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책을 읽어야하는데, 도서관에서 책을 구할수가 없어서 논문으로 대체해서 읽는다.
하늘묻이 = 하늘장 = 天葬 = 바람묻이 = 風葬을 알고 받아들임으로써 산사람과 죽은사람의 헤어짐을 어떻게 다루는것이 가장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1. 들어가는 말
심혁주와 티벳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죽음이 무엇인지,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아봐야겠다.
물론 생각은 이미 있다.
삶은 어쩔수없이 이어지는 것이며, 죽음은 삶의 또다른 모습이다. 삶은 몸과 기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죽음은 몸과 기억이 모두 흩어지는 것이다. 삶은 우연이며, 죽음만이 필연이다. 삶은 우연히 모인 것들이고, 모인 것들은 때가 되면 다시 모이기 위해 흩어진다. 삶과 죽음은, 모임과 흩어짐의 끝없는 이어짐이다.
죽음을 생각하되, 어리석은 생각은 버려야 한다. 죽음을 가지고 겁을 주되 슬슬 몰아가는게 좋다, 잘 살아가도록. 죽음을 이유로, 생각과 돈과 몸을 빼앗지말고.
"죽음에 대한 이해에 따라 문화권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각 민족과 공동체의 생사관이 이 안에 집약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죽음에 어떤 의미와 의례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그 민족이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2쪽)
기억과 기억이 얽히는 생각 때문에, 사람은 영혼이 있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는다. 어리석음은 그렇다치더라도 도를 닦는 집단과 불교사원에서도 영혼을, 몸에서 떨어져나온 '기억과 기억이 얽힌 생각'을 할까?
"영혼불사의 사상은 결국 상장(喪葬)관습의 기원과 발전의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일반민중과는 다른 초자연의 세계를 추구하는 일련의 구도자 집단(라마승, 활불)과 불교사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쪽)
하늘장이라. 이름이 멋지다. 근사한 느낌이다. 승려 - 해부 - 독수리 - 천국. 이렇게 연결이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천국에 갔으면 됐지 왜 다시 환생하면서 윤회하는가. 설마 천국으로 가지 못했다는건가.
"천장은 망자(亡者)의 시체를 천장사(天葬師)라는 특정한 라마승이 칼과 도끼로 해부하고 다듬어서 천국의 사자(使者)인 독수리에게 아낌없이 보시하는 보편 장법(葬法)이다." (3쪽)
2. 아바 티베트자치주와 랑목사(郞木寺)
티베트라는 말은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티베트의 사람들은 장쥬=장족이다. 티베트는 해발 3천미터가 넘는 곳이다. 고대 티베트의 말은 stod bod(스또드 보드)이라고 해서 높은 곳이라는 말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그들의 땅을 보나 뵈라고 한다. 바깥사람들이 = 한족들이 부르는 말이 티베트이고, 티베트사람들은 스스로를 보나 뵈라 한다. 아바는 티베트자치주의 한 현이다.
랑목사는 1758년 청나라때 달라이라마의 허가를 얻어 지은 절이다.
"첫째, 이 지역의 티베트인들은 모두 티베트 불교신자이며, 영혼과 전세(轉世 : 환생과 윤회)의 사상을 절대 믿고 있었다. 따라서 이곳은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거의 매일 시체가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 천장의식에서 빠질 수 없는 절대 구성요소인 ‘천장터’가 사원 뒤쪽에 유지되고 있었다. 세 번째, 이 사원은 천장 현장을 외부인에게 다른 절보다 개방하고 있는 실정이라 현장의 생동성 포착과 인터뷰를 진행하기에 적합하였다.
(중략) 현재 랑목사에는 두 개의 황교(=겔룩파, 格鲁派)사원과 이슬람교 사원인 청진사(清真寺)가 동시에 존재한다." (8~9쪽)
하늘장은 언제 만들어졌을까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티베트라는 땅에서 나온 방법이라는 것과 중앙아시아의 습속이었다는 말이 귀에 잘 걸린다.
"천장은 티베트의 지형 특징으로 '목재'와 '연료부족'이라는 난감한 현실 속에서 출현한 보편 장법이다.
(중략 / 조로아스터교도들은) 그들은 독수리들을 부패하는 육신을 잘 제거해주는 대표정화동물(淨化動物)로 인식했다. 부패하는 육신은 악령이 깃든 것으로 믿었으며 그래서 그것을 가능한 빨리 정화시키려 하였다." (12쪽)
티베트는 본교와 불교가 어우러진 사회다. 생각이 많아진 사람들이 의례를 잘 정리해낸 모양이다.
"티베트의 토착종교인 본교가 원시 천장(자연천장 곧 야장(野葬)에서 오늘날의 사람이 주도하는 천장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제공했던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13쪽)
몸은 죽었으니 깨끗하게 처리해야 하고, 남아있을 영혼을 = 보이지않는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는 의식을 통해 가족들을 위로하고, 사제들은 원하는 것을 얻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영혼을 배출시키는 의식은 포와라는 밀교의식과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않는 무엇을 했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위로와 기만을 나누는 곳의 처음이다.
페르시아와 토번이 활발하게 만났다고 하니, 조로아스터교의 장례문화를 참고했을수도 있다. 지도를 다시 들여다봤더니, 꽤 멀다.
"본교의 상장의식은 시체를 들판에 버리기 전에 혈육제(血肉祭)의식을 거행하였다. 이는 본교의 무사가 주도하는 영혼제이다. 이 의식의 주된 내용은 시체의 해부와 영혼의 천상(天上)의식이다. 그런데 이 의식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부분이 ‘영혼의 이동’ 즉 주술사가 시체의 정수리에 손을 가져다대고, 정수리를 통해 육체에서 '영혼'을 배출시키는 의식" (14쪽)
영혼을 옮기는 일이 중요해진다는 것은, 하나의 삶이 귀하다는 것이다. 너무 귀해서 없앨수가 없다.
영혼이 옮겨지지않고 몸의 죽음과 함께 사라진다고 해서, 하나의 삶이 덜 귀한것은 아닐것이다. 단 한번만 살아갈수 있으니, 더 잘 살아야한다.
"티베트인들은 스스로 죽음의 조짐을 느끼면 먼저 생각하는 것이, 자신의 영혼을 어떻게 순조롭게 몸에서 배출시켜 새로운 사룸체life body에 이동하는가의 문제이다. 몸은 없어지지만 영혼은 새로운 사룸life에서 새로운 출발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15쪽)
어렵다. 그냥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기도 힘든데, 앉아있는 자세까지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눕히지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자는것과 죽음을 다르게 보려고 하는것일까?
"가족들은 시신(屍身)의 옷을 모두 벗긴다. 그리고 끈으로 묶어 시체를 앉아 있는 자세로 만든 다음 흰 천으로 전신(全身)을 감싸고 마대(麻袋)로 포장한다." (17쪽)
천장터로 옮겨진 시신을 해부하는 의식이 이루어진다. 고별사를 한다. 아무리 길어도 짧을수밖에 없는. 울지도 말아야하는데, 중음 = 땅과 하늘의 가운데에서 영혼이 어디로 갈지가 정해지는 곳이란다. 말이 안된다. 까르마도 아니고 의식을 잘 치르면 좋은곳으로 간다고. 그렇게라도 믿고 싶은것이 사람이니, 그렇게 믿으라하고 따지지는 말자.
"정식으로 해부가 시작되기 전 대략 30분정도의 주술이 낭독된다. 망자에 대한 고별사인 셈이다. 주술사의 간단한 의식이 끝나면 곧바로 정식 해부가 시작 된다. 이때부터는 모두가 긴장하고 조심해야한다. 경박한 웃음소리나 울음소리로 망자의 영혼에 누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18쪽)
남겨져서 썩는것보다는 깨끗하게 사라져버리는 것이 좋기는 하겠다. 게다가 사람들이 거의 신처럼 믿는 독수리와 하나가 되는것이라면,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간다. 영혼이 가야할 곳으로. 그런데, 무엇을 먹는것을 그것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믿는가? 내가 먹는것은 내몸을 만든다. 그러므로 내가 먹는것은 나이다. 독수리가 먹는것도 독수리다.
"독수리들이 시체를 다 먹고 나서 곧바로 하늘로 날아가 버리면, 그 나머지 잔 찌꺼기는 까마귀 떼들이 아주 깨끗하게 먹어 치운다. 깨끗이 먹으면 먹을수록 망자의 가족들은 좋아한다. 망자의 영혼이 다시 한 번 좋은 곳에서 환생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20쪽)
엄마의 배를 담은 예쁘장한 무덤. 수천년동안 한자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면, 돌보는 일이 어렵지않다. 현대사회에서 무덤은 지나치다. 유목민인 티베트인들도 조상의 무덤을 만드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돌볼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장례의식이 하늘장=바람장이다. 겨울이면 얼어붙는 땅과 많지않은 나무라는 환경에서 죽은사람에 대한 마땅한 예의는, 독수리와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늘장은 티베트의 특수한 자연환경을 고려할 때, 그 어떤 장례방식 보다도 환경친화이며 보편장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토장은 동토가 많은 티베트의 지형 특성상 작업하기 어렵고, 화장은 삼림자원이 풍부하지않은 여건 때문에 일반인들이 진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2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