에서 온도가 높아짐에도 증발산율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낮아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중략) 봄에 잎 만들기를 끝낸 낙엽수들은 이제 성장을 멈췄을 것이다. 나무들이 땀을 덜흘리는 것은 식물들이 자라는 시기가 끝났고, 시스템이 평형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212~4쪽)

 

3부 꽃과 열매

 

워싱턴 DC에서 필라델피아로 갈때, 바다가 보고 싶어서 볼티모어로 가지 않았다. 바다는 우리의 서해바다처럼 매우 황량했다. 상쾌함은 없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는 존스홉킨스 대학교가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워싱턴에도 존스홉킨스대학이 있었던것 같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5년마다 펜실베니아주 크기의 삼림이 도시로 변하고 있다. (중략) 원래는 습한 기후때문에 빽빽한 삼림이 있었던 곳이다. 볼티모어 시내 지역으로만 치면 주민 다섯명당 나무가 한그루밖에 되지 않는다." (256쪽)

 

어렵다. 이런 이야기들은 직접 해보고 결과와 표를 보면 바로 알수있는데, 글로만 이해해야하니 어려울수밖에 없다. 동위원소는 양성자의 수는 같고,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다. 탄소의 경우 중성자는 6개 아니면 7개다. 중성자 하나의 차이가 전자기장에서 경로가 바뀐것을 측정할수 있을 정도의 무게 차이가 난다는 말로 이해한다. 놀라운 일이다.

 

누군가는 매카시 재판에 대해 논쟁을 벌여야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실험실에서 밤을 새워 실험을 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야만에서 벗어날수 있다. 나는, 실험실에서 밤을 새우는 쪽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것이 너무 아쉽다. 삶은 누구에게나 한번으로 끝나고만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래야 한다. 남은 삶이라도.

 

"작은껍데기 속에 들어있던 사룸life은 자기가 산 시대의 바다에 살면서 얼음이 얼고 남은 물에서 헤엄쳤다. (중략) 화석화한 조개껍데기를 분석하면 세땅earth 전체를 덮었던 얼음, 즉 빙하기 역사를 알수 있을것이라는 이론이 나왔다.

 

(중략) 자석은 질량분석계로 발전한 장치의 심장이었다. 자석에서 발생한 전자기장은 질량에 비례해서 작용을 한다. 따라서 커다란 자석은 서로 다른 원자들 사이에서 관찰이 가능할만큼 다르게 작동할 정도로 강력한 전자기장을 만든다. (중략) 두 세트의 원자들을 가속해서 동일한 자석을 지나가게 한다음 전자기장을 지나갈 때 각각 얼마나 경로가 변화했는지를 측정하고, 그 경로에 따라 어느쪽이 중성자를 더많이 함유하고 있는지를 알아냈다.

 

(중략) 매카시 재판에 대해 논쟁을 벌일때 밤을 새워 공부했다." (260~272쪽)

 

 

 

나무들이 겨울을 살아가는 방법은 순수한 물을 만드는 방법과 물이 거의없는 농축된 물질이 되는 것이다.

 

"세포안에 들어있던 물이 얼면서 세포벽이 터지기 때문에 채소가 먹을수 없게 돼버리는 것이다. (중략) 세포벽의 투과성이 증가해서 순수한 물은 흘러나오고 세포안에 남은 당, 단백질, 산이 농축된다. 이 화학물질들은 효과높은 부동액 (중략) 순수한 핵이 될만한 디딤돌이 전혀없는 순수한 물은 영하 40도까지 초냉각을 해도 얼음이 없는 액체상태로 존재할수 있다.  

 

(중략) 빛이 존재하는 시간이 감소하는 것 (중략) 낮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알고, 월동준비에 들어간다." (275~6쪽)

 

무엇에 놀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규화목이 나무화석이라면, 광물질분자가 물의 흐름에 따라 나무의 분자를 대체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규화목은 규소로 바뀐 나무라는 뜻이다. 모래로 만들어진 나무 = 모만목 = 모만나무라고 하면 좋겠다. 모만나무가 만들어지는 바탕은 산소가 없는 상태로 나무가 묻혀야 한다. 그래야 박테리아들이 활동하지 못하게 된다. 나무를 부식시키는 호기성 박테리아와 곰팡이다.

 

"대부분의 나무화석들은 오랜 세월동안 액체가 지나가면서 광물질 분자가 원래분자를 대체한 끝에 결국 완전히 암석으로 변한 것들이다. 그에 반해 액슬하이버그섬의 화석들은 아직까지 목재의 조직이 변하지 않고 남아있다." (280쪽)

 

시베리아의 숲이 3개월 동안 계속되는 낮과 3개월 동안 계속되는 밤을 지키는 것이라고.

 

"캐나다와 시베리아에는 엄청난 양의 풍성한 낙엽침엽수림 잔해가 묻혀있다. 숲은 5천만년전에 시작해서 수천만년 동안은 북극권 한계선을 훨씬 넘어 북쪽까지 퍼져 있었다. (중략) 현대식물들은 이런 지독한 빛의 환경속에서 살게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죽고만다. (중략) 어둠속에서 살수있는 나무를 발견하는 것은 물속에서 살수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중략) 우리는 1cm 마다 표본을 채취하고 정확히 어디서 채취했는지를 기록해나갔다. 세번의 여름현장작업을 한끝에 수직 30미터에 해당하는 기간의 표본들을 채취하는데 성공했고, 그 결과 그숲이 견뎌내는데 성공한 적어도 하나의 큰 기후변화를 식별해냈다. (중략 / 이 고대극지방의 생태계는) 회복탄력성이 높다고 규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279~282쪽)

 

물을 다시쓰는 나무, 어린나무들이 다시 쓰는 큰나무들이 내어놓는 물. 이게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뭐냐면, 큰나무든 어린나무든 빛탄설 = 빛과 이산화탄소로 설탕을 만드는 일을 한다. 빛탄설 = photosynthesis를 하는 낮에는 물을 끌어올렸다가 밤에는 물을 내놓는다면, 어린 나무들은 밤에 물을 끌어다 쓴다는 말인데, 밤에는 어차피 빛탄설을 할수 없지 않은가? 어린나무는 밤에라도 물을 끌어올려 세포의 팽압을 유지하고, 무기영양분을 끌어오며, 낮의 증산작용과 광합성에 필요한 물을 모아둔다. 이것은 Hydraulic redistribution이라고 한다. 

 

"물은 낮동안 뿌리안으로 흘러들어가고, 밤동안 뿌리밖으로 흘러나온다. (중략) 다 자란 나무는 대부분의 물을 똑바로 뻗어내려가는 곧은 뿌리를 통해서 공급받는다. (중략) 얕은 뿌리들은 또 건조한 흙으로 수분을 흘려보낸다. (중략) 큰 나무들 근처에 사는 작은 나무들은 필요한 물의 절반 이상을 이렇게 재활용된 물에서 얻는다." (328쪽) d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