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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농사 이야기

비닐하우스 절반을 짓고, 밭을 갈다_ 짜증은 알맞게 내고, 짜증낸 일은 잊어버리자_250406~12

이번 주 할일

 

1.밭에 도라지 씨앗뿌리기 : 밭을 만들어 씨를 뿌리기로 했다.
2. 꽃밭 만들기 : 지는큰밭 만들기(그림그리기), 뜨는밭 울타리 세우기, 
3. 집 단열 : 뜨는벽 작업은 하지 않고, 안에서 단열을 하기로 했다. 
4. 미국여행 계획세우기 : 캐나다와 멕시코 중심으로 돌자

5. 밭 비닐과 제초제 벗기기 :  4/3 목요일 오전에 끝냈다.

6. 하우스 철거와 설치 : 반쪽 하우스 설치를 끝냈다

7. 퇴비 뿌리고, 로터리 작업후 제초매트 깔기 : 4/12 로터리 작업까지 끝냈다.

8. 큰밭 나무 풀뽑고, 퇴비주기 : 퇴비주기는 4/11 그리미와 함께 끝냈다.

9. 카메라 들고 다니며 사진찍기 : 카메라가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가 힘들다.  

 

공부 잘하고 있는 다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4/6(일) 저녁에 농원에서 만났다. 포도주로 축하주를 나눴다. 8일(화) 저녁에는 정만이가 격려전화를 해 왔다. 일이 힘들어서 축처진 몸에 조금 힘이 났다. 7일(월) 아침에 느지막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고 9시에 화장실에 스프레이 호스를 다느라 한시간을 썼다. 설치는 쉬웠지만, 온수를 쓸수있게 하려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해보다가 부품들이 많이 필요해서, 미루기로 했다. 겨울이 오기전에 할수 있을까?

 

옷을 챙겨입고, 먼저 하우스 안에 쌓여있는 참깨대를 옮기기로 했다. 마음이를 쓸까 수레를 쓸까 하다가 마음이에 싣기로 했다. 깻단을 던져서 싣다가 힘들어서 한무더기씩 들어서 옮기기로 했다. 마음이로 두번을 가져다가 밭둑에 쌓아놓았다. 하우스 안에 쌓여있던 잡동사니들도 마저 끌어내고 있는데, 옆집 형님이 오셔서, 배수로 둑에 쌓아놓은 들깨대가 지난 비에 무너져내려 배수로를 막아서 치우느라고 힘들었단다. 아, 저런. 할수없이 다시 나가서 배수로에 쌓여있는 들깨대를 좀더 구석진 곳의 밭둑에 쌓아놓았다. 날이 더워서인지 벌써 지친다.

 

하우스를 철거하려면, 스프링을 뽑아내고, 기둥에 박혀있는 나사못을 빼내야 한다. 녹이 슨 나사못을 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수동과 전동 드라이버를 모두 사용해서 겨우 철거를 했다. 마침 동생이 내려와서 점심을 차려놓고 부른다. 일단 먹고 쉬자.

 

밥을 먹고 셋이 달려들어 월 오후 - 화 오전과 오후 - 수 오전에 걸쳐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 하우스의 절반을 지었다. 원래 계획은 남은 땅에 컨테이너를 옮길 계획이었는데, 창고 하우스를 철거하고 다시 세우느니, 이곳의 하우스를 원래대로 지어서 창고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일을 하니까 온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희미해지는데, 일할때마다 서로 의견이 달라서 이나=이야기 나누기를 하다가 기운이 빠지고 목소리가 올라간다. 이나를 하면서 짜증을 내지 않는 방법은 없다. 힘드니까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는 것을 이해하는 것말고는 방법이 없다. 더 좋은 방법은, 서로 좋자고 하는 일이니까 짜증을 내지 않는 것이다. 이것 또한 어렵다. 짜증을 내더라도 알맞게 내자. 다 좋자고 하는 일이다.

 

이틀만에, 다사와 동생의 도움이 없었으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일을, 마침내 완성하였다. 너무 고맙다.

 

점심을 먹고, 장인어른 생신 저녁을 먹기 위해 서울에 들러서, 효빈이와 소주마시기 공부를 하고, 부천으로 가서 하루밤 잤다. 10일(목) 아침에 음성으로 내려와서 그림그리고 책을 좀 보다가 낮 5시부터 7시반까지 밭에 퇴비를 옮겨 놓았다. 하루를 쉬고나서 한 일인데도, 온몸에 퇴비물이 흐르고, 무거워서 힘들었다. 간신히 저녁을 먹고 책을 볼 생각도 못하고 쓰러져 잠이 들었다.

 

11일(금) 아침에 일어나서 9시부터 퇴비를 뿌렸다. 냄새나고 힘들다. 또 짜증이 난다. 일이 다 끝나고나면 일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짜증을 이기지 못해서 힘들다. 짜증은 이길수 없는 것인데, 짜증뒤처리를 잘해야겠다. 알맞게 짜증낸 다음에 짜증낸 일은 잊어야겠다.

 

밭끝에 심어놓은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다. 그리미가 제초매트를 걷어주면 낫으로 풀을 베고 퇴비를 둥그렇게 뿌려주었다. 퇴비가 멀리 뿌려져 있으면 뿌리뻗기가 좋을 것으로 짐작한다. 날이 뜨거워서 3군데 정도 더 손을 봐야하지만 포기하고, 점심겸 쉬러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쉬고 있는데, 농기계임대센터에서 기계를 빨리 빌려주겠다고 한다. 내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작업을 못할수도 있으니, 배려하는 것이란다. 고마운 일이다. 그리미는 어머니를 모시고 미장원에 가고, 나는 대소에 있는 농기계임대센터로 간다.

 

2년만에 트랙터를 몰려고 하니 긴장이 된다. 게다가 삼성에서 내곡까지는 차들이 많다. 시속 15킬로로 천천히 왔다. 집에 도착하니 4시다. 한바퀴 돌면서 일을 해보니 기계힘이 약하다. 천천히 해야할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와 4시반까지 쉬다가 다시 밭으로 갔다. 7시가 넘어서야 밭갈기가 끝났다. 처음에는 1단으로 작업을 하면서 손에 익도록하고, 3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2단으로 작업을 했다. 한번 정도 실수를 해서 로터리가 돌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실수없이 무사히 일을 끝냈다. 마당에다 끌어다 놓고 저녁을 먹은 뒤 포도주 한잔을 마시고, 일찍 잠이 들었다. 온몸이 아프다.

 

8시 반부터 나가서 먼저 트랙터를 깨끗이 씻었다. 그리고 동생-다사와 함께 만든 하우스 뒷작업을 한다. 먼저 앞뒤의 비닐을 묻었다. 호미로 작업을 했다. 비닐 씌우면서 구멍난 부분을 테이프로 떼웠다. 4군데 + 비닐묻으면서 1군데. 마지막으로 부직포 호스로 하우스 두곳을 누르는 작업까지 마쳤다.

 

하우스 마무리를 끝내고 농기계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기계반납이 된다고 한다. 대소에 있는 농협주유소에서 면세유를 채워서 반납을 했다. 면세유 카드가 없었는데도 기름을 넣게 해주어서 왔다갔다하는 일 없이 편하게 일을 끝냈다. 비가 올까봐 임대-반납시간을 조정해준 임대센터의 직원들의 배려와 함께 이번주 일을 잘 끝낼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사람이다.

 

그러고보니 이번주에는 친구 다사, 어머니, 그리미와 동생, 두 직원분, 옆집 형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만족스럽게 일을 끝낼수 있었다. 짜증을 내더라도 알맞게 내고, 짜증낸 일은 잊어버리자는 깨달음을 얻었다. 힘든 노동이 드러났을 뿐이다. 저 힘들어요, 라는 말을 짜증으로 대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