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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대포항을 내려다보며 귤을 따다_겨울 제주 여행(임진년 1/5, 목)

나흘 만에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야간 비행이라 답답했는데, 아름다운 야경이 마지막 여행 선물을 안겨 주었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 대금을 두고 내린 것을 모르고 집에 왔다가

다음 날 제주항공에 연락했더니 사무실에 잘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거금을 주고 산 대금인데,

연주회 한 번 하지 못하고 잊어버릴 뻔 했다.

그나저나 대금 공부는 언제하나?


 

 

복층식 통나무집은 사진으로 남기니 제법 그럴싸하다.

귀찮다는 아들들을 닥달을 해서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것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게될 것을 아직 모를 것이다.

 

점심 약속이 되어 있어서 천천히 가면서 귤밭 사진도 찍고

바다도 느긋하게 보기로 마음 먹었다.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큼지막한 크기의 귤이 열리는 나무가

너무 탐스럽고 상큼하다.


이 보기에 근사한 이 귤들이 5월 어느 때 쯤이면 맛있게 익어서

먹을 수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우리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을까?

 



덤장에서 갈치구이와 생선조림으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지인으로부터 제주도의 국제학교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학비가 1년에 1,200만원 내외로 비교할 수 없이 비싸지만,

8시 반부터 5시 반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시켜 주고 있어

월 100만원 이상을 투자해서 온갖 사교육으로 포위당한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공립학교이면서도 치마바람이 없고, 학교의 규율이 매우 엄격하다고 한다.

특히, 폭력을 행사한 아이는 즉시 퇴교조치 된다는 것이다.


혹시 제주도에 내려와 살게 된다면,

국제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선생님들의 대부분이 자유주의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다.

걱정인 것은 미국의 보수주의가 잘못 이식될 수도 있을 것이고,

한국과 동양의 전통 학문이 제대로 교육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깊이에 있어서 한국과 동양의 학문이 훨씬 평화-미래 지향적이기 때문이다.

귤밭으로 갔다.




누군가 자연농법의 철학으로 이 감귤나무를 기른 것이 아니었다.

시간을 내지 못해 비료도 농약도 가지치기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파리들은 바짝 말라가고 있고,

귤들은 자연과 벌레들에 의해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눈을 맞고 익은 귤들은 그 험한 생김에도

너무 달고 맛이 있었다.

5명의 초보 귤따기 노동자들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멀리 대포항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귤 수확을 했다.

행복한 첫 경험이었다.





귤 4장자를 따기를 순식간에 마치고,

삼방산 앞 화순우체국에서 한 상자는 처가집으로

또 한 상자는 동생집으로 부쳤다.

아무 처리도 되어있지 않으니 얼마나 오래 보관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다. 자연의 축복을 즐기면서.


이번 여행에서는 백록담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저 멀리서 뻥하고 구멍이 뚫리면서 백록담의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의 카메라로는 전 선명하고 아름다우며 신비에 쌓인 백록담의 모습이

제대로 담겨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4차선 도로가 위험스러워 사진 찍기를 포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