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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아름다운 한반도 여행

평화가 소중하다_겨울 제주 여행 1(1/2, 월)

잠을 잘 자려고 통닭에 술 석잔을 먹었는데,

영화를 보는 바람에 잠이 깨버렸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졸듯이 눈을 부치고 새벽을 맞이한다.


어제 준비해 둔 샌드위치에 커피를 내려

자세잡을 사이 없이 부지런히 먹고 공항으로 향한다.

새해 첫 출근길인데도 막힘이 없다.


날은 흐린데 시야가 좋고,

바람도 잔잔하여 춥지가 않다.

구름을 뚫고 허공으로 올라가니

저 아래로 하얀 눈밭이 펼쳐져 있고,

이제 막 떠오른 해가 눈부시게 빛난다.

눈밭이 아니라 구름밭이다.



하늘에서 볼 때는 멋있었는데,

구름이 두터워 컴컴한 상태로 한참을 내려오니

무서운 마음이 든다.

게다가 비행기가 계속 흔들리자

두려움에 온 몸이 바짝 오그라 든다.


강정마을 입구를 지나는데,

신부님들이 미사 준비를 하신다.

날씨가 서울 보다는 덜 추운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지인으로부터 차를 빌려 

점심을 먹고 강정마을로 갔다.

이쪽 지형은 엄청난 규모의 검정색 돌무더기로

가득한 곳이어서 신기하게 보기는 했으나

그다지 좋아했던 곳은 아니다.


그런데, 강정포구에서부터 구럼비를 지나

꽤 긴 구간을 사람키 두 배가 넘는 철판으로

둘러쳐 버려 삭막하기 이를데 없다.

게다가 방파제용 돌을 잔뜩 쌓아놓아

검정 바위 평원이 어디로 사라져 버린듯 하다.



강정포구의 방파제길을 따라

바다가에서 다시 강정마을을 바라보니

이제 자연지역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타워크레인과 포크레인만  가득하다.

모든 도시의 건설현장이 그러하다.

건설현장은 불편하지만 시민들에게 기대를 걸게 한다.

이 불편함이 끝나면 멋진 빌딩이나 쾌적한 도로,

삭막하지만 근사하고 값 나가는 아파트 등등.

그것을 기대하면서 공사장의 모든 삭막함을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이곳 공사현장은 그런 것들을 기대할 수가 없다.

전쟁을 예방 또는 준비하기 위한 군사기지가 들어서고,

군사기지에 안타깝지만 방황하는 억눌린 청춘들이 가득하고,

게다가 우리의 아들들도 아닌 철없는 아메리카의 군인들이

득시글거릴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하다.

그래서 이 공사가 중지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욕심에 의해서 버려진 자연이

사람들의 아름다움으로 다시 손질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그린 그림들이 소박하고 단순하고 서럽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아름답다고 우리 모두가 감탄을 했다.



 

일정 보다 빨리 여행이 진행되고 있고,

날씨도 좋아서 서귀포 유람선을 타 보기로 했다.


우스개 소리 잘하는 유람선 안내원의

풍경 소개와 근사한 정경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다.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저쪽 제주도 쪽에서 유람선을 보고 손을 흔드는 사람들은

일당 삼천원에 고용된 직원들이란다.


유람선을 뒤따르는 수많은 갈매기들은

과자회사의 직원들이란다.

그래서 유람선이 없어지지 않는 한

그 과자회사는 망할 수 없다고 한다.

멋지게 생긴 친구가 아주 재미있다.



범섬의 뒤편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본다.

섬 전체가  절벽처럼 솟아오른

주상절리대로 이루어져 있다.





잔잔한 바다 위로 뛰어내려

바다  속을 구경하며 수영하고 싶었는데

실력이 안되어 참았다.

참 맑고 깨끗하다.


유람선을  내려 새연교를  건너 새섬으로 갔다.

마치 초봄 날씨처럼 햇볕이 포근하다.

가까이 또는 멀리 바다와 산과 들이 어우러져

편안하게 산책을 했다.

산책을 하면서 이제 막 출발하는 유람선을 바라보며,

일당 삼천원의 유람선 직원이 되어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산책을 끝내고 겨울의 별미 꼬치 오뎅을

하나씩 먹었다.

8백원밖에 안하는 그 간식이 입에 쩍쩍 붙는다.



4시가 다 되어 다시 강정마을로 갔다.

이미 미사가 시작되었고,

미사에 참여한 사람은 우리 식구 다섯을 포함해

10여명 남짓이고, 건너편에 많은 사람들이 공사장 입구를 막고 있어

오전과는 다른 긴장감이 돌고 있다.



침묵 속에서 사제 두 분이  공사장 출입문 앞에 앉아

공사 차량의 출입을 막으며

공사 강행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있었다.


미사 끝 무렵 경찰이 공사장 입구를 막은

신부님들과 마을 사람들을 끌어내면서

혼란과 흥분과 고함이 일어난다.


도대체 누가 이 공사의 강행을 지시하는가?

애티 간신히 벗어난 의경들이

나이든 사람들을 막아서고 끌어내고,,, 

나이 지긋한 교통 경찰들은 젊은 시위자에게 항의를 받고,,,



삼성과 대림이 이 공사를 추진한단다.

이렇게 또 대기업이 비난의 화살을 맞는다.

생각하는 직장인이 필요한데 정말 안타깝다.

월급에 온 가족의 생명이 걸려 있으니 그들인들 또 어떻게 하리?


총선만 잘 치르면 이땅을 평화의 땅으로

다시 만들 수 있겠지!!! 



제주도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대부분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반대하는데,

실제로 생명평화미사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한다.

멀리 육지로부터 여행까지 와서 제주도를 지키기 위한

생명미사에 참여해 줘서 고맙단다.


이땅이 뉘땅인데,

제주도에 꼭 평화가 있기를 !!!


어쨋든 저녁은 먹어야지.

1인분 1만 5천원하는 흙돼지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